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방송3법, 오히려 '권력 종속성' 초래"

강형철 "시한 정해 숙의해야…'알려졌다' 보도, 공론 부족 반증" "정치권 추천 몫, 개정 취지에 어긋…인물 교체 위한 거면 '권력 종속'"

2025-06-23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여당이 방송3법에 대해 처리 시한을 정해놓고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한다는 언론학자의 지적이 제기됐다. 문제적 언론 기관장을 해결하기 위해 졸속으로 방송3법을 처리하면 개정 취지와는 달리 공영방송의 권력 종속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민희)는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를 50% 가까이 추천하는 방송3법 처리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영방송 3사 사옥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23일 경향신문 칼럼 <‘방송 3법안’, 시한 정해 숙의해야>에서 “일부에선 집권 초가 아니면 정권이 못(안) 할 것이라며 반발한다”면서  “그러나 그간 ‘알려졌다’ 식의 보도로만 개정 내용이 흘러나올 뿐 공론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대통령실도 요구했다는 ‘전문가 의견 수렴과 숙의’를 통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유능한 리더십 제고에 도움 될 길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방위는 지난 10일 방송3법 처리를 위한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 일정을 돌연 연기했다. 대통령실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원내지도부가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방위 민주당은 정치권이 KBS 이사 15명 중 7명,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EBS 이사 13명 중 6명을 국회 추천 몫으로 두는 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신임 원내지도부는 6월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방송3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6월 임시회는 다음 달 4일까지다.

강 교수는 민주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송3법에 대해 “정당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은 재고해야 한다. 정당 추천은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애겠다는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방송 내용에 대한 권력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정부와 국회 모두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강 교수는 “‘알려진 바’로 정부는 아예 배제하고 여야 정당이 이사회의 절반가량을 나눈다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라면서 “독일 헌법재판소는 2014년 공영방송 감독기구에 ‘국가 또는 국가에 가까운 대리인’ 비중을 3분의 1로 제한하라고 판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정당 추천 인사들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 강 교수는 KBS 이사회와 방문진 이사 선임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KBS 이사회는 KBS 방송사의 최고 의결기관이며, 경영진은 집행기관으로서 참여한다. 반면 방문진은 대주주 자격으로 MBC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으로 사장 임명·해임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MBC는 사장, 간부들로 구성된 자체 이사회에서 주요 사항을 수요 경영적 사항을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한다. 

강 교수는 “경영하는 KBS 이사회에는 전문성이, 감독하는 방문진에는 사회 대표성이 더 요구된다”면서 “이런 구분 없이 정당이나 시청자위원회, 법조·학술단체, 내부 임직원 등에게 추천권을 일률적으로 배분하려는 것은 편의적 접근”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개정안에서 EBS의 경우만 사장 선임 등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부의 관여를 유지한다는 것도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BBC·ZDF (사진=연합뉴스, ZDF 홈페이지)

강 교수는 “독일의 경우, 공영방송 감독기관으로 사회적 다원성과 대표성을 강조하는 방송평의회와 경영 전문성을 강조하는 경영평의회를 따로 둔다”면서 “한국도 별도 공영방송 이사 선발위원회를 두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회적 대표성으로 구성한 선발위원회가 경영, 편성, 기술, 법률 등 분야별 전문성을 고려해 공영방송 이사를 선발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편성을 감독하는 방송평의회를 정당, 시민단체 등 추천을 통해 최대 60명으로 구성한다. 방송평의회가 방송사 경영·재정·인사 등을 담당하는 10명 내외 경영평의회 위원을 선발한다. 영국 BBC도 이사회 구성에 대한 선발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강 교수는 “KBS 경우, BBC처럼 사장·편성본부장 등도 이사회 구성원이 돼 함께 논의하는 구조도 고려해보자”면서 “필요하다면 이렇게 선발된 이사들이 (BBC 사례처럼) 자발적으로 주요 정당과 소통을 위한 이사들을 추가로 뽑을 수도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예측 가능성 없이 급가속과 급감속을 반복하지 말고, 정부·여당이 명확한 시한을 제시한 뒤 공론과 숙의를 통해 방송법 개정안을 검토하자”면서 “시급성의 이유가 정권교체 후에도 문제적 인물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 자체가 이번 개정 취지와 정반대인 공영방송의 권력 종속성을 뜻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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