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정부에 다시 인간의 존엄을 묻는다
[기고] 사회적 정의 회복을 위한 시스템 마련해야
[미디어스=권오석 칼럼] 최근 부실 건축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인간의 생명이 무너진 그 자리에 기업과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법은 뒤늦게 '형사처벌'로 대응한다. 그러나 과연 처벌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멈춰 서야 한다. 이는 단순한 안전불감증이나 관리소홀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사회적 도덕의 상실’이 빚어낸 구조적 참사다.
역사를 돌아보면, 정의와 윤리가 무너진 사회는 반드시 몰락했다. 고대 로마는 부패한 권력과 양극화, 도덕적 무관심 속에서 내부로부터 붕괴했다. 조선 말기 또한 세도정치와 관료의 탐욕, 민생의 도탄을 외면한 결과 동학농민운동, 외세 의존, 결국은 국권 상실로 이어졌다. 공통점은 명확하다. 권력은 부패했고, 법은 약자를 외면했으며, 사회는 정의를 잃었다.
오늘의 한국 사회 역시 다르지 않다. 정부는 책임 회피에 익숙하고, 행정은 보신주의에 갇혀 있다. 대기업은 이윤 극대화에 몰두하며 사회적 책임은 형식에 그친다. 법과 제도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권리를 더 보호하고, 언론은 진실보다 조회 수를 좇는다. 교육은 경쟁만 가르치고, 공동체 윤리는 점점 사라진다. 그 결과 OECD 자살률 1위, 국민 행복지수 세계 50위권이라는 '불행한 선진국'의 민낯이 드러난다.
더 큰 문제는 과거의 국가폭력과 제도적 불의로부터 비롯된 수많은 억울함이 아직까지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강제 수용, 공안 조작, 관행적 행정 폭력, 부당한 판결로 삶이 무너진 사람들. 그들은 지금도 채무 속에 고통받거나 사회적 낙인에 갇혀 살아간다. 우리는 ‘죽은 자들의 명예회복’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 있는 자들의 억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국민주권정부는 다음을 즉시 실천해야 한다.
첫째, 피해자 중심의 법제도 개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실효성을 갖춘 예방 중심 법제로 개정되어야 한다. '행정' 실패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억울한 국민에게는 실질적인 배상과 회복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 ‘국민 억울함 조사위원회’ 설치를 제안한다. 억울한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분쟁을 조정하며, 법 개정으로 연결하는 상설 기구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정의 회복을 위한 국가의 의무이다.
셋째, 교육과 행정의 전면 개편이다. 시민 윤리, 정의, 책임 교육을 강화하고, 공직사회에는 실질적인 윤리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더 이상 실수에 면죄부를 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책임을 묻고 오류를 바로잡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넷째, 사법 개혁이다. 피해자 중심의 재판 절차 확대, 국민참여재판 활성화, 사법의 독립 감시기구 설치가 필요하다. 정의는 절차가 아니라 결과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제는 ‘왜 이런 일이 또 일어났는가’라고 묻는 대신,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시간이다. 이 땅에서 살아갈 다음 세대가 더 이상 억울한 사회에 살지 않도록 지금 우리가 나서야 한다.
정의는 제도 이전에 인간의 마음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지금, 사회적 정의를 회복하는 길목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억울한 자의 편에 서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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