편성위로 강제하는 방송 제작자율성…관건은 방통위 규칙

개정 방송법, 편성위 의무화…벌칙 조항 신설 종사자측 편성위원, '방통위 규칙' 따라 달라져 KBS, 제작자율성 침해 빈번…교섭대표노조 없어 기존 편성규약의 종사자 편성위원 기준 제각각

2025-08-11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은 지상파·종편·보도전문채널에 대해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치·운영을 의무화해 취재·제작 자율성을 대폭 강화한다. 관심은 종사자측 편성위원의 기준을 정하는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에 쏠린다

특히 현재 3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KBS의 경우, 종사자 대표성을 부여할 수 있는 교섭대표노조가 없는 상황이다. KBS는 윤석열 정부 당시 프로그램 결방 사태가 빈번했다.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채널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를 앞둔 개정 방송법은 지상파·종편·보도전문채널 방송사업자가 10명의 위원으로 편성위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편성위를 구성하지 않은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도록 했다. 편성위는 ▲편성규약 제·개정 ▲방송사 편성규약 준수 사항  ▲취재·보도·제작·편성 자율성 보장 사항 ▲시청자위원회 위원 추천 사항 ▲그밖에 편성규약에서 정하는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10명의 편성위원은 ▲방송사업자가 구성원 중 추천하는 사람 5명 ▲취재·보도·제작·편성 부문 종사자 대표가 추천하는 사람 5명으로 구성된다. 각 부문 종사자의 범위와 종사자 대표의 자격요건은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게 했다. 방통위설치법상 방통위 규칙 제정·개정은 의결 사항으로 현재 이진숙 위원장 1인 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할 당시 종사자 측 편성위원 기준은 '취재·보도·제작·편성 부문 종사자 대표가 추천하는 사람 5명'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를 거치면서 '방통위 규칙으로 정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법사위 전문위원은 "'취재·보도·제작·편성 부문 종사자 대표'라는 용어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취재·보도·제작·편성 부문 종사자의 범위 및 종사자 대표의 자격요건을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여 법 적용상 혼선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편성위 강화가 KBS를 정조준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박민 전 사장 체제에서 KBS는 ▲주요 뉴스·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물갈이 ▲'주진우 라이브' '더 라이브' 폐지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불방 ▲'역사저널 그날' 진행자 교체 외압 ▲'조그마한 파우치' 발언 ▲윤석열 정부 세일즈외교 홍보 다큐 편성 ▲이승만 미화 다큐 '기적의 시작' 편성 ▲광복절 기미가요 방송 파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장범 사장 체제 KBS는 ▲'추적 60분-계엄의 기원' 편성 삭제 ▲'시사기획 창-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검열 ▲'시사기획 창-군:항명과 복종' 제작정보 유출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KBS는 방통위 규칙에 따라 종사자 측 편성위원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KBS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 노동조합, KBS 같이노조(가치노조) 등이 있으며 교섭대표노조가 없다. 지난 3월  KBS노동조합이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개별교섭을 신청했고, KBS 사측이 이를 받아들여 KBS에서 교섭대표노조가 사라졌다. 

현재 KBS 사측은 편성위 구성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KBS 사측은 방송3법 개정을 이유로 종사자들의 편성위 재구성 요구를 거부했다. 개정 방송법에 따라 편성규약을 정비하고 난 이후 편성위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난달 30일 KBS 기자협회·PD협회는 공동성명을 내어 "방송법에 근거한 방송편성규약을 준수하지 않고, 준수할 의지도 없는 자는 공영방송의 집행기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사측을 비판했다. 개정 방송법과 충돌하지 않는데 왜 편성위를 구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KBS는 지난해 6월부터 단체협약 실효로 편성위 기능이 마비됐다. KBS 종사자 대표 측은 사측이 11일까지 편성위 개최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편성규약 위반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KBS 경영진, 편성위 거부 핑계도 갖가지 "방송3법 완료되면")

편성규약의 종사자 편성위원 기준 제각각 

지상파 4사와 종편 4사는 사내 편성규약을 통해 사측-종사자 대표가 참여하는 편성위원회를 설치·운영해왔다. 하지만 종사자 편성위원을 선출하는 기준은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방통위가 마련할 종사자 기준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그동안 대표성을 부정할 수 없는 노조가 편성위의 중심축이었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TV조선의 경우, 노조가 없다. 

MBC 편성위는 사측 5인과 근로자대표가 선정한 5인으로 구성·운용했다. 사측 편성위원은 사장과 보도·편성·제작 담당 임원을 포함한다. 근로자대표가 없는 경우에는 보직간부를 제외한 방송제작자들의 투표를 통해 근로자 측 편성위원을 선정한다.

SBS 편성위는 사측과 실무자 측이 각각 6인 이내의 위원을 선정해 노사동수로 구성했다. 편성위의 사측 대표는 사장, 실무자측 대표는 노조위원장이다. 사측 편성위원에는 편성·보도·제작 부문의 책임자가, 실무자측 편성위원에는 제작·편성 실무자가 포함됐다.

EBS는 기존 편성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하는 상황이다. 편성위원은 10인 이내의 부서장, 3인 이내의 노조 추천 직원으로 구성됐으며 위원 임면권을 사장이 행사했다. YTN·연합뉴스TV의 경우, 방송법 개정으로 편성위가 새로 설치된다. 편성규약에 편성위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이 없었다. 

(chatGPT)

TV조선 편성위는 사측과 실무자 측이 각각 5인 이내의 동수로 위원을 선정해 구성됐다. 사측 위원은 사장과 임원, 국장급 이상 간부로 한다. 사측 편성위 대표는 사장이다. 실무자 측 위원은 취재·제작 실무자협의회를 통해 선출했다. 실무자측 대표는 실무자들이 호선하고 사장과 실무자 대표가 편성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JTBC 편성위는 사측(제작·보도 부문 책임자 대표)과 실무자 대표가 각각 5인 이내의 동수로 구성됐다. 사측 위원은 총괄·국장·팀장급 이상 5인 이내 간부로, 실무자 측 위원은 부문별로 5인 이내로 선정했다. 채널A 편성위는 사측(편성·보도·제작 부문 책임자 측)과 실무자 대표 측을 합해 10인 이내 동수로 구성하고 실무자 대표는 본부별로 선정했다.  

MBN 편성위는 사측(편성·취재·제작 책임자)과 실무자 측(취재·제작 실무자)이 각각 6인 이내의 노사 동수로 구성됐다. 책임자 측 대표는 사장, 실무자 측 대표는 노조위원장이다. 책임자측 위원은 본부·실·국의 부장 이상 간부로, 실무자측 위원은 노조가 본부·실·국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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