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재판 논란, 이제 그만 끝내야

[김민하 칼럼]

2025-06-10     김민하 저술가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는데 이유로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를 들었다. 헌법상 보장돼 있는 이른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따른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로써 법조계의 의견은 대략 정리됐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언론은 학계와 법조계의 다수 의견은 헌법 84조에 등장하는 ‘소추’ 개념에 재판이 포함되는 걸로 보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일보는 대한변호사협회 학술지에 실린 논문에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해석에 의하면, 선거일 이전에 계속 중인 재판은 진행이 정지된다”고 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흐름에 더해 일선의 재판부도 헌법 84조의 취지에 맞춰 재판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힌 것은 이 대목에 관한 이견의 여지가 이제는 거의 없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2차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물론 형식논리상으론 다른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건 사실이다. 재판을 계속할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개별 재판부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다른 재판부가 이례적 판단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항고해 다툴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동아일보 보도에서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지 기일 변경만으로 항고하기도 어렵고, 하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일부 언론은 헌법재판소의 판단까지 받아 볼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동아일보의 같은 보도에서도 사건 관계인이 아닌 야당 등 제3자가 기일 변경을 두고 헌법소원을 내더라도 당사자성이 인정되기 어렵고, 헌법재판소법은 법원의 재판에 대해선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남는 것은 그럼에도 입법을 통해 불안정성을 제거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대법원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재판중지법’이 이 대통령이라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란 점에서 부당하게 해석되는 측면이 있지만, 논란거리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라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은 정치적 논란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필요성 자체는 인정되는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무죄 취지 판결은 가능하도록 한 대목 또는 ‘면소’ 판결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선거법 자체의 개정 등 다른 입법 조치는 ‘위인설법’이라는 비판을 야기하면서 다른 이익은 취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을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개정하는 것 이상의 입법 논의는 현재로서는 불필요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5월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장내 정돈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애초 더불어민주당이 일련의 사법부 압박성 법안들을 제기하였던 것은 사법부가 이재명 대통령을 공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심을 근거로 정치적 행동에 나선 측면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이러한 행동에 나서야 할 시급성은 상당 부분은 해결됐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사법개혁의 명분을 살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사법개혁의 여러 과제를 단발적으로 제기만 해서 될 일은 아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 여러 제도를 하나의 유기적 틀에 맞추어 배치하고 수미일관한 개혁안으로 만드는 작업이 전제돼야 사법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이제 집권세력이 됐으니 만큼 당장 입법을 성공시키는 것보다는 당분간 개혁안을 만들고 성숙시키는 것에 역량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을 사법부가 권력에 부당하게 굴복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84조 논란은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검사 출신인 한동훈 전 대표가 주되게 제기해 논란을 키워 온 쟁점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생산적인 방식의 정치도 아닐 뿐더러 대선 패배 이후 혁신의 가닥을 잡지 못하는 데에도, 국민의힘이 거듭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법조계 다수설과 일선 재판부의 입장에도 같은 입장을 반복하는 게 소신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정치인의 포지션에서 억지에 가까운 주장을 계속할 게 아니라 차라리 학문적 영역에서 소수설의 정당성을 관철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마당에 언제까지나 사법리스크 운운하는 ‘자격’ 얘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 논의가 있는 죄를 무죄로 만드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재판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다시 진행된다. 야당은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이 논란은 이제 그만 종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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