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바이든-날리면' 대리소송 불가 판단에도 강행"

8개 언론현업단체, 국정기획위에 '진상규명 진정서' 제출 당시 MBC 보도국장 "외교부 대리소송 경과부터 밝혀야" "외교부 '소송 주체 안 돼' 보고했지만 대통령실 묵살" "16시간 만의 '날리면' 해명… VIP 격노 있었는지 의심"

2025-07-25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언론현업단체들이 '바이든-날리면' 사태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진정을 국정기획위원회에 제기했다. '바이든-날리면' 사태가 발발하게 된 권력의 움직임을 밝혀 언론 탄압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교부가 대통령실을 대신해 '바이든-날리면' 소송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도 소송을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 등 8개 언론현업단체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정기획위를 찾아 '바이든-날리면' 사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 21일(현지사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빠져 나오는 모습 (사진=MBC 보도화면 갈무리)

'바이든-날리면' 사태 당시 MBC 보도국장인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본질은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가 아니다"라며 외교부의 대리 소송과 대통령실의 진실 은폐 과정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저희 취재에 따르면, 당시 외교부 실무선에서 '각하 사유가 되기 때문에 이 소송에 외교부가 나설 수 없다'  '소송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보고가 장관(박진)에게 이뤄졌다. 당시 장관이 대통령 측에 보고했지만 결국 대통령실이 묵살해 소송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것은 외교부에서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이것부터 먼저 밝혀달라"고 했다.

또 박 회장은 '바이든-날리면' 사태 당시 대통령실의 태도가 16시간 만에 급변한 데 대해 관계자들을 조사해달라고 했다. 박 회장은 "16시간이나 지나도록 대응하지 못했고, 발언을 덮어달라고 은폐하려 했던 대통령실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며 "김은혜 (전 홍보)수석이 전 국민을 듣기평가 시험에 들게 했다. 그 16시간 사이에 또 다른 VIP 격노가 있었던 것 아닌지 현장 언론인들은 의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반드시 그 라인에 있었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상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 설명과 윤석열 전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을 동행 취재한 기자들의 해설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2022년 9월 22일 오전 7시 30분 무렵 관련 영상이 방송매체 서버로 송출됐다. 방송기자들은 동영상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각자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으며 오전 7시 40분경부터 욕설로 들리는 단어가 있다는 이야기가 기자들 사이에서 오갔다. 기자들은 기자실에 있던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바이든'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이 관계자는 "나는 다르게 들린다. 좀 기다려달라"는 취지로 답했다.

오전 9시를 전후로 '바이든'으로 적시된 발언 녹취와 영상이 이른바 '지라시'로 돌았다. MBC가 오전 10시 7분 보도를 했고, 당일 대부분의 언론사가 '바이든'으로 표기해 보도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영상취재 기자단에게 "어떻게 해줄 수 없느냐"고 말한 데 이어 방송사 취재기자단 간사에게도 "외교상 부담이 될 수 있는 내용"이라며 비보도를 요청했다. 해당 영상이 퍼진 3~4시간 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사적 발언을 외교성과와 연결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실도 윤 전 대통령 발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이 시점까지 윤 전 대통령 발언을 두고 기자들과 대통령실 사이에 논란이 없었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MBC를 타겟으로 한 고발·집회에 대해서도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회장은 "보도가 나가고 불과 며칠  사이에 국민의힘이 고발장을 보내왔다. 이후 고발장 12장이 한꺼번에 날아왔다"며 "여기에는 명예훼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도 있지만 일부 단체가 저희를 일반 이적죄로 형사고발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제가 보도국장을 하던 시절 매일 MBC 광장에서 비속어를 써가며 'MBC를 죽이겠다' 'MBC를 폭파하겠다'는 노래·구호·집회가 이어졌다"며 "이런 일사분란한 소송, MBC를 타겟으로 한 집회, 이 모든 것이 정권 차원의 기획이었다고 많은 기자들은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2022년 9월22일 당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미국 뉴욕에서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바이든-날리면' 사태는 조현 신임 외교부 장관의 사과와 외교부의 소송 취하로 끝낼 일이 아니라며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사과를 해서 끝날 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 소를 취하한다고 없던 일로 덮을 수 있는 사건이 결코 아니다"라며 "사과의 주체 역시 조현 장관이 아니라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 홍보수석 김은혜, 윤석열 본인이 사좌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바이든-날리면' 사건 이후 윤석열 정권의 MBC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됐고 이것은 방송장악의 시작점이 됐다"며 "불법적인 2인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시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표적·입틀막 심의가 이어졌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언론노조가 민주당과 맺은 대선정책 협약 두 번째 조항이 언론장악 진상규명"이라며 "MBC 탄압 과정은 물론 KBS·YTN·TBS·방통심의위까지 이어진 폭압적인 언론탄압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과 공영성 회복의 길에 국정기획위가 앞장서 달라"고 했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본질은 윤석열 욕설 사태, 그리고 언론에 대한 보복과 탄압이다. 누군가 진상을 외면하고 체계적인 언론의 역할을 말살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그냥 '바이든-날리면'이 아니다. 진상규명이 먼저다. 진상규명이 있어야 재발방지가 된다"고 했다.

김현 국정기획위 사회2분과 위원은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고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쫓아내는 데 대략 1년이 걸렸다. 이후 진행된 것이 TBS 탄압, MBC 탄압, KBS 수신료 분리징수, YTN 사영화"라며 "가장 탄압을 많이 받았던 MBC의 '바이든-날리면' 문제를 유야무야하지 않고 진상규명을 통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바이든-날리면'에 대한 정부의 입장,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에 소홀함이 없도록 반드시 챙겨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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