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법 개정으로 공영방송 사장 교체, 정말 문제 없나

부칙 '3개월 내 이사회 교체 후 사장 교체' 규정 민주당 2000년 제정 통합방송법 '부칙' 준용 논란 법원, 윤석열 공영방송 이사·사장 해임 제동 "법적 다툼 없을지 명확한 설명, 논의 필요"

2025-07-17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과방위를 통과한 방송3법을 두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입법을 통해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방송3법 부칙은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공영방송 3사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이사회가 새 사장을 임명, 기존 사장은 임기가 종료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영방송 사장의 3년 임기를 규정한 법·정관과 방송3법 부칙이 충돌해 법적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된다.

한편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박장범 KBS 사장은 방송3법 부칙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장 국회를 상대로 방송법 부칙 효력정지 가처분과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할 것이라는 예측이 KBS 내부에서 돌고 있다. 또 국민의힘과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이재명 정부의 방송장악 프레임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막바지인 8월 초 방송3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 처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위원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방송3법'에 대해 찬성 표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송3법은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비율을 40% 보장하고 나머지 이사는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와 임직원,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는 3개 미디어학회와 2개 변호사단체가 추천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여야는 법적 근거 없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7대4(KBS), 6대3(방송문화진흥회, EBS) 구도로 추천해왔다. 

공영방송 이사 수는 KBS 이사회 15명, 방송문화진흥회·EBS 이사회 13명으로 확대된다. 정치권 추천 이사는 교섭단체 의석수 비율로 계산해 여야 몫을 나눈다. 현재 민주당은 167석, 국민의힘은 107석이다. KBS 이사회 기준으로 민주당은 4명, 국민의힘은 2명의 이사를 추천하게 된다.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미디어학회·변호사단체 추천 공영방송 이사 수는 4명이다. 

공영방송3사와 보도전문채널에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사추위) 제도가 도입된다. 사추위 규모는 100명 이상이다. 사추위가 추천하는 사장 후보는 '3명 이하 복수'다. 사추위가 추천한 사장 후보는 이사회가 특별다수제(5분의 3이상 찬성)와 결선투표제를 통해 선출한다. 다만 보도전문채널의 경우, 사추위를 구성하려면 노사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방송3법 부칙은 법 시행 시 공영방송 이사회와 사장을 교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 부칙 제2조는 ▲KBS 이사회는 이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이 법 개정규정에 따라 구성되어야 한다 ▲이 법 시행 당시 KBS 이사·사장·부사장·감사는 이 법 개정규정에 따른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그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BS 이사회를 3개월 내로 교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KBS 사장·부사장·감사는 언제까지 교체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방송법상 KBS 사장을 비롯한 집행기관의 임기는 이사의 임기 규정을 준용, 3년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방송법 개정안 부칙 제3조 '보도전문채널 사장·보도책임자는 이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개정규정에 따라 대표자와 보도 책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규정과 차이가 있다. YTN·연합뉴스TV의 기존 사장·보도책임자 임기를 '3개월 이내'로 규정했는데, 기존 KBS 사장·부사장·감사 임기는 구체화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공영방송 복원 위한 방송3법 개정, 더이상 미룰 수 없다' 토론회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방송3법이 시행되면 KBS 사장·부사장·감사가 교체된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말에 진정성이 있다면 KBS 사장 임기 3년을 보장하면 된다"며 "그냥 당당하게 '우리가 정권 잡았으니까 방송 우리 것'이라고 얘기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6·3 대선을 통해 윤석열 정권이 제로(0)세팅됐다. 윤석열 정권에서 만들어진 여러 언론 상황이 제로 세팅되어야 한다는 것이 민심의 뜻임이 이번 대선을 통해 확인됐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김현 민주당 과방위 간사는 지난 8일 기자협회보에 "현재 KBS 사장은 사추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선임됐다"며 "신법에 따라 이사회가 새로 구성되고 사추위가 사장후보를 추천해 이사회에서 임명제청하면 새로운 사장이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즉 개정된 방송법을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2000년 통합방송법 시행 당시에도 법령 변경에 따라 이사회가 새로 구성됐고, 이에 따라 당시 박권상 사장이 새로운 이사회에 의해 재신임돼 연임한 전례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2000년 통합방송법의 경우 부칙에서 KBS 이사회뿐 아니라 사장·부사장·감사 등 '집행기관'을 법 시행 3개월 내에 새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현 방송3법과 차이가 있다. 통합방송법은 김대중 정부 시기 제정됐으며 기존 KBS 사장이 재신임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환경이 현재와 다르다.  

한국방송학회장과 KBS이사를 역임한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암시적으로 법에 의해 새로 사장을 선임한다는 뜻 같다. 그것을 왜 명시적으로 해놓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2000년 통합방송법과 박권상 사장 재신임 사례에 대해 "정권 내에서 이루어진 법을 통한 변화이기 때문에 양해가 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지난 정권에서 임명한 사장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법 개정을 통해 공영방송 임원을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강 교수는 "방송3법 부칙의 패러다임은 새 판을 짠다는 것이다. 학술적으로, 개념상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기존 사장이 얼마나 남아있느냐가 공영방송 독립성의 척도"라며 "공영방송 사장은 무슨 문제가 있든 끝까지 지켜야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공영방송 사장에게 정당한 해임사유가 있다면 해임되어야 하는데, 법을 통해 사장을 교체하는 셈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강 교수는 윤석열 정권에서 법원에 의해 공영방송 임원의 독립성이 확립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정권이 바뀌면 부당한 방법으로 이사회를 동원해 사장을 교체했고, 대부분의 경우 살아돌아왔다. 하지만 (3심제를 거쳐야 해)회복되지는 못했다"며 "그런데 그런 점이 문제가 되어서 윤석열 정권에서 MBC의 투쟁은 성공한 것 아닌가. 나중에 해임이 잘못됐다고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가처분을 인용해줘야 한다고 해서 법원이 전향적으로 임기를 보장해주었고, 공영방송 독립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방송3법 부칙에 의해 공영방송 사장이 교체될 경우 정권교체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교수는 "법원 판결로 공영방송 독립성의 발전을 이루어 놓았는데, 그것과 무관하게 법을 바꿔서 사장을 교체하게 된다면 일종의 선례처럼 작용해 정례화되지 않을까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 부칙을 새로 고쳐 교체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강 교수는 이번 방송3법에 공영방송 사장 임기 보장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지난번 방송3법 개정을 시도할 때 다른 의원 안을 보면 사장의 임기 보장을 강조한 내용들이 있었다. 그런 것이 이번에는 오히려 빠졌더라"라며 "이번 방송3법에는 이사진의 독립성과 사추위를 통한 사장 선임으로 공영방송 독립성이 유지된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동안의 문제는 사장을 무리하게 잘라내는 것이었다. 선임 과정에서의 독립성이 중요하고 해임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현 소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언론법학회장인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역시 법을 바꿔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심 교수는 "이사회 구성하는 방식을 제도로 조금 바꾸고 사장 새로 뽑아라, 이 방식이 통한다면 정권 잡을 때마다 법을 바꿀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이사 15명 하던 것을 13명으로 어떻게 바꾸자해서 (사장을)바꿔버리면 되는 것이다. 법인카드 안 뒤지고 빨리, 조금 나이스한 방법으로 사장을 바꾸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 같다. 조건은 국회 다수당(여대야소)"이라고 했다. 

심 교수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3법 부칙은 임기규정인데, 법적 임기가 있는 공영방송 사장에 대해 법(부칙)을 고쳐 일방적으로 기관장 임기를 정할 수 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며 "(국회는)법으로 '새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임기가 주어져 있는 집행기관을 이사회가 새로 구성됐다고 해서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 쉽게 수긍은 안 간다"고 했다. 

심 교수는 MBC·YTN 등 상법을 적용받는 주식회사 방송사의 경우 방송3법 부칙의 위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심 교수는 "YTN은 그냥 일반 민간기업이고, MBC의 경우 법에 따라 설립된 것은 대주주 방문진이다. MBC는 주식회사"라며 "여기에 '사장을 이렇게 뽑아라'라고 하는 것은 KBS·EBS와는 다른 문제"라고 했다.

심 교수는 "YTN을 보면 방송3법은 사장 선출 방법과 '사장을 3개월 이내에 교체하라' 기한이 같이 명시되어 있는데 헌법재판소로 가면 위헌이 날 가능성이 있다"라며 "'사장 교체와 선출 방법을 어떻게 법으로 다 정하느냐' '상법과 회사법 규정에 따라 주총에서 사장을 정한다'  얘기할 수 있다. 주총에서 선정된 사람을 '앞으로는 이렇게 사장을 뽑기로 했어'라며 법을 고쳐 자를 수 있을까"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허가·재승인을 받는 방송사는 공적 책무가 있기 때문에 위헌 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김현 소위원장은 "위헌 소지는 없다. 얼마 전 문형배 (전)헌법재판관이 지난 방송3법이 처리되었더라면, 아쉬움을 피력했던 바 있다"며 "오늘 방송3법의 처리는 과방위 입장에서 매우 소중한 결론"이라고 했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종편·보도 채널은 예외 없이 국가의 승인 내지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재승인·재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며 "고도의 공적 영역이다.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공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법적인 규율이 필요하다는 대전제, 대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방송3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방송3법 부칙상 기존 KBS 사장 임기만료 시점이 왜 2000년 통합방송법이나 YTN과 달리 적시되지 않았는지, 부칙이 공영방송 사장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를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원칙은 국제적 원칙이다. 임기제 원칙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특히 정권 교체 전후로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가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는 중요한 지표"라며 "여러 판례들에 들어있는 내용은 공영방송 독립성을 지키는 데 있어 사장 임기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해임의 요건은 매우 엄격하다는 것이다. 방송3법은 사실상 법을 만들어 사장을 교체하는 것 아니냐는 쟁점이 있는데, 옳다 그르다를 떠나 논의와 설명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2000년 통합방송법 부칙이 논란이 되지 않은 것은 교체 당한 당사자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또 YTN은 방송3법에서 '3개월 이내'에 사장을 교체해야 한다고 넣어놨다"며 "KBS 사장은 이 법에 따라서 자연 임기 종료가 되는 것인지, 소송이 제기될 경우 결과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논의해서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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