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장이 교섭하라' 법원 판결 비웃는 보수·경제지

'진짜 사장 교섭' '손배 폭탄 방지' 노란봉투법 환노위 통과 민주당 '7월 임시국회서 반드시 처리' 입법 드라이브 국힘·경총·보수언론, 해묵은 '불법파업 조장법' 프레임 미국 관세 이슈까지 노란봉투법 반대 논리 활용 경향신문 "'하청노동자 교섭권' 판결 나와도 경영계 논리만 답습"

2025-07-29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거부권에 가로막혀 폐기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자 국민의힘과 보수·경제지가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보수·경제지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를 노란봉투법 반대 논리로 삼고 있다. 

노사관계에서 원청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기업이 손해배상 폭탄으로 노동자와 그 가족을 해체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게 노란봉투법의 취지다. 법원에서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노란봉투법이 노사 간 소모적 갈등을 줄이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경영계 논리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정당 당원들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후퇴 저지 및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8일 노란봉투법은 민주당·진보당 의원들 주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며 의결 전 퇴장했다. 노란봉투법은 원청 사업자가 하청 노동자와 직접교섭을 하도록 하는 '진짜 사장 교섭법', 사용자가 파업노동자에 대해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손배 폭탄 방지법'으로 불린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 김주영 의원은 "(지난 법안과 비교해)대법원 판례를 조문으로 넣는 등 법률의 완결성을 높이고 현장에서 혼란을 줄이는 방안으로 보안됐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쟁의행위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때에는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 노조원의 책임 범위를 정확히 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은 공동으로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노조를 싸잡아 수십억 원의 손배 폭탄을 날려왔다. 

이재명 정부 고용노동부(장관 김영훈)는 '법 시행 1년 유예' '공동불법행위 연대 책임' 등을 국회 환노위에 설명·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폐기된 노란봉투법보다 후퇴한 안이다. 하지만 환노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법 시행 유예기간을 6개월로, 불법행위 책임 범위를 개별 노조원의 행위에 맞게 규정해 원안과 유사하게 설계됐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와 국민의힘은 반발에 나섰다. 경총은 28일 입장문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주목받고 있는 조선업을 비롯해 자동차, 철강업종이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상황에서 노조법 개정으로 하청노조의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산업생태계의 붕괴와 함께 일자리 감소 등 우리 산업 경쟁력은 심각하게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9일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정부와 민주당은 법인세 인상, 상법 추가 개정, 무제한 파업 조장법 강행 등 반시장 입법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폭주는 기업을 옥죄고 시장 질서를 파괴하며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우려가 크다"고 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7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29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동자들이 헌법상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또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끊는 일이 더는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진 의장은 "이 법안은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사용자의 과도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해서 노동기본권을 실현하고 노사 교섭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반대로 일관했다. 참으로 지독한 반노동의식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조선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디지털타임스 등 보수·경제지는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설을 썼다. 

조선일보 < 노란봉투법, 관세협상 카드 조선업부터 타격 입을 것>

문화일보 <‘더 센 노란봉투법’ 꺼낸 李정부, 反기업 어디까지 가나>

서울신문 <15% 관세 턱걸이도 버거운데… 왜 ‘기업 부담 가중법’을>

세계일보 <노란봉투법 입법 속도전, 지금이 기업 압박할 때인가>

서울경제 <글로벌 생존 경쟁 치열한데 ‘더 센’ 상법 밀어붙일 때인가>

파이낸셜뉴스 <더 센 노란봉투법 끝내 강행, 벼랑끝 선 기업 밀치나>

디지털타임스 <‘더 센 노란봉투법’ 강행 與, 고군분투 기업 안중에도 없는가>

조선일보는 "기업이 수십, 수백 개 하청업체 노조와 어떻게 노사 협상을 하나. 노조가 불법 파업에 배상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 안 그래도 과격한 투쟁이 어떻게 되겠나"라며 "기업들은 이 법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예측하기 어려워 더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우리 정부는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조선(造船) 협력 카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노란봉투법을 이대로 강행 처리하면 하청업체가 많고 불법 파업도 많은 조선업부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청업체의 점거 농성으로 한화오션이 큰 피해를 본 것이 얼마 전이다.(중략)지금 우리 기업들은 밖에선 트럼프 관세에 치이고 안에선 집권당의 증세, 노조 우선 공세에 치이는 고립무원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한화오션이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청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를 거부한 한화오션의 부당노동행위가 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는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서울신문은 "우리나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관세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31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회담을 한다"면서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을 7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추진하기로 하고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법안 심사에 들어갔다. 이 법안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 쟁의행위 범위 확대, 기업의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개정안대로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면 수십·수백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일제히 교섭을 요구해 혼란이 극심해질 게 뻔하다"며 "미국발(發) 관세 전쟁 여파로 기업 실적과 투자 의지가 꺾인 마당인데 당정이 앞장서 기업 경영활동 전반에 큰 부담을 지우려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다. 

서울경제는 "우리 경제가 사면초가에 처해 있는데 여당은 상법 2·3차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으로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타임스는 "국내 기업들은 사면초가다. 외부 상황까지 녹록지 않다"며 "여당은 기업 부담을 키우는 규제 입법에 몰두하고 있다. 악화하는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고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방문해 손경식 경총 회장과 회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경향신문은 사설 <‘원청 책임·손배 청구조건’ 강화한 노란봉투법 처리해야>에서 "경영계는 '노사 갈등과 파업을 부추긴다'며 법안 처리에 반대한다. 하지만 ‘무늬만 사장’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자의 교섭 의무가 명확해지면, 노사 간 소모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며 "저임금·장시간 노동 속에서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전향적으로 개선되는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법안은 노조 쟁의행위에 과다한 배상 책임을 부과해온 관행을 바로잡는 내용도 담았다"며 "그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손배·가압류를 당한 뒤 가족이 해체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노동자들의 비극이 더 이상 되풀이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노란봉투법 입법 전에도, 법원은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인정한 판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기업 때리기 법안'이라며 경영계 논리만 답습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노동존중사회'를 공약해놓고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노동후진국'으로 지탄받은 윤석열 정부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기사 <노란봉투법, 환노위 통과…노동자 옥죄는 손배소 제한 “역사적 진전”>에서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던 하청 등 노동자들의 혜택이 커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정영훈 부경대 교수는 한겨레에 "헌법에 보장된 하청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데 있어 굉장히 큰 의미”라며 “하청노동자들이 자신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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