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뀌었는데 정신 못 차리는 보수 야당

[김민하 칼럼]

2025-06-06     김민하 저술가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바뀌면 정부 분위기 전반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이번에는 이전 대통령이 워낙 비상식으로 일관했기 때문인지 차이가 확 느껴진다.

이러한 차이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것은 5일 첫 국무회의 자리다. 보도를 통해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는 이전과는 풍경이 달랐다고 한다.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회의가 진행되고 주로 대통령이 말을 쏟아내며 장관들은 받아 적느라 바빴던 것과는 달리, 이번 회의에선 대통령이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돌발 질문을 계속하고 장차관들이 이에 답하는 장면이 4시간 가까이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참석자에 의하면 ‘실질적 회의’가 진행되었고 대통령이 장차관들의 설명에 대한 이해가 빠른 것으로 느껴졌다고 하는데, 이런 메시지를 통해 국민들은 ‘실제로 일하는 정부’라는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들도 직장에 가서 일할 때 ‘받아 적기만 하는 회의’와 ‘실제로 토론을 진행하는 회의’의 차이를 체감하는데, 이를 통해 연상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국무회의의 풍경에서 또 하나 언론이 주목한 대목은 이재명 대통령이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국무위원들을 향해 ‘어색하더라도 웃으면서 회의에 임하자, 공직자로서 임무에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의 말을 건넨 것이다. 실제 전임 정부 국무위원들과의 어쩔 수 없는 동거 상태는 서로 간에 크게 불편한 일일 것이다. 특히나 이들 중 일부는 실제 역할이 없었고 반대했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 당시의 국무위원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당장 나랏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역할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함께 손발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분위기를 대통령이 나서서 만들려고 한 것을 국민들은 ‘지도자다운 모습’으로 평가할 것이다.

이제 국회의 활동을 생산적으로 하기 위해, 또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를 하기 위해 야당이 된 보수정당도 혁신을 통해 재정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여러모로 우려된다.

지난 대선의 결과로 확인된 국민들의 기대와 바람은 내란의 심판이다. 윤석열의 내란은 지난 총선 결과를 부정하려는 목적으로 기획 및 실행되었다. 총선 결과를 부정해야 했던 이유는 ‘김건희 방어’를 위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 감싸고 은폐할 일이 뭐가 그렇게 많았는지 살펴보고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가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해병대원 특검을 처리해야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사징계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중 김건희 특검, 해병대원 특검의 필요성은 보수진영 내에서도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오던 사안이다. 특히 김건희 특검은 지난 총선 이전부터 보수 언론에서도 조건부 수용론 등이 나오기도 했다. 상식을 가진 이라면 누구라도 동의할 이러한 특검론을 거부권을 동원해 틀어막아 온 것이 윤석열 정치이고, 그 윤석열 정치가 마지막에 가서 극단적 형태로 폭발한 것이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 즉 내란이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윤석열식 정치와 결별하고 새롭게 거듭나려 한다면 이 3특검에 대하여 전향적으로 판단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여전히 반대 당론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른바 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일부 이탈표가 나온 게 전부였는데, 이런 구도는 집단으로서 국민의힘의 상황 인식이 윤석열 파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국민의힘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혁신이 아닌 당권 경쟁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당권 경쟁을 소재로 한 갈등은 황당한 수준에 이른 것 같다. 한동훈계가 지도부 일괄 사퇴 및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는 전당대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닌 걸로 보인다. 애초 친윤 주류는 김용태 비대위의 생명 연장을 기획하였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김용태 비대위원장을 믿지 못하게 되었고, 따라서 김용태 비대위를 붕괴시킨 이후 새로운 비대위원회를 구성하려는 의도를 갖게 된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비대위원들의 순차 사퇴와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을 통한 압박은 이런 시나리오를 전제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개별 의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데 전당대회를 치른들 국민의힘의 정치가 크게 바뀔까? 긍정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게다가 선거가 끝났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에 요구하는 기준도 더 높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과 선을 긋는 제스추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앞서 언급한 대로 윤석열식 정치 자체를 폐기할 각오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분간 ‘지도자다운 태도로 일을 해나가는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지도자상과 대비되는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할 수 있을까? 앞서 흐름을 볼 때 상당 기간은 어렵다고 본다. 누굴 탓하겠는가? 스스로 판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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