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들도 처음 듣는 경영진의 '수신료 인상' 추진
여권 이사들 "이사회 논의 없는 발표는 절차적 하자" KBS, 수신료 인상 관련 국민 여론 수렴 계획 전국시청자위 "적정 수준의 안정적 수신료 조달 권고"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경영진의 수신료 인상 검토 방침이 정작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에 보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신료 논의는 이사회의 심의·의결이 뒤따라야 한다. 여권 성향 KBS 이사들은 "이사회에 보고조차 없었던 것은 심대한 절차적 하자"라고 지적했다.
KBS는 24일 오후 KBS아트홀에서 <시청자위원회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국시청자위원회는 “KBS의 공적 책무 수행을 위해 적정수준의 안정적인 수신료 조달과 함께 적극적인 재원 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박장범 사장은 모두발언에서 “여기 계신 시청자 위원 단 한 분도 빠짐 없이 통합징수법 통과를 위해 지지와 성원을 보내줬다”면서 “KBS는 수신료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더욱 절실하게 느끼면서 공영방송 역할을 최선을 다해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같은 날 관련 보도자료에서 “현재 수신료 인상안을 놓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며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방송산업 AI 혁신 ▲재난방송 강화 ▲대하드라마 제작 ▲저출생·고령화 어젠다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KBS는 국민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라면서 “TV 수신료는 방송법 제65조에 따라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승인을 얻어 확정된다”고 부연했다.
전날 박장범 사장은 경영수지 점검회의에서 '3천원으로, 44년 만에, 5백원 인상한다'는 의미의 '3·4·5' 슬로건을 공개했다. KBS 관계자는 미디어스에 "박장범 사장이 직원들에게 한 말이지만 지극히 대내적으로 '500원이라도 올려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최고 의결 기구인 이사회에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장범 사장은 오는 25일 예정된 이사회에 광고주 관련 행사를 이유로 불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는 경영진의 갑작스러운 ‘수신료 인상’ 추진 선언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성향 KBS 이사는 24일 미디어스에 “경영진이 사전에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보고를 전혀 한 바 없다”면서 “회사의 가장 핵심적인 프로세스를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이사회와 협의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절차적 하자다. 이사회 보고도 없었던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여권 이사는 “수신료가 인상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동의, 국회,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지금의 KBS가 그런 국민적 공감대를 갖춘 상황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이)‘500원 인상하겠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는데, 이사회에서 보고된 바 없어 어떤 근거로 산정된 수치인지 알지 못한다”면서 “50년 넘게 수신료가 동결된 상황이고, 한 번 인상하면 추후 인상하기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성향 이사는 “절차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맞지 않는 얘기”라며 “이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KBS 시청자위 전국대회에 전국 18개 지역과 본사 시청자 위원, 시청자위원 가족·지인, KBS 임직원·계열사 임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 교통비, 식대 등 1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는 열린음악회, 캘리그라피 공연, 기념 촬영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수신료 통합고지는 시청자위원뿐 아니라 KBS의 모든 구성원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되살려낸 소중한 성과"라며 "그럼에도 박장범은 자신의 공치사와 일부 시청자위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국민이 낸 수신료를 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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