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연된 방송3법 키는 민주당 새 원내지도부에게
중앙일보 '여권 고위관계자'발 보도 10일 상임위-12일 본회의 처리 순연 원내지도부, 대통령실 의견 요청 "당내 이견" 이 대통령 "전문가 의견 수렴, 숙의 거쳐 새 원내지도부 판단"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과방위가 입법 드라이브를 걸었던 방송3법이 순연된 배경으로 '숙의를 거쳐야 한다'는 당 원내지도부와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있었다는 여권 고위 관계자발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의하면 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향후 방송3법 논의 속도와 내용은 김병기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끄는 원내지도부가 키를 쥘 것으로 보인다.
과방위는 방송3법 처리를 위한 법안심사2소위·전체회의 일정을 당일인 지난 10일 취소했다. 당초 민주당 과방위는 비공개 정책조정회의를 수차례 이어온 끝에 '방송3법 단일안'을 도출, 10일 전체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다. 이날 민주당은 12일 열기로 했던 본회의 일정을 연기했다. 민주당은 애초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지시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허위사실공표죄 구성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12일 본회의를 계획하고 있었다.
16일 중앙일보는 "이 대통령이 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쟁점 법안 관련 대통령실 의견을 구하자 '나의 신상과 관련된 법안은 무리해서 처리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15일 여권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퇴임한 박찬대 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2일 본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대법관 증원)·방송3법 등 쟁점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0일 박 전 원내대표는 본회의 소집 요구를 거둬들였다. 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
박성준 전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지난 9일 저녁 대통령실 의견을 구했다. 박 전 수석 부대표는 "법안 처리에 대해 당내 이견들이 있는데 대통령실 의견을 듣고 싶다"고 요청했고, 이에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진이 머리를 맞댔다.
이 대통령은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내 신상에 관련된 법안은 무리해서 처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방송3법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수정할 건 수정하고 숙의를 거쳐 차기 원내지도부가 판단하면 될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이대통령 뜻은 9일 민주당 지도부에 전달됐다.
10일 민주당 지도부를 예방한 우상호 정무수석이 재차 이 대통령 뜻을 전달했다. 우 수석은 "(이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대한 당의 협조를 더 강하게 강조했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법 과제는 공감대를 공유하면서 협의해 처리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13일 선출된 김병기 신임 원내대표에게 이 대통령의 의중이 "곧바로 영향을 줬다"고 풀이했다. 이날 원내대표 경선 정견발표에서 당시 김병기 후보는 "개혁 동력이 가장 강한 1년 안에 내란세력을 척결하고 검찰, 사법, 언론 등 산적한 개혁 과제를 신속하고 단호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후인 15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지금 민생이 시급하기 때문에 민생 법안과 민생 추경 처리와 개혁 입법을 균형을 맞추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여전히 강경파의 목소리가 큰 당과 산적한 민생·외교 현안 해결에 집중하려는 대통령 사이에 엇박자가 빚어질 우려도 있다"며 "이를 조율하는 게 새 원내지도부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3법이란 KBS·MBC·EBS 지배구조 추천 주체를 다양화해 '정치적 후견주의'를 타파하자는 취지의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말한다. 그동안 여야는 법적 근거 없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7대4(KBS), 6대3(방송문화진흥회, EBS) 구도로 나눠먹기해왔다.
그동안 과방위 민주당은 정치권 추천을 절반 가까이 보장하는 방송3법을 논의·추진했다. 이에 여야가 나눠먹는 현행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내·외부에서 제기됐다. 민주당 과방위는 KBS 이사 15명 중 7명,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EBS 이사 13명 중 6명을 국회가 추천하도록 하고 나머지 이사는 학계, 법조계, 시청자위원회, 공영방송 종사자 대표가 추천하는 안을 중심에 놓고 논의했다. 지난 9일 국회 추천 몫을 KBS 6명, 방문진·EBS 5명으로 조정하는 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16일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은 SNS를 통해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장직 사퇴 사실을 알리면서 방송3법 처리를 위해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저는 초심 잃지 않고 과방위원장으로서 방송독립과 방통위 정상화를 위해 뛰겠다. 선공후사"라며 "방송3법 통과가 제 인생을 걸어야 할 사안이란 걸 잠시 잊었던 스스로를 질책하며 밤을 지샌다. 이건 운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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