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방송장악' 피해자들, 이 대통령에게 "소송 멈춰달라"
전·현직 언론 기관장·공영방송 이사 기자회견 “일부 소송 취하 환영, 남은 방송장악 법적 대응 철회해야” “방송장악 지시·실행자 국정조사로 책임 물어야”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부당하게 해임된 전직 언론기관장과 공영방송 이사진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전임 정권의 '방송장악' 법적 대응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국정조사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지시자와 실행자에 대한 법적·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불법 해임·교체된 전직 언론 기관장, 전·현직 공영방송 이사 등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피해자’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에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광복 전 부위원장·김유진 전 위원·미임명 위원, KBS·MBC·EBS 전현직 이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의 조직적인 방송장악 시도에 맞서 싸워온 당사자들”이라며 “당시 공영방송 이사들에 대한 해임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격적이고 폭력적으로 이뤄졌다. 감사원, 국민권익원회, 검찰, 경찰 등 모든 권력기관이 총동원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러한 시대착오적 폭압에 맞서 그 시절 권력 남용과 언론 탄압을 온몸으로 견디며 민주주의와 공영방송을 지켜내고자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고, 방송 장악 시도에 맞서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비롯한 각종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각종 민사·형사 등 지금도 법적 분쟁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사건에서 법원은 해임의 부당성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과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소송을 계속 이어가며 사실상 보복성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다행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일부 항소를 취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향후에도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책임 있는 조치들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며 5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들은 “해임의 부당성이 인정된 사건에 대해 정부가 항소나 상고와 같은 불필요한 법적 대응을 중단하고, 아직 1심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 당초 해임처분 자체가 위법한 조치였던 만큼 관련 처분을 철회해달라. 2024년 방통위가 임명한 공영방송 신임 이사 임명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해서도 일관성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해임 또는 이사진 교체에 반발해 진행 중인 소송은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면직 처분 취소 소송(1심 진행 중) ▲윤석년 전 KBS 이사 해임 처분 취소 소송(1심 진행 중) ▲권태선 방송문회진흥회 이사장 해임 처분 취소 소송(2심 진행 중) ▲김기중 방문진 이사 해임 처분 취소 소송(2심 진행 중) ▲정미정 EBS 이사 해임 처분 취소 소송(1심 진행 중) ▲방문진 신임 이사 임명처분 취소·임명처분 무효확인 소송(1심 진행 중) ▲KBS 신임 이사 임명처분 무효 확인 소송(1심 진행 중) ▲신임 KBS 감사 임명처분 무효 확인 소송(3심 진행 중) ▲신임 EBS 사장 임명처분 무효확인 소송(1심 진행 중) 등이다. 또 검찰은 지난해 유시춘 EBS 이사장을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공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행정소송과 관련해서도 위법행위에 대한 철회 또는 취소 조치를 진지하게 고려해달라”며 “법무부 장관은 행정소송과 관련해 방통위원장을 지휘할 수 있고,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지휘할 수 있으므로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통해 신속한 조치를 지시해 달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자행한 방송장악 시도의 실체를 국회 국정조사 및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철저히 밝혀, 다시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탄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달라”면서 “YTN 매각 승인 의혹, KBS 사장 선임 개입 의혹 등 불법적 방송장악 행위 전반에 대해 지시한 자와 실행한 자들의 법적·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후 이 대통령이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취하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해임 판결이 확정된 KBS 남영진 전 이사장과 김의철 전 사장이 소회를 밝혔다.
남 전 이사장은 “해임되고 2년이 지나 기적적으로 돌아왔다”며 “MBC, EBS 이사진 동료, 언론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방송·언론, 나아가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남 전 이사장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소송으로 인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이 대통령도 많은 소송을 당하고 고통을 겪었다. 하루빨리 정리해 새로운 나라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제가 불법 해임된 이후 KBS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국민 여러분들이 잘 알 것”이라며 “민주주의 위기는 공영방송 위기로부터 시작된다. KBS가 바르게 역할을 하면 민주주의의 위기는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KBS가 그동안 국민의 신뢰를 많이 잃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핵심 공론장이자 문화 정체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KBS의 진정한 주인인 시청자와 정책 결정권자들, 언론인에게 호소드린다. 이번 기회에 다시는 KBS가 정치적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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