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법 파문 "언론노조 위원장이 KBS·MBC만의 위원장인가"

[인터뷰] 조기호 언론노조 SBS본부장

2025-07-03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3법 취지는 권력에 의해 방송사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무기를 주고, 누구에게는 주지 않는 '방송사 갈라치기'가 이뤄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마련한 방송3법 단일안에 대해 '방송사 갈라치기'라는 반발이 전국언론노동조합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방송3법 단일안의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적용 대상은 공영방송·보도전문채널로, 보도 기능을 갖춘 SBS와 지역 민영방송사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SBS·민방 노동자들은 방송3법 단일안이 신속한 통과를 명분으로 비밀에 붙여졌다며 법안 논의 과정의 폐쇄성을 지적하고 있다.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적용 대상 확대 요구에 미온적인 언론노조 집행부에 대한 배신감도 거세다. 

언론노조 SBS본부와 지역민방노조 대표자들은 언론노조 중앙집행부에 민주당 과방위와의 간담회를 요구한 상황이다. 이들은 언론노조 집행부가 적극적으로 임명동의제 확대 목소리를 내지 않을 시 강력한 투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미디어스는 3일 조기호 언론노조 SBS본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조기호 언론노조 SBS본부장(사진=미디어스)

과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방송3법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방송3법 총론에 대해 동의하지만, 각론으로 들어온 공영방송·보도전문채널에 제한한 보도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 부분이 너무 기괴하다. YTN 사태에 대한 문제로 YTN에 임명동의제를 법에 새기자는 노종면 의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런 게 다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KBS·MBC·EBS·YTN·연합뉴스TV 5개만 콕집어 임명동의제를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 안 해줬다.

토론회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일부 위원은 끝까지 사추위를 민영방송에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것도 다수가 지금은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했다”고 했는데, 이것이 다수결로 해결할 문제인가. 방송3법은 권력에 의해 방송사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인데 '누구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무기를 주고, 누구에게는 무기를 주지 않고, 방송사를 갈라치기 하는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에 대해서만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인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 해당 내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니 지상파 등 실시간 종합편성의 뉴스 송출을 하는 방송사에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모두 적용해야 한다.

민주당은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게 최우선이라며 방통위 정상화 이후 민영방송사에 대한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추가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나중이 어딨나. 지금의 방송3법 개정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진통을 겪었는지 알잖나. 나중에 논의하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시민과 언론노동자들이 투쟁을 해야 하나. 민주당도 할 수 있을 때 방송3법을 통과시키자고 하자는 입장이다. SBS를 포함한 지상파, 지역 민영방송사, 언론노조 조합사인 MBN, OBS 모두 보도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가 절실하다. 윤석열 정권이 망친 방송사는 KBS, MBC, YTN뿐만이 아니다. 

지금이 바로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고, 실시간 뉴스 송출할 수 있는 방송사들에 대해 보도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규정지어야 할 적기다. 법으로 규정해야 사측이 단협으로 정해진 임명동의제를 피해 가려고 하는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다.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공영방송 복원 위한 방송3법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긴급토론회 (사진=미디어스)

SBS는 단체협약을 통해 임명동의제를 강제하고 있는데 

2017년 SBS는 다른 방송사에서 차용할 정도의 보도·제작·편성책임자에 더해 사장까지 임명동의제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단협을 체결했다. 그런데 2021년 사장 임명동의제가 단협에 분명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임명동의제를 무력화해 무단협 사태까지 만들었다. 파업이라는 투쟁으로 맞섰음에도 불구하고 사장 임명동의제를 부활시키지 못했고, 보도본부장만 유지되고 있다. 단협은 언제든지 사측이 뭉개버릴 수 있는 '백사장의 모래 글씨' 같은 것이다. 우리는 강철에 새겨놔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게 하자는 것이다.

SBS·지역민방의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가 시급한 이유를 설명해달라

SBS는 과거 환경전문기자가 당시 4대강 사업 비판 보도를 하려고 했을 때, 대주주 차원에서 막은 적이 있었다. 드러나지 않은 사안은 더 많다. 지역 민방은 더 심각하다.

9개 민영방송 중 단협에 임명동의제가 포함된 곳은 CJB청주방송 한 군데밖에 없다. 임명동의제가 있는 CJB도 건설사 대주주가 분양하는 아파트를 홍보해 주는 기사를 대놓고 써 노조가 문제제기를 한 적도 있다. G1의 경우 김진태·명태균 게이트 관련 기사가 대선 이후 한 건 나갔다고 한다. UBC울산방송도 대주주가 방송사 자산을 빌려 사업에 투자하지만, 대주주 비판기사를 쓰지 못한다. 

단협도 종잇장처럼 여기는데 임명동의제 자체가 없는 지역방송사들에게는 명문화가 얼마나 절실하겠나. 언론노조 위원장에게 이런 방송사들에 대해 고민하고 방송3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는지 묻고 싶다.

9개 지역민영방송 로고

언론노조 위원장이 방송3법 개정안 논의 과정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호찬 위원장이 논의에 참여하면서 언론노조 각 본부와 지부는 물론, 심지어 사무처 집행부에게도 제대로 된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 어제 이호찬 위원장에게 ‘법안에 임명동의제 관련 내용이 들어 있다는 걸 언제 알았는지’,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만 적용되는 것에 대해 이상하지 않았나’고 물으니 ‘열흘 전 쯤 알았고, 공영방송 관련 개정안이기 때문에 신속히 통과시키려면 어쩔 수 없었다’ ‘보안을 지켜야 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보안사항이고, 신속한 법 통과가 중요하더라도 임명동의제는 언론노조 1/3이상을 차지하는 조합사의 보도 공정성을 위해 꼭 필요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귀띔조차 안 해주고 언론노조 위원장의 자체 판단으로 뭉개버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언론노조 위원장이 아니라 KBS·MBC만의 반쪽짜리 위원장처럼 느껴지더라. 심지어 방송3법 법안 내용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토론회 전날까지도 법안 내용에 대해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은 중앙집행위원회 안건으로 올릴 사안이다. 중집은 언론노조가 진행하는 사업에 대해 심의하고 의결하는 회의인데, 불과 지난주에 중집이 열렸는데도 임명동의제 대해 아무런 말이 없었다. 숙의를 거쳤다고 하지만 '밀실 숙의'라고 규정짓는 이유다. 공영방송을 위해 다른 지상파 민영방송은 희생하라는 얘기다.

법안 내용을 알게 됐고, 앞으로 임명동의제 확대에 대해 언론노조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얘기하니 '전달하겠다' 수준의 이야기를 들었다. 심한 배신감을 느꼈고, 더 크게 분노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SBS본부를 비롯한 지역민방, MBN, OBS까지 포함해 민주당 과방위와 언론노조를 향한 릴레이 성명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과방위원들에게 전체회의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임명동의제 확대를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전송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호찬 위원장에게 최민희 과방위원장·김현 간사 그리고 언론노조 위원장·지민노협 의장이 모여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만약 언론노조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더 과격한 투쟁에 들어갈 것이다. 활동을 포이콧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또 임명동의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진 의원들을 별도로 접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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