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긴급구제 각하…4일 폐쇄

"건강권 회복 어려운 피해 발생한 것 아니다" 나는봄 운영 중단 철회 요구 국민청원 진행 중

2025-07-04     노하연 기자

[미디어스=노하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의 긴급구제 신청을 각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문을 닫는 '나는봄'은 지난 12년 동안 위기 여성 청소년들의 의료·심리 지원을 해 왔다. 

3일 뉴스1은 관련 통지문을 입수해 ‘나는봄’의 긴급구제 신청이 각하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통지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해당 사건이 긴급구제 조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6월 9일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폐쇄중단 촉구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나는봄 폐쇄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나는봄 공대위)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나는봄 공대위는 센터 폐쇄 이후 위기 여성 청소년들이 처한 사회적 위험에 대해 대응 공백 발생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나는봄’의 운영 종료가 ‘10대 여성 청소년의 건강권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하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통지문에서 “인권위법 제48조에 따른 긴급구제 조치 권고의 요건은 조사 대상의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며 “서울시는 2026년 1월 온라인 성착취 대응 및 심야 의료지원, 상담이 가능한 신규 통합지원센터의 개소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권위는 “서울시는 십대여성건강센터와 유사 업무(청소년 의료지원 및 상담지원 등)를 수행하는 청소년 지원시설, 상담소, 위기십대여성지원시설 등 연계 기관을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십대여성건강센터의 운영 종료로 인해 신규 및 기존 이용자의 건강권 등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인권위의 긴급구제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나는봄이 폐쇄되면 위기 여성청소년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당장 사라진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5월 19일 해명자료를 내고 “내년 1월 기존 십대여성 건강센터 기능에 온라인 상담, 긴급구조 등을 담은 신규 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소 6개월 전인 지금까지 설립계획, 규모, 예산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는 '서울시립여성청소년센터 운영 중단 철회 청원' 홍보 이미지 (사진=X 갈무리)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의 센터 폐쇄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봄 고유의 기능과 전문성을 지우고 시작하는 오세훈표 신규센터가 제대로 역할할 리 만무하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나는봄 폐지가 아닌 더 많은 십대위기여성 지원센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는봄’에서 근무했던 종사자들과 청소년 이용자, 공공운수노조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나는봄’에서 근무해온 이현주 사회복지사는 “나는봄은 경제적 여건이 어렵고 보호자가 없는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진료받는 유일한 공간”이라며 “단기적 성과로 평가하지 말고 지속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관을 이용해온 한 익명의 청소년 당사자는 “공황장애, 실신 등으로 막막할 때마다 나는봄 선생님들의 따뜻한 지원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나는봄은 단순한 건강센터나 상담센터가 아니다. 나는봄은 말 그대로 우리에게 ‘봄’ 같은 존재”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봄을 지켜달라. 이용자들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 위기 청소년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며 운영 종료 철회를 요청했다.

누리꾼들은 ‘나는봄’ 운영 중단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청원(☞바로가기) 서명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6월 17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운영 중단 철회 및 대책 마련에 관한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위기의 순간에 필요한 보호와 지원의 안전망을 해체하는 것은 공공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민간위탁 기관을 ‘죽이는’ 졸속 행정을 멈추고 위기청소년의 건강권·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긴급구제 조치는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계속되고,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예상될 경우 인권위 직권으로 피진정인에게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의 중지 등을 권고하는 것을 말한다. 강제성은 없다. 인권위 관계자는 “긴급구제를 하지 않기로 한 결정과는 별개로 진정 사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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