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처참히 망가진 방심위 지배구조 개편해야"
정연주 후임 류희림, 윤석열 정권 '비판언론 입틀막 첨병' 역할 윤석열, 9인 합의제 기구 방심위를 '대통령 추천 3인'으로 운영 "정권 도구로 악용되지 않는 지배구조 개편, 국회가 힘써야" 과방위 통과한 방통위설치법 '방심위원장 정무직 공무원' 규정 중앙일보 문화스포츠국장 "정치권 영향력 더 키운 것 아닌가"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해촉 취소 판결이 방통심의위 개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으로 이어졌다. 정 전 위원장 해촉 이후 방통심의위가 비판언론을 틀어 막는 도구로 활용된 만큼, 방통심의위 지배구조와 모호한 심의 규정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덕)는 방통심의위 정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해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정 전 위원장은 SNS를 통해 "오늘 판결이 방통심의위 정상화의 한 계기가 되고, 아울러 2년 전 방송장악을 위해 윤석열 집단이 자행했던 여러 폭거의 실상을 되새기면서 방송이 제자리를 찾는 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8월 윤 전 대통령은 정 전 위원장과 이 전 부위원장을 업무추진비 과다 사용, 출퇴근 시간 미준수 등의 사유로 해촉했다. 근거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통심의위 회계 검사였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18시 이전 퇴근 비율 73%, 업무추진비 초과 사용 24회를 기록한 국민의힘 추천 황성욱 방통심의위원(현 KBS 이사)은 해촉하지 않았다.
정 전 위원장 후임으로 임명된 류희림 위원장은 방통심의위를 '비판언론 입틀막 '언론장악 첨병' 기구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류희림 위원장 체제 방통심의위는 '민원사주' 사건과 최고수위 제재 남발로 언론·표현의 자유를 훼손한 기구로 평가되고 있다.
18일 한겨레는 사설 <정연주 방심위원장 해촉 취소 판결, 윤 정권 횡포 확인>에서 윤 전 대통령의 정 전 위원장 해촉을 "당시 야권 우위였던 방통심의위 상임위원 구성을 뒤집기 위한 표적 감사와 해촉"이라고 규정했다.
한겨레는 "정 전 위원장을 몰아낸 뒤 후임으로 임명된 류희림 위원장은 ‘윤석열 부부 비판 보도에 대한 표적 심의’ 등으로 역사상 가장 편파적인 방심위라는 오명을 자초했다"며 "취임 첫날부터 '가짜뉴스 척결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하더니 넉달 동안 무려 27건의 법정제재를 의결해 전임 위원장들보다 최대 10배 많은 제재를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 과징금,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인용 보도 과징금, 민원사주 사건, 윤 전 대통령 풍자 영상 접속 차단과 직원 보복성 인사, 날치기 셀프 연임 등 류 전 위원장의 행위를 나열했다.
한겨레는 "방통심의위는 이명박 정부 당시 민간 기구였던 방송위원회와 정부 부처인 정보통신부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민간 규제 기관"이라며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의 관여를 최대한 배제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처럼 기구 설립 목적과 취지를 깡그리 무시하는 세력에 의해 처참히 망가질 수 있다는 한계가 드러났다"고 짚었다.
한겨레는 "정권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는 지배구조를 좀 더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합의제 기구 위상에 걸맞은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도록 국회가 힘써야 한다"며 "논란이 되어온 공정성 조항을 좀 더 엄격히 규정하거나 아예 배제하는 방향도 열어두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방통심의위 공정성 심의 조항은 비판언론 입틀막 도구로 활용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행법상 9인의 방통심의위원은 대통령 추천 3인, 국회의장 추천 3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추천 3인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야권 위원 해촉과 야권 추천 인사 미임명으로, 합의제 기구인 방통심의위를 대통령 추천 인사가 지배하는 기구로 만들었다. 류 전 위원장이 지난달 3일 사퇴하면서 대통령 추천 2인만 남아 심의 업무가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중앙일보 이지영 문화스포츠국장은 지난달 19일 칼럼 <심의 중단에 소송 전패… 만신창이 방심위>에서 "지난해 7월 제6기 방심위가 출범한 뒤로 방심위원은 류 위원장을 포함해 줄곧 3명이었다. 모두 대통령 추천 몫"이라며 "정치적 다양성 확보와 합의제 정신 등은 설 자리를 잃었다"고 했다.
이 국장은 "‘2인 체제’가 된 방심위가 맞닥뜨린 현실은 심의 중단만이 아니다. 류 위원장 취임 이후 의결됐던 방송사 중징계가 행정소송을 통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며 "방송사들이 제기한 30건의 제재 처분 취소 소송 중 지금까지 1심 결과가 나온 13건 모두 방송사가 승소했다. 균형감각을 잃은 심의 결과가 어마어마한 행정력 낭비로 귀결된 셈"이라고 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국회 과방위를 통과한 '방통심의위원장 탄핵법'이 개선책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과방위를 통과한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은 방통심의위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을 더 키웠다"며 "위원장의 신분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바꾸고 인사청문회와 탄핵소추의 대상으로 규정한다. 같은 방식으로 운영해 현재 이진숙 위원장 한 명밖에 남아있지 않은 방통위의 처지를 보면, 과연 개선책인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 국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으로 ‘방통심의위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제시하고 위원회 구성 및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했다"며 "방통심의위에서 정치색을 빼는 방향으로 숙고를 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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