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방송3법 '디테일의 악마', 본회의까지 보완하길"

"'공영방송 전리품 챙기기'에서 전향적 태도 변화" 평가했지만 "'정치권 이사' 너무 많아… 방통위에 '친정권 이사' 추천권 쥐여 줘" "민방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제외… '정치 낭인' 막을 내용도 없어" 조선일보, '3개월 내 이사회 교체' 부칙 들어 방송장악 의심 "이 대통령-민주당 난기류, 방송3법 처리 위한 역할분담 아닌가"

2025-07-08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민희)를 통과한 방송3법에서 정치적 후견주의를 덜어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한겨레가 제언했다. 방송3법의 디테일로 들어가면 방송통신위원회에 '친정권 이사' 추천권을 쥐여줄 수 있기 때문에 본회의 의결 전까지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과의 역할 분담을 통해 방송장악 의심을 사는 방송3법을 강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3법을 둘러싸고 여권 내에서 난기류가 흐르는데, 이 대통령이 '굿 캅'(Good Cop), 민주당이 '배드 캅'(Bad Cop) 역할을 맡아 야당 반발이 심한 법안을 처리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위원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방송3법'에 대해 찬성 표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국회 과방위는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비율을 40% 보장하고 나머지 이사는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와 임직원,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3개 미디어학회와 2개 변호사단체가 추천하는 방송3법을 의결했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 수는 KBS 이사회 15인, 방송문화진흥회·EBS 이사회 13인으로 확대했다.  

방송3법에 따르면 공영방송에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제도가 도입된다. 사추위 규모를 100명 이상으로 설정할 것, 사추위가 추천하는 사장 후보는 '3인 이하 복수'일 것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추위가 추천한 사장 후보는 이사회가 특별다수제(5분의 3이상 찬성)와 결선투표제를 통해 선출한다. 

방송3법에서 정치권 추천 이사는 국회 교섭단체 몫이다. 의석수 비율로 계산해 여야 몫을 나눈다. 현재 민주당은 167석, 국민의힘은 107석이다. KBS 이사회 기준으로 민주당은 4인, 국민의힘은 2인의 이사를 추천하게 된다.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미디어학회·변호사단체 추천 공영방송 이사 수는 4인이다. 여권이 마음먹기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구조다. KBS 이사회로 계산해보면 전체 이사 15인 중 민주당 추천 4인, 이재명 정부 방통위가 선정한 학회·단체 추천 4인이 임명될 수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EBS지부·지역민영방송노조는 "민주당 방송3법은 갈라치기"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방송3법은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일부 방송사에 한정했다. 적용 대상은 KBS, MBC, EBS, YTN, 연합뉴스TV이다. 공·민영 기준으로 정리해보면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 사영화된 YTN은 적용 대상이지만 재허가·승인 대상인 SBS·지역민방·종편에는 적용 대상에서 배제됐다. EBS는 방통위가 행사해 온 사장 임명권이 그대로 유지됐고 교육부, 교육단체의 이사 추천권이 보장돼 지배구조 개선점을 찾기 어렵다. 

8일 한겨레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은 칼럼 <방송3법, ‘디테일의 악마’까지 살피길>에서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되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여야가 공수를 교대해가며 벌여온 볼썽사나운 ‘공영방송 쟁탈전’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중략)정권만 잡으면 입 싹 씻고 ‘전리품’ 챙기기에 바빴던 걸 생각하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전향적인 태도 변화임이 틀림없다"면서 "그러나 짚고 넘어갈 부분도 없지 않다"고 했다. 

이 실장은 "공영방송 이사 중 국회 추천 몫이 너무 많다는 비판이 있다.(중략)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애초 민주당 법안(21명 중 5명)보다 훨씬 국회 추천 비중이 크다"며 "물론 정치권이 여야 7 대 4(한국방송), 6 대 3(방문진)의 비율로 암암리에 ‘자기 사람’을 이사회에 밀어 넣는 기존 방식과 견주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에 큰 진전을 이룬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권 이사’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이사회가 정파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왼쪽부터) 박애성 위원, 최철호 위원, 심재흔 위원, 손형기 위원, 최창근 부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백선기 위원장, 권재홍 위원, 임정열 위원, 이미나 위원, 이현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 실장은 "공영방송 이사 4명을 추천할 미디어 관련 학회와 변호사단체를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게 한 점도 우려스럽다. 사실상 방통위에 추천 단체 선정 권한을 준 셈인데, 정권의 의중에 따라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방송심의의 흑역사를 남긴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시절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위원 추천 단체 선정 권한이 오남용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당시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선방심의위를 구성하면서 TV조선이 TV조선 출신 인사를 추천하고, 신생 학회인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인사를 추천하도록 했다. 시민단체 몫은 보수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로 넘겼다. 이 실장은 "방통위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개혁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추후 방송 장악 의도를 가진 정권이 들어서면 방통위 손에 ‘친정권 이사’ 추천권을 쥐여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 실장은 "방송3법에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치 의무화, 편성규약 위반 시 처벌,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등의 조항을 신설한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다만 SBS 등 민영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을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고 했다. 이 실장은 이 대통령 공약에 '공영방송 이사·사장 자격요건 강화' '공영방송 임원의 직무상 독립과 정치 중립 의무 강화'가 포함돼 있다며 "방송3법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정치 낭인'들이 공영방송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하려면 이런 내용도 법에 담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실장은 "새로운 제도를 설계할 때는 늘 악용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중략)현재 방송3법 개정 움직임은 방향은 잘 잡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른 감이 없지 않다"며 "본회의 의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학계와 언론단체 등에서 제기하는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보완해갔으면 한다"고 했다. 

SBS·EBS·지역민영방송 노조들이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 방송3법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언론노조 SBS본부)

조선일보는 방송3법 입법 드라이브를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방송장악 시도라고 규정했다. 방송3법 부칙에 따르면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법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 지난 7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말에 진정성이 있다면 KBS 사장 임기 3년을 보장하면 된다"며 "그냥 당당하게 '우리가 정권 잡았으니까 방송 우리 것'이라고 얘기하라"고 했다. 이에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6·3 대선을 통해 윤석열 정권이 제로(0)세팅됐다. 윤석열 정권에서 만들어진 여러 언론 상황이 제로 세팅되어야 한다는 것이 민심의 뜻"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8일 사설 <방송법 난기류, 짜고 치나, 불협화음인가>에서 "이 법안은 시행 후 3개월 내에 방송사 이사회를 한꺼번에 교체하도록 돼 있다. 새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권력의 구조와 관계없이, 누가 집권하느냐와 관계없이 국민 공감대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송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개별 법안에 의견을 밝힌 바 없다'고 덧붙였다"며 "그런데 불과 6시간 만에 민주당은 방송법을 밀어붙였다. 이날 이 대통령과 만찬을 한 민주당 상임위원장들은 '대통령이 방송법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아니라 헷갈리게 만들려는 의도처럼 보인다.(중략)대통령실은 국민에게는 이 대통령이 민주당의 일방 처리에 부정적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하면서, 동시에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생각이 다르지 않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어느 쪽이 대통령의 진심인지 알 수가 없다"며 "대통령의 권위와 권력이 최고조인 임기 초에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뜻을 거슬러 방송법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방송법을 일방 처리하도록 하고 이 대통령은 이 일과 상관없는 듯이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것인가"라고 했다. 

7일 조선일보를 비롯한 복수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상임위원장단 만찬에서 과방위를 통과한 방송3법에 대해 '그동안 대통령실과 여당 간 이견이 있다는 식으로 나왔는데 그렇지 않고 내 뜻과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이 여권 내 불협화음 진화에 나섰다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과의 역할분담을 통해 방송3법 처리 전략을 구사했다는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지난달 이 대통령은 민주당이 방송 3법을 강행 처리하려고 하자, 유보해 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과 크게 관련 없는 개혁 과제를 야당 반발 속에 밀어붙이기는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고 한다"며 "하지만 이날 방송 3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이 대통령은 여당 의원과의 만찬에서 자신의 뜻과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당내 강경파와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일각에선 처음부터 이 대통령이 ‘굿캅(Good Cop)’, 민주당이 ‘배드캅(Bad Cop)’ 역할 분담을 한 것이란 말도 나온다"고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기사 <방송 3법 신호탄 '거부권 법안' 몰아치는 민주... 협치 정국 흐려지나>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여권 분위기는 온도차가 있다. 당장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방송3법 관련 '7월 내 반드시 통과를 위해 무리하게 법안 처리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여당 의사 결정은 상임위-원내-당 지도부-용산의 단계가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다만 최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과방위 대안이 성사된 뒤 당 원내지도부, 당 정책위의장, 대통령 홍보수석실과 충분히 조율했다'며 '조율없이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가짜뉴스를 누가 퍼트리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최근 최민희 위원장과 과방위 간사인 김현 의원이 이 대통령에 방송 3법 관련 대면보고에 나섰는데,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방송 장악을 위해 법을 만든다는 오해를 피할 방안이 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야당의 반발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며 "이에 최 위원장 등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방송 3법 처리에 의지를 드러냈고 이 대통령도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 상임위원단 만찬 자리 참석자는 한국일보에 "방송3법을 두고 당과 용산 사이 불협화음이 나온다는 취지의 지적들이 나오자 대통령이 '(나도)같은 생각'이라며 진화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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