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추천 40%' 방송3법, 민주당 주도로 과방위 통과
이훈기·이정헌 “임명동의제 적용 확대 필요…논의할 것" 이진숙 "방통위, 법제화된다면 후속 조치 만들고 이행할 것"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민희)가 표결 끝에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몫을 40%로 규정하는 방송3법을 처리했다. 과방위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결과로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 단체들이 대표성이 없다며 대거 표결에 불참했다.
국회 과방위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방송3법 단일안’을 상정하고 표결을 거쳐 찬성 11표, 반대 3표로 가결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3인을 제외하고 표결에 불참했다. 당초 이날 안건은 배경훈 과학정보기술통신부 장관 인사청문 사안으로 한정됐으나 오전에 돌연 추가됐다.
이번에 처리된 민주당 과방위 방송3법 단일안은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비율을 40%로 보장하고, 추천 단체를 시청자위원회, 임직원, 미디어학회, 변호사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또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KBS·MBC·EBS·YTN·연합뉴스TV)에 한해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명문화했다.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은 100명 이상으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구성·운영 후 이사회가 특별다수제·결선투표제를 실시하는 내용이다. 공영방송 이사회가 사추위를 구성하면, 사추위는 사장 후보자들을 이사회에 추천한다. 하지만 EBS법의 경우, 현행법과 비교해 교육단체 추천 몫은 1명 늘었으며 교육부 장관 추천 몫은 유지됐다. 방통위원장이 EBS 사장을 임명하는 것은 그대로다.
반대 토론에 나선 야당 간사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방송법 논의에 앞서 방통위 정상화가 우선”이라며 “지금 방통위원장 1인만 남아 있는데, 대통령은 왜 신속하게 방통위원을 임명하지 않는지 여기에 대한 답변부터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방송 종사자라는 이름으로, 방송전문가라는 이름으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지 않은 기구 단체가 공영방송을 좌우하려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또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에 대해 “사실상 회사의 경영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법안 추진을 숙의해 달라”고 주장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이번에 통과된 방송3법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이번 방송3법이 과거보다 엄청 진일보하고, 국민이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는 취지에 맞다”면서도 “아쉬운 점은 정치권 추천 몫이 40% 정도인데 더 줄여서 1/3 정도로 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다. 또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에 있어 종편과 민영방송은 빠져 있는데, 이들 방송사에 대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 YTN, 연합뉴스TV 등은 임명동의제를 하도록 돼 있는데, 지상파 지역민영 방송은 방송법에서 오히려 뉴스전문채널보다 더 강하게 제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몫을 줄이는 문제와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종편과 민영방송에까지 적용하는 문제는 향후 법 개정 때 더 깊이 논의해서 꼭 반영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정헌 의원은 “KBS 박민 전 사장과 박장범 사장은 기존에 해왔던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무산시켰다. 이걸 명문화해 정말 권력으로부터 사주로부터 진실보도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방송3법인데 이걸 어떻게 이재명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고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반대할 수 있냐”고 말했다.
이정헌 의원은 “저는 보도 기능을 가진 모든 방송사에 대해 보도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걸 관철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제작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도 필요하다. 이번에 논의가 안 됐지만, 추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방송3법이 여야 합의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더 이상적이었겠지만, 국회 절차를 거쳐 국무회의 심의 의결을 통해 법제화된다면 방통위는 후속 조치를 만들고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으로부터 ‘방송장악과 언론장악에 관심이 없으니 방통위에서 안을 만들어보라’는 업무지시를 받았고 이에 따라 관련 지시를 내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관 방통위 사무처장 직무대행은 "국회 논의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법이 잘 정착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진숙 위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이 방송3법에 대해 방통위 안을 내라고 지시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그런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최 과방위원장은 “확인을 했는데, ‘현재 확인은 되지 않는 사항’이고 ‘별도의 지시 사항이 내려온 것도 없다’”면서 표결을 진행했다.
한편 SBS노조·지역민방 노조는 민영 지상파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적용을, EBS노조는 교육부장관·교육단체의 이사 추천 철회와 대통령의 EBS사장 임명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언론노조 SBS본부·EBS지부·지역 민방지부들은 같은 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법제화는 공영이나 민영, 전국 방송이나 지역 방송 등의 여부를 떠나 언론 노동자라면 누구나 염원하는 제도다. 적용 대상이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BS지부는 "EBS만을 예외로 둔 차별적인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해달라. 국회는 귀를 닫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대통령실에 호소문을 전달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