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에 들어간 방송3법, EBS구성원 반발이 여전한 이유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김성관 언론노조 EBS지부장

2025-07-29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8월 4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예상되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폐쇄적인 법안 논의 과정, 정치권 추천 비율,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배제 등과 관련해 반발이 표출됐다. 그 가운데 EBS 구성원들은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에 대해 공영방송을 서열화하는 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다며 방송3법이 아니라 ‘방송2법’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공영 교육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EBS법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방송3법 국회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EBS 구성원들은 어떤 이유로 이렇게 반발하는 것일까. 지난 22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EBS 사옥에서 김성관 언론노조 EBS지부장을 만나 방송3법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지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위원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방송3법'에 대해 찬성 표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방송3법이 국회 과방위를 통과했잖아요. 먼저 총평 부탁드립니다.

“이번 방송3법 개정 논의는 공영방송의 미래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는 매우 중대한 전환점입니다. EBS 역시 그동안 방송3법의 필요성과 조속한 입법의 필요성에 공감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개정안에 포함된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마주한 EBS의 입장은 상당히 무겁고 허탈합니다.”

이유는?

“규모는 작지만 EBS의 공적 책임과 역할만큼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은 EBS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오히려 제약을 가하고 있으며 공영 교육방송으로서의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우려스러운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그런가요?

“무엇보다 개정 과정에서 EBS의 제도 설계를 다음에 논의할 과제로 취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EBS가 지역방송과 함께 입법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된 현실은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방송사들을 단지 작다는 이유만으로 소외시킨 것이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방송3법 통과 이후라도 반드시 후속 입법을 통해 국회에서 더 깊이 들여다보고 보완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EBS가 배제됐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방송3법 개정안은 수년 동안 협의가 됐고 21대 국회, 22대 국회 때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했던 법안에서도 EBS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에선 EBS 사장을 다시 방통위가 임명한 구조로 변경됐습니다. 사실상 EBS 구성원의 목소리와 회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입법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죠.”

김성관 언론노조 EBS지부장(왼쪽), 이영광 기자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과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첫 번째는 EBS의 행정기구로부터 독립 문제입니다. 사장을 임명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그 기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지금까지의 EBS 역사에서 절실히 느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EBS가 행정부 산하 기관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금 형태가 공영방송 서열화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일부 의원의 경우 교육 공영방송은 교육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방통위원장이 임명해도 문제가 없다고 얘기해요. 그러나 EBS가 보도나 예능·드라마가 없는 방송사이긴 하지만, 공교육의 보완을 제 1번으로 삼고 중대한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공영방송의 서열화는 옳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 번째, EBS는 일반적인 공기업보다 더욱 지위가 독립적인 기관입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5조 21조에 따르면 총수입액 천억 이상, 또는 정직원 500명 이상이면 대통령이 기관장을 임명하게 되어 있습니다. EBS는 3천억 규모에 600명 정도의 정직원으로 대통령이 기관장을 임명하는 게 마땅합니다. 뿐만 아니라 공교육을 보완하는 책무를 수행하는 공적기관이기 때문에 그 기관장에 대한 인사 검증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게 맞다고 판단합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누가 사장을 임명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임명 절차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 그리고 공영방송의 자율성 확보라는 보다 본질적인 과제와 연결돼 있습니다. EBS의 경우 지금까지 사장·이사·감사 모두를 방통위원장이 임명해 왔고, 예산 또한 방통위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통해 지원받으면서 방통위가 EBS의 인사와 예산에 깊이 관여하는 구조가 지속돼 왔습니다.

즉, EBS는 지배구조와 재원 구조 모두에서 정부로부터 실질적인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운영돼 왔고, 이는 공영 교육방송으로서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방통위원장이 사장과 이사, 감사, 예산 전반에 영향 미치는 현재 구조는 EBS를 사실상 '방통위 산하' 공공기관으로 종속시키는 체계입니다. 이러한 종속 구조 속에서는 교육 공영방송의 본질적인 공적 책임과 독립적 판단이 보장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EBS는 이번 방송3법 개정 과정에서 최소한 사장 임명만큼은 방통위원장이 아닌,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해 온 것입니다.”

​지난 3월 28일 경기도 일산 동구 EBS 사옥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의 '낙하산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힌 신동호 EBS 사장 (사진=미디어스)

대통령이 임명할 경우에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은 어렵지 않나요?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지위를 얻게 되면 정부 조직으로부터는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저희 판단입니다.”

EBS 사장은 처음부터 방통위원장이 임명해왔나요?

“EBS의 태생을 보면 교육방송공사로 바로 독립 출범한 게 아니라 KBS 3TV에도 있었고 교육개발원에 방송팀으로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실상 국영 교육방송으로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EBS 구성원들은 공교육 보완 그리고 전 국민이 소외되지 않고 교육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기 위해서 2000년 입법 투쟁 총파업을 62일간 진행했습니다. 그때 한국교육방송공사로 독립하게 됐죠. 이후 2008년도에 방통위가 생기면서 EBS 사장, 이사회 등 모든 것을 방통위에 일임하는 구조로 돼버렸습니다.”

이번 개정안에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사추위) 제도가 도입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사추위 제도 도입은 EBS도 환영하는 부분입니다. 그동안 EBS 사장 선임 과정에서 방통위가 후보자 공고부터 지원서 검토, 면접, 임명까지 모든 절차를 독점적으로 주관해 왔고 당사자인 EBS는 의견을 제시하거나 관여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서 도입된 사추위는 국민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사장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가 이를 논의한 뒤 임명 제청을 하는 방식입니다. 사장 선임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는 제도라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EBS 현판(사진=미디어스)

EBS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리고 추천단체를 명문화했죠. 교육부가 추천할 수 있게 한 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셨던데 어떤 문제인가요?

“EBS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독립성 확보는 공영방송의 자율성과 투명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교육부가 추천할 수 있는 인사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특히 교육부 장관 추천과 특정 교육단체의 당연직으로 이사를 추천하는 구조는 특정 행정 부처와 특정 집단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판단됩니다. 이는 EBS가 교육적인 공공성을 지키는 동시에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EBS는 과거 교육부 산하 교육개발원의 부설 기관이었지만 이제 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립적인 공영방송으로서 거듭나야 합니다. 따라서 교육부의 추천 비중을 줄이고 시민사회 전문가, 교육계 등 다양한 영역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또한 당연직 추천 제도 역시 재검토하여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행사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추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영 교육방송으로서 EBS는 교육부를 감시하는 역할도 해야 하지 않나요?

“말씀하시는 게 맞습니다. 문제가 있는 교육정책과 관련해 이의 제기를 하려면 교육부와 동등한 위치여야 EBS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교육부가 만들어놓은 교육정책을 어쩔 수 없이 반영해서 콘텐츠를 제작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 조건에서 교육부 추천 이사가 들어와 있으면 교육부에 더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 문제를 제기하는 거죠.”

교육부 추천 규정을 넣은 의도가 뭘까요?

“의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지만 단순한 논리로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교육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관여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거죠. 교원단체도 관여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접근에 대해 저희는 문제로 보고 있어요.”

공영방송 3사 사옥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비율이 논란입니다. 기존에는 법 규정에 없었지만 이번에 국회 추천 몫이 들어갔죠.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그 부분에 대한 저희 의견은 ‘30% 이하’여야 한다는 거였어요.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는 정치적인 중립성,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정치권 추천 몫은 지금보다 더 축소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 추천을 아예 배제하면 안 되나요?

“일각에서는 국회 자체가 국민을 대의하는 기관이니 문제가 아니라고 하죠. 저희 입장에서는 아예 없애는 게 제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30% 이하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해외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도 보면 정치권 추천 몫이 없거나 30% 이하로 규제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이호찬 언로노조 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이 7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공영방송 복원 위한 방송3법 개정, 더이상 미룰 수 없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15일 언론노조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렸는데 EBS 지배구조 문제도 논의가 됐나요?

“한국교육공사법, 즉 EBS법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EBS지부장으로서 지속적으로 언론노조에 언급해왔고 그날 중집에서도 똑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그 내용에 대해 공감하는 연대 발이 다수 있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집에서 EBS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향후 방향과 관련해 언론노조 차원의 답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 추가 개정에 대해서는 EBS 지배구조 문제에 공감해 주시는 의원님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EBS 지배구조는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반드시 개선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고 공포된다면 조속한 추가 법 개정이 이루어지도록 요구할 생각입니다.”

언론노조에서 EBS 문제가 잘 다뤄지지 않으니 서운함이 있을 것 같아요.

“그 부분은 엄청 많죠. 언론노조 전체가 EBS법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는 건 아닙니다. 산별 단체들 다수는 저희 쪽에 지지나 연대 발언을 해주셨어요. 근데 언론노조 중앙 집행부가 저희와 의견이 많이 다르고 또 같이 할 수 없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대단히 실망했습니다. 지금 거의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EBS가 문제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 이해 못하는 건가요?

“문제 제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기보다 저희가 주장하는 바를 이해 못하겠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EBS법 투쟁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영방송 서열화하는 EBS법 개정 반대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언론노조 EBS지부)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3법이 통과되면 바로 추가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던데.

“그 부분에 대해 이훈기 의원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저희 의견을 개진할 생각입니다. 추가 개정안이 민주당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쌍수를 들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적극적인 의견 개진 혹은 협의를 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언제까지라고 기한은 정하셨나요

“8월 4일에 국회 본회의가 열리고 그 이후 바로 공포된다면 즉각 후속 법 개정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방송3법 개정의 속도전을 위해서 연대해 왔고 의견도 개진해왔습니다. 지금 문제점을 충분히 지적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에 누락된 부분 혹은 반영이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입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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