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김건희 특검 수사와 무슨 상관이냐고요?"
KT새노조·민생경제연구소, 김건희 특검에 인사 외압 고발 "김건희·윤석열·이관섭·국민의힘, 구현모 날리기 음모" 최종 사장 후보자 구현모·윤경림 돌연 사퇴, 재재공모 5개월 경영공백 후 현 김영섭 사장 취임…이관섭 친구 동생설 전·현직 고위관계자 "윤 정부 실세들, 경영진 후보자 교체 관여"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윤석열 정부의 KT 인사 외압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KT 노조·시민사회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KT 인사 외압 의혹 고발장을 김건희 특검에 제출했다. 이들은 KT 광화문빌딩에 위치한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에 사건을 접수하려 했으나 KT의 건물 방호조치에 가로막혔다. 또 법무부가 김건희 특검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윤석열 정부 KT 인사 개입 의혹 사건을 전달했다고 한다.
지난 2일 KT새노조·KT민주동지회·공공운수노조·민생경제연구소 등은 KT 광화문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경영 공백 사태의 본질인 윤석열 정부 외압 사실을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 김건희 특검이 성역 없는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조·시민사회는 KT 경영진 인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와 대통령실 인사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제보와 취재를 종합해보니, 처음부터 김건희, 윤석열, 이관섭(전 대통령 비서실장),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구현모(전 KT 대표)를 날리기로 음모를 짠다. 절대 구현모는 안 된다, 구현모랑 친한 사람도 안 된다고 한다"며 "그렇게 무리해서 불법적으로 (구현모 사퇴를)관철시켰는데 후임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김건희 눈치만 보다가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김건희가 낙점한 김영섭(현 KT 대표)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낸 것"이라고 했다.
KT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표 선임을 하지 못해 경영공백 사태를 맞았다. 지난 2022년 12월 16일 KT 이사회는 당시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적격하다는 심사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날 구 대표는 스스로 복수 후보 경선을 역제안했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셀프 연임'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구 대표는 경선을 거쳐 2022년 12월 28일 최종 후보로 선정됐으나 국민연금은 공정한 절차에 의해 경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2023년 1월 30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며 "소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작동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3년 2월 KT는 차기 대표 공모를 진행하고 총 34명의 후보를 확정했다. 구 대표 역시 후보로 지원했으나 2월 23일 돌연 사퇴했다.
KT 이사회가 전·현직 임원 4명으로 후보자를 압축하자 국민의힘이 비판에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023년 3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검경은 구현모 사장과 일당들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 'KT가 사장 돌려막기를 고집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KT가 특정 카르텔의 손에 놀아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의힘 기자회견과 관련한 기자 질문에 '투명한 거버넌스가 안 되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그 손해는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23년 3월 7일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이 최종 대표 내정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윤 내정자는 3월 23일 주주총회를 나흘 앞두고 사퇴했다. 당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윤 내정자는 KT 이사들에게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다"며 사의를 표했다. 결국 2023년 8월 4일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KT 대표로 선정됐다.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왜 김건희 특검이냐, KT가 특검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다. KT는 정치권의 전유물처럼 활용되어 왔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안 그랬을 것 같나"라며 "재계 순위 12위, 통신 대표 KT에서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 치열했던 KT 대표 선임 과정에 후보에도 이름이 오르지 않았던 김영섭 대표가 떡하니 KT 대표로 왔다. 그러더니 이관섭 비서실장과 개인적 인연이 있네, 김건희의 입김이 들어갔네 하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며 "김영섭 KT 대표는 지역 예선도 치르지 않고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딴 격"이라고 했다.
지난 3일 뉴스토마토는 KT 전·현직 고위관계자 증언을 종합해 KT 경영진 후보자교체 배후에 용산 대통령실이 있었다고 [단독] 보도했다. 뉴스토마토는 "이들은 '2022년 말 (구현모 당시 대표의) 연임 도전을 시작으로 2023년 8월 김영섭 대표 체제가 만들어지기까지 이관섭, 이복현, 김대기 등 윤석열 정부의 실세들이 직간접적으로 KT 경영진 교체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KT 고위 관계자는 특히 윤경림 대표 내정자의 사퇴에 더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토마토에 "왕수석으로 불리던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이관섭이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 기자회견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은 용산에서 써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며 여론을 조성했다"고 했다. 그는 "윤경림 후보의 사퇴와 과련해 당시 금융감독원장이었던 이복현이 용산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며 "윤경림이 검찰 조사 당시 이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면서 알려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뉴스토마토는 "시민단체도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애국우파 시민단체를 주장하는 '정의로운사람들'은 구현모·윤경림, 두 사람을 일감 몰아주기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고발에 나섰고, 그 배후에도 용산이 있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KT 고위 관계자는 "시민단체 고발에 당시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었던 이동관이 개입했다"면서 "1년 3개월여에 걸친 수사 끝에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연임을 노린 죄로 보복성 고발이자 수사였다"고 말했다.
KT 고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용산이 KT 지배구조도 장악해 나갔다고도 주장했다. 2023년 4월 구성된 뉴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와 이후 구성된 KT 이사회에까지 용산이 개입했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TF 5인 중 조명현(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과 주형환(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키맨이었는데, 이들은 용산의 경제수석 라인과 긴밀하게 소통을 해왔다"며 "당시 경제수석이었던 최상목과 주형환은 기획재정부 출신, 조명현은 코넬대학교 동문으로 묶인다"고 했다.
전직 KT 고위 관계자는 "오죽하면 차라리 차기 대표를 용산이 지목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묵묵부답이 이어지면서 경영진 공백을 낳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 대통령실 비서실장인 김대기가 경기고와 서울대 동문인 LG그룹 권영수 부회장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김영섭 대표를)KT 이사회에 통보했다"고 했다. 뉴스토마토는 "김영섭 대표는 이관섭의 형과 경북대 사대부고 동문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했다. 뉴스토마토는 "KT 경영진 교체에 관여된 것으로 지목된 이들은 하나같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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