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지게차 결박, 끔찍한 인권유린…우발적 일탈 아니다”

인권단체 "이주노동자 구조적 차별·폭력이 만든 결과" 피해자 "웃었다는 이유로 벌칙…수치심 공포감 느껴" 이 대통령 "약자에 대한 야만적 인권침해 철저히 엄단"

2025-07-25     노하연 기자

[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전남 나주시 한 벽돌공장에서 이주노동자를 벽돌더미에 결박, 지게차로 들어올리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20여개 광주·전남 인권·사회단체들은 24일 나주시청 앞에서 ‘이주노동자 인권유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장난이라거나 벌칙이라는 말로 용인될 수 없는 일이 이주노동자에게 자행됐다”며 “오늘, 7월 24일은 불안에 떨고 있는 이 청년노동자의 생일이다. 그러나 그는 기쁨과 축하가 아닌 폭력과 공포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하는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사진=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지난 23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언론에 2월 26일 촬영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A 씨가 지게차에 얹힌 벽돌더미에 결박된 채 공중에 띄워져 끌려다니는 영상을 공개했다. 주변 동료들은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거나 웃고 있었다. 일부 동료는 “잘못했다고 해야지”라며 A 씨를 조롱했다. 이 상황은 30분가량 지속됐다고 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인 A 씨는 “당시 상급자가 다른 이주노동자에게 벽돌을 비닐로 감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이를 보며 웃었다는 이유로 이런 벌칙을 받았다”며 “수치심과 공포감을 느꼈고,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날 벽돌공장 대표는 오마이뉴스에 “가해 노동자들은 ‘장난이었으며, 피해자에게 사과했다'고 밝혔으나, 피해 노동자는 심적 충격이 아주 큰 것 같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광주·전남 인권단체들은 “이 끔찍한 인권유린은 단지 우발적 일탈이 아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폭력의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라며 “함께 일하는 노동자가 아닌 기계처럼, 우리 곁의 이웃이 아닌 동물처럼, 이주노동자를 인식하는 문제가 이번 참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남 나주의 벽돌공장에서 이주노동자가 비닐로 결박된 채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모습 (사진=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이들 단체는 “이제 반복되는 인권유린과 인권침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먼저 지자체와 노동당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 심리·법률·의료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가해자는 엄중히 처벌받아야 하고 사업주의 방조 또는 책임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광주·전남 인권단체들은 정부를 향해 “반인권적 처사와 반노동적 행태로 고통받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위험의 이주화 중단,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노동허가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SNS에 관련 영상을 공유하고 “영상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세계적 문화 강국이자 민주주의 모범 국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소수자,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 유린”이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야만적 인권 침해를 철저히 엄하게 다스리겠다”고 했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조사에 착수했다.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전남경찰청은 드러나지 않은 범법 행위가 더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해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수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발표문을 내어 “해당 사업장에 대해 즉시 기획 감독에 착수한다”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폭행, 직장 내 괴롭힘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임금체불 등 노동관계법 전반에 대한 감독까지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하고,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외국인 고용사업장에 대한 선제적 예방 감독도 더욱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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