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통일교 전 간부에 "MBC 없애려는데, 피바람도 좋다"
김건희 특검팀, 통일교 전 간부 소환 조사 '바이든 날리면' 이후 "좌파 언론 잘 다스려야" 외교부, MBC 정정보도 소송…기자 무더기 고발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김건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전 통일교 간부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이 MBC를 없애려고 하는데 강하게 밀어붙이라, 피바람도 좋다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발언 시점은 ‘바이든 날리면’ MBC 보도 이후라고 한다. 당시 대통령실과 여당은 ‘바이든 날리면’ 보도와 관련해 MBC 압박에 나섰다.
24일 한국일보 [단독] 보도 <건진법사, 통일교 키맨에 "MBC 없애려 해… 공포정치 피바람도 좋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팀은 전날 ‘건진법사 청탁’ 의혹 키맨으로 꼽히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를 소환해 전 씨와 언론사 관련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이유를 캐물었다.
전 씨는 ‘우호적인 언론이 필요하다’는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윤 씨에게 “MBC 내년에 없애려고 하는데 강경하게 밀어붙이시라 했다” “좌파 방송과 언론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가 MBC를 없애려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부추겼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윤 씨가 “언론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호응하자 전 씨는 “지금은 검찰, 경찰 모두 동원해 법치로 가야 한다"며 "공포정치도 좋으니 피바람 일으키는 것도 좋다"는 취지로 말했다.
2022년 9월 21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후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해 파문이 불거졌다.
당시 MBC를 비롯한 140여 개 언론사들이 '윤 대통령의 발언 중 국회는 미 의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관련 보도들이 쏟아지고 약 15시간 뒤 김은혜 당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금 다시 한 번 들어봐 달라”며 “국회에서 승인 안 해 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다”고 해명, ‘바이든 날리면’ 논란이 촉발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당시 여당은 MBC만 콕 집어 압박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MBC에 공문을 보내 보도 경위를 소명하라고 요구했고, 국민의힘과 보수 성향 단체들은 MBC 사장·보도국장·기자들을 무더기 형사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MBC에 대한 광고 중단을 언급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3000만 원을 부과했다.
MBC 취재진은 대통령 전용기에서 배제됐다. 2022년 12월 발언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아닌 외교부가 MBC의 보도만 문제삼아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정확히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증명하거나 판단하지 못하면서 MBC 보도를 ‘허위’라고 규정했다.
2022년 11월 초 전성배 씨는 윤 씨에게 “YTN 인수할 수 있도록 조치하려 한다. 국가기관(한전KDN, 한국마사회)이 지분 가진 거 확인하고 이철규 의원에게 인수 방법을 알아보도록 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문자는 앞서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부(부장 박건욱)가 전 씨와 윤 씨의 휴대폰을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확보됐다고 한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문자 내용과 관련해 언론에 “윤 씨에 대해 일체 모르고 YTN 인수에 관여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지난 2022년 10월 11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장현 당시 한전KDN 회장에게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YTN 주식과 골프 콘도 회원권 등 비업무 자산을 매각하는데 한전KDN 노조, 경영진까지 여기에 반대하고 저항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빨리 매각하라”고 재촉했다. 이에 김 사장은 “(매각을)추진하겠다”고 답했다.
2022년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 명목으로 YTN의 공기업 지분(한전KDN 21.43%, 한국마사회 9.52%) 매각을 추진했다. 이들 공기업은 YTN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돌연 매각으로 선회했다. YTN 공기업 지분은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의 ‘통매각’을 통해 3199억 원의 입찰가를 써낸 유진그룹의 특수목적법인 유진이엔티에 낙찰됐다. ‘통매각’으로 인해 인수 희망 기업 절반가량이 자격조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것으로 의심된다. 방송법상 대기업, 신문사 등은 보도전문채널 지분을 30%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창시자 고 문선명 총재의 3남인 문현진 씨가 의장으로 있는 글로벌피스재단은 1200억 원의 입찰가를 써냈다. 통일교 측은 글로벌피스와 관련해 2012년 소송을 거쳐 결별한 사이로 통일교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24일 삼일회계법인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영장에 ‘YTN 인수 청탁’을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삼일회계법인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통일교의 YTN 인수 추진 과정에 외부의 부정한 조력이 있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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