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신뢰 하락과 뉴욕타임스의 생존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최근 미국 커뮤니케이션 전문 시장조사 기관인 토커 리서치(Talker Research)가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가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인 미국인은 온라인에서 보고 읽는 정보의 절반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들은 온라인에서 소비하는 정보 중 41%만이 완전히 정확하고 사실에 기반하며 실제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 믿는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미국인 중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내용이 실제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 믿는 비중은 응답자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토커 리서치는 디지털 플랫폼에 올라온 특정 리뷰를 AI가 생성했는지 또는 사람이 작성했는지를 구별하는 테스트도 해봤다. 그 결과 10명 중 3명(30%)만이 리뷰 작성자가 사람인지 AI인지 구별할 수 있었다. 70%는 둘 사이를 구별 못 한 상태에서 리뷰를 이용하거나 참고하고 있다.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퍼뜨릴 가능성이 큰 세 가지 소스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48%), 뉴스 기사(34%), 챗봇(32%)으로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콘텐츠가 신뢰도가 가장 낮았다. 뉴스 기사나 챗봇의 경우 그래도 최소한의 제어장치가 있거나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가 있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미국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2023년 조사에 의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정보매체로서의 소셜 미디어 신뢰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그동안 소셜 미디어에 유통된 가짜뉴스 또는 잘못된 정보와 깊은 관련이 있다. 물론 신뢰가 감소했다고 해도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 소비는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정보 콘텐츠에 대한 소비는 계속 존재하는데, 정보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미디어의 미래가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뉴욕타임스가 보여준 놀라운 성장이 그 하나의 답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수많은 레거시 미디어가 광고 수익 악화, 트래픽 감소, 신뢰도 하락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2024년 기준 디지털 유료 구독자 1,082만 명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8% 늘었다. 10년 전만 해도 종이신문의 쇠퇴와 함께 죽은 산업이라 평가받았던 신문업이, 오히려 디지털 시대의 신뢰 자산을 기반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모든 기사에 철저한 팩트체크 절차를 준수하며, 수정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독립된 윤리위원회를 운영한다.
물론 팩트체크와 객관성 담보만으로 뉴욕타임스의 성장을 설명할 수는 없다. 다른 레거시 미디어들도 같은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뉴스 외에 쿠킹, 팟캐스트, 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여 독자들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 것이 유효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성공의 근본적인 원인은 뉴스콘텐츠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 있다. 꾸준한 투자를 통해 우수한 기자들을 확보하고, 심층 탐사 보도와 고품질의 저널리즘을 제공해 왔다. 뉴욕타임스의 명성, 신뢰성, 전문성에 다양한 상품을 추가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고 봐야 한다.
디지털 환경은 정보의 양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렸지만, 그중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결정할 기준은 취약하게 만들었다. 매일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지만, 진짜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데 점점 더 피로를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다는 탈중앙적 속성은 한때 디지털 민주주의의 이상으로 환영받았지만, 반대로 책임과 검증의 구조가 사라진 공론장으로 변질된 측면도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확산은 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 심지어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까지도 생성할 수 있는 시대에, ‘사실’과 ‘조작’의 경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흐려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단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레거시 미디어 중심의 뉴스 소비가 흔들리고 있고, 소셜 미디어를 통한 가짜뉴스의 확산은 이미 사회 곳곳에서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혼탁한 디지털 환경에서 오히려 신뢰의 상대적 희소성을 통해 자신을 브랜딩해 왔다. '정보는 무료지만, 신뢰는 유료'라는 태도는 단지 마케팅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과잉 시대에 정보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출처와 생성 조건에 대한 신뢰가 핵심 자원이 되었다는 뜻이다. 디지털 공론장이 다시 숨쉴 수 있으려면,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더 빠른 알고리즘이 아니라, 더 단단한 정보 생태계의 윤리와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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