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장관 "'바이든 날리면' MBC 소송 분명히 잘못"

조현, 취임사서 윤석열 정부 외교부 과오 사과

2025-07-21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조현 외교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바이든 날리면’ 정정보도 소송에 대해 “외교부가 MBC를 제소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며 “외교부를 대표해 MBC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21일 열린 취임식에서 윤석열 정부 외교부의 과오를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우리는 국익을 중심에 두고 합리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그렇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외교 사안이 국내 정치에 이용됐고 실용과 국익이 주도해야 할 외교 영역에 이분법적인 접근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서희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 장관은 “외국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도 있었다”며 “(부산)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졌는데도 끝까지 '올인'했다. 급기야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통령이 민주주의 전복을 시도하기까지 했다”며 “이런 모든 과정에서 그간 외교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해 외교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재차 말했다. 

조 장관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문화와 업무관행을 확실히 바꾸어 나가겠다.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찾되, 앞으로 지난 정부 탓은 하지 않겠다”며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현실을 냉정히 판단하고 대통령이 강조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MBC는 ‘바이든 날리면’ 논란에 대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MBC 관계자는 17일 미디어스에 “해당 건은 정정보도 소송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사안으로 조정이나 화해가 아니라 외교부가 소를 취하하는 것이 마땅하다. 윤석열 정부가 많은 언론을 탄압한 만큼 당시 대통령의 발언과 대통령실의 해명 과정 그리고 이후 조치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날리면’ 보도를 한 MBC 임현주 기자는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소 취하 입장과 관련해 “소 취하가 먼저가 아니라 당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과정을 통해 13시간 만에 해명이 나왔는지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 21일(현지사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빠져 나오는 모습 (사진=MBC 보도화면 갈무리

MBC 이기주 기자는 17일 SNS에 “지난 3년간 전국민 듣기평가 시키고, MBC 괴롭히면서 재미는 다 봐놓고 이제 와서 소를 취하하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라며 “2심 재판을 끝까지 해서 황당무계했던 1심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라고 적었다. 이 기자는 지난 2022년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출근길 문답에서 ‘바이든 날리면’ 보도로 촉발된 MBC 취재진 전용기 배제에 대해 항의했다. 이후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은 중단됐다. 

지난해 1월 외교부와 MBC의 ‘바이든 날리면’ 정정보도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정확히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증명하거나 판단하지 못한다면서도 MBC 보도를 '허위보도'로 규정했다. 1심 재판부가 재판 과정에서 외부 감정인을 통해 확인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 ***(판독불가) 쪽팔려서 어떡하나"이다. 1심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과 '날리면' 중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기술적 분석을 통해서도 특정 단어가 언급되었는지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경우 언론사로서는 합리적인 근거 없이 특정 단어가 언급되었다는 식으로 단정적인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입증 책임을 MBC에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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