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임제' 발언 부인한 이진숙, 여전히 방통위 독립성 관심 밖

기자실 찾아 "대통령과 방통위원장 임기 맞춰달라 한 것" 방송개혁방안 지시받고 '셀프 디스' 임기 발언 윤석열이 임명한 이진숙, 자기 요구대로면 임기 초과 윤석열 정부 방통위 사실상 '독임제' 운영 이진숙, 정권 교체 이후에도 '2인 방통위 합리화' 소송전

2025-06-27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방통위 독임제'를 언급했다는 언론보도를 부인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과 방통위원장의 임기를 맞춰달라고 얘기한 것일 뿐 '독임제'를 언급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 '독임제' 발언 관련 보도는 국무회의 참석자 취재를 바탕으로 한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 독립성 강화를 위한 방안이라며 '독임제' '대통령-방통위원장 임기 일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두 주장 모두 방통위 독립성을 오히려 훼손하는 주장이다. 독임제 부처는 5인 합의제 독립 기구인 방통위보다 독립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독임제는 정권의 국정운영 효율성에 방점이 찍힌 제도이기 때문이다. 독임제 장관은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임면이 가능하다. 또 대통령과 방통위원장 임기를 일치시킨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 위원장의 임기는 이미 만료된 것이 된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지난 26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기자실을 찾아 "방통위 독임제 표현을 쓴 것은 아니다"라며 "국무회의 때 대통령과 방통위원장 임기를 맞춰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일반 부처는 대통령이 바뀌면 장관이 바뀌니 소모적 논쟁이 없지 않나"라고 했다. 

지난 25일 한국일보는 국무회의 참석자들을 취재해 이 위원장이 '방통위 독임제'를 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방송개혁 방안을 마련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나는 방송장악에 관심이 없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방송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이 위원장에게 지시했다. 이 위원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통위원장을 자르려는 시도가 반복되는 것은 소모적"이라며 방통위 독립성 보장을 위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불만이 있으면 본인이 안을 가져오라"고 하자 이 위원장은 "독임제가 낫겠다"고 맞받았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 위원장에게 "독임제가 무슨 말이냐"고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이 위원장은 독임제를 주장한 배경을 '방통위의 독립성 보장' 차원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독임제를 채택하면 다른 부처 장관들처럼 대통령과 기관장의 임기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 근거"라며 "방통위가 합의제를 택하고 있는 탓에, 대통령과 방통위원장의 임기가 맞지 않는 혼란이 반복된다는 취지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 위원장의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방통위의 설립 취지와 독립성에 대한 이 위원장의 이해가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현행 방통위설치법이 방통위를 5인 합의제 독립기구로 규정하고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를 다른 정부부처 장관과 달리 3년으로 보장하는 이유는 방송·통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방통위원장 임기를 일치시켜달라는 이 위원장의 요구는 앞서 자신의 임기를 보장해달라는 요구와 충돌한다. 현행법상 임기를 보장받는 방통위원장이 스스로 임기를 단축시켜달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방통위설치법 제1조는 '이 법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설치법 제3조는 방통위는 국무총리의 행정감독권도 적용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일 당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대화하며 환담장으로 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위원장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 방통위원장들은 방통위를 사실상 독임제로 운영했다. 윤 전 대통령은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를 야당 추천 몫 위원을 임명하지 않는 방식으로 3인·2인·1인 체제로 운영해왔다. 

이 위원장은 정권 교체 이후에도 2인 방통위 의결을 합리화하기 위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9일 정지환 KBS 감사 임명 효력을 정지시킨 서울고등법원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장을 제출했으며 지난 24일 김기중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해임을 취소한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위헌·위법적인 방통위 의결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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