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 임명에서 보는 비정상의 정상화

[김민하 칼럼]

2025-06-13     김민하 저술가

[미디어스 김민하 칼럼] 이재명 시대에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원칙 있는 유능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원칙과 명분에 따라 일하고 결정하되, 그 결과가 요란하기만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성과가 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자면 지도자다운 지도자이자 집권세력다운 집권세력, 다시 말하자면 주류다운 주류를 바라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재명 정권의 성패는 '주류다운 주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빨리 추진하고 마무리해야 할 것은 내란의 심판 및 극복과 이전 정권이 남긴 상흔의 치유,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이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은 3특검법 공포 이후 곧바로 국회에 특검 추천을 의뢰했고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의해 특검 추천이 이루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자정을 조금 넘은 시각에 곧바로 조은석 전 감사위원,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임명했다. 신속한 결정인데, 동시에 나름 고심의 흔적이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 특검으로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을(왼쪽부터), 김건희 특검으로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채상병 특검으로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지명했다고 더불어민주당이 13일 발표했다.(연합뉴스)

추천 주체별로 보면 조은석 전 감사위원과 민중기 전 법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추천 인사이다. 이명현 전 부장은 조국혁신당이 추천했다. 3명을 모두 더불어민주당 추천 인사로 임명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치적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과 같은 사안에서 여당의 주도권을 놓칠 수는 없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검 3인의 임명은 이러한 판단들이 겹쳐서 나온 결론일 수 있다는 것이다.

후보로 추천된 개인의 이력을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했을지에 대해 좀 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각각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후보로 추천됐지만 이번에 선택되지 않은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과 심재철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전직 대통령 윤석열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엮여있다.

한동수 전 부장은 윤석열이 검찰총장일 때 감찰부장을 지내면서 채널A 사건 관련 한동훈 전 감사장 감찰 문제를 두고 윤석열과 대립했다. 이후 한동수 전 부장은 윤석열이 사석에서 ‘육사에 진학했다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란 취지로 주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동수 부장이 이러한 사실을 공개한 것은 윤석열이란 인물이 통치와 권력을 사고하는 방식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이유로, 윤석열을 수사하는 데 있어선 부적절한 맥락이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약점이다. 내란 특검은 필연적으로 윤석열을 중심으로 한 집권세력 전반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백 퍼센트 특검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을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나오는 것은 정해져 있다. 문제는 당사자가 아닌,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이런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느냐의 문제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 (연합뉴스 사진 자료)

심재철 전 남부지검장의 경우도 따지고 보면 같은 논란에 휩싸일 소지가 있다. 심재철 전 지검장 역시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을 당시 윤석열과 대립한 바 있는 장본인이다. 심재철 전 지검장은 윤석열 징계 청구에 관여하기도 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제보자 고소인 검사 판사 증인… 윤석열 징계 1인 5역 심재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쓴 일도 있다. 심재철 전 지검장이 김건희 특검을 맡게 된다면 보수세력은 이런 이력을 죄다 끄집어 내 총공세를 펼치려 들었을 것이다.

특검으로 임명된 조은석 전 감사위원의 경우 감사원의 ‘유병호 체제’와 대립하기는 했지만 윤석열 개인과 특별히 갈등을 빚은 사례는 없다. 민중기 전 법원장의 경우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니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최측근이니 하는 표현이 보수언론의 기사에 등장하지만, 이를 근거로 특검의 중립성이나 형평성에 문제제기를 한다면 그건 누가 봐도 억지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두 자리를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인사로 정리한 상태에서 채상병 특검을 조국혁신당 추천 인사인 이명현 전 부장에게 맡기도록 한 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지지층 내에서 이런저런 부수적인 논란이 있었음에도 이러한 기준에 따라 특검을 선택하였다면, 이는 '주류다운' 고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인사를 포함한 보수세력의 볼멘소리를 모두 수용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적어도 어떤 조치가 명분을 취하고 안정을 기하면서도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인지를 고려하는 것은 윤석열 이후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의 논리에 따라 특검 인사를 고려한 것이라면, 윤석열 시대에는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던 기준이다.

마찬가지 기준에서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오광수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한 것도 책임 있는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광수 수석의 부동산 명의 신탁과 대리 대출 의혹은 인사 검증 담당자로서 분명한 흠결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시절이었다면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을 탓하거나 전 정권 타령을 했을 것이다. 비정상적 통치에 대한 국민의 이런 기억은 이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국정에 대한 것들로 바뀌어야 한다. 집권 세력과 언론의 관계도 바람직한 긴장관계로 정상화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통치를 책임지는 주류 세력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앞으로도 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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