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게 '언어 성폭력' 이준석은 "미래 보수의 등대"

양상훈, 김문수-이준석 합산해 청년 '범보수' 과반 주장 "청년 눈으로 세상 보는 대선 후보 이준석밖에 없어" '내란 옹호' '언어성폭력' 후보에 몰린 청년남성 표심 한겨레 "민주주의 빨간불…대책 마련해야" 경향신문 "이준석 지지자도 혐오·언어성폭력 싫어해"

2025-06-05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미래 보수의 등대'로 치켜올렸다. 양 주필은 21대 대통령 선거 결과, 2030 청년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후보에게 50%가 넘는 표를 던졌다며 '작지만 큰 희망의 불씨'를 봤다고 주장했다. '내란사태 옹호' 후보, '언어 성폭력' 후보에게 몰린 청년 남성 표심에 대한 우려와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양 주필은 5일 칼럼 <'미래가 있는 보수' 희망 보여준 대선>에서 "이번 대선은 이변 없이 이재명 대통령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계엄 사태 이후 시궁창으로 떨어졌던 보수정치에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보여주기도 했다"며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 중 2030 세대 표심에 주목했다. 18~29세 유권자의 30.9%가 김문수 후보에, 24.3%가 이준석 후보에게, 30대 유권자의 경우, 김문수 후보에게 32.7%, 이준석 후보에게 17.7%의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양 주필은 이를 근거로 18~29세 55.2%, 30대 50.4%가 '범보수'를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3차 TV토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발언하는 모습

하지만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논란 당시 '1+1=2'가 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와 분석이 넘쳐났다. 이를 의식한 듯 양 주필은 "선거 내내 이준석 후보는 김 후보보다 더 날카롭게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했다"며 "그런 점에서 김 후보와 이준석 지지를 범보수로 묶어도 큰 오류는 아니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양 주필은 "이재명 후보보다 범보수 측에 더 많은 표를 준 18~39세 유권자는 1336만명으로 전체의 30% 정도에 달한다. 추세를 볼 때 보수 정치가 자기 혁신만 이루면 앞으로 새로 유권자로 유입되는 청년들도 보수에 관심을 둘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보수 정치에 미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확실하게 미래가 있는 것이다. 하기에 달렸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 주필은 보수의 희망으로 이준석 후보를 꼽았다. 양 주필은 "한국 청년층에게 이준석 후보는 '미래 보수'의 등대 역할을 계속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노년층엔 이 후보에게 비호감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젊은 층은 그렇지 않다"며 "이번 후보 중에 청년들과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같은 호흡을 하는 정치인은 이준석밖에 없었다"고 했다. 양 주필은 당선 가능성이 '0'인 소수정당 후보가 8.34%를 득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며 '보수의 미래'를 살려두고 싶었던 유권자들의 마음이 이준석 후보에게 모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가 10% 미만의 득표를 하게 되면 보수진영 새판짜기 발판은 무너지게 된다는 선거 전후의 평가와는 거리가 있다. 

양 주필은 "젊은 보수 정치인들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은 국힘 그 자체"라며 "불과 4년 전 국힘 당원들은 30대 이준석을 당 대표로 뽑기도 했다. 국힘 당원들은 윤석열의 반대에도 한동훈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고 했다. 양 주필은 "미래 있는 보수로 갈 토대가 당내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이라며 "그제 대선은 모든 엉망진창의 종합 결정판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속에서 작지만 큰 희망의 불씨 하나를 보았다. 이 불씨가 죽지 않고 좋은 보수, 좋은 정치, 좋은 나라로 가는 미래를 열며 활활 타오르길 고대한다"고 했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6월 5일 칼럼 갈무리 (빅카인즈)

같은 날 한겨레는 기사 <20대 남성 김문수·이준석 지지 74%…3년 전보다 보수화>에서 이준석 후보의 핵심 지지층 '청년 남성'에 대한 극우화를 진단했다. 한겨레는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보수 성향 후보자들에게 표를 몰아준 2030 남성 다수의 투표 행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특히 20대 남성 5명 중 2명이 언어성폭력 발언까지 한 이준석 후보에게, 나머지 3명 중 2명이 내란을 옹호한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줬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빨간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고 전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겨레에 "2030 성별·연령별 투표율 등 구체적인 데이터 분석이 더 필요하지만, 청년 남성들이 미국·독일 등처럼 ‘극우’로 정치세력화되는 상황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한국정당학회,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스티아이와 진행한 ‘2025~26 유권자 패널조사’ 결과, 민주주의보다 독재가 나을 때도 있다는 응답이 개혁신당 지지층(27.%)과 국민의힘 지지층(23.6%), 20대(19.6%)에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홍찬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은 "2030 남성들의 경우 사회 불평등에 대해 질문하면 ‘흙수저론’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구조를 바꾸긴 어렵다’는 패배주의적 인식이 상당히 강하다. 그렇다 보니 자신들이 싸워야 할 전선을 ‘금수저’가 아닌 또래 여성들을 향해 긋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이들에게 ‘차별·혐오보다는 연대를 통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을 정책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과제가 이 대통령과 민주당 앞에 놓였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의 2030 여성 지지율은 10% 안팎이다. 2030 여성들은 진보진영 지지 성향이 뚜렷하다. 지상파3사 출구조사 결과, 18~29세 여성들은 이재명 후보 58.1%, 김문수 후보 25.3%, 이준석 후보 10.3%,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5.9% 등의 투표율을 나타냈다. 30대 여성들은 이재명 후보 57.3%, 김문수 후보 31.2%, 이준석 후보 9.3%, 권영국 후보 2.1%이다. 이준석 후보의 청년 지지층 한계를 나타내는 데이터다. 

개혁신당 천하람 상임선대위원장, 이주영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 조사 결과를 보고 나타낸 반응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2030 남성들 사이에서도 이준석 후보의 확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대양당 후보가 싫어서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지만 언어 성폭력과 혐오 발언을 볼 때면 인상이 찌푸려진다는 지적이다. 5일 경향신문은 기사 <“1·2번 싫어서” 이준석 뽑은 2030 남성의 변>에서 "이 후보에게 투표한 2030 남성들은 기자에게 '반드시 지지해서 뽑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김모 씨(19)는 "이준석 후보가 좋다기보다 나머지 후보가 별로라서 뽑았다"고 했고, 김모 씨(20)는 "이준석을 크게 지지하기보다 거대 양당의 행보에 실망감이 컸다"고 말했다. 박모 씨(29)와 김모 씨(24)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해 사법리스크과 입법 독주가 걱정된다는 평가를,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계엄을 옹호하는 태도가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 박모 씨(22)와 김모 씨(24)는 이준석 후보에 대해 기후정의·평등의 가치보다 산업 성장을 내세워 "현실이고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고모 씨(31)는 "혐오 발언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며 "이준석의 한계는 반여성 기조의 남성 지지만 받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모 씨(27)도 "아무리 지지라도 인상이 찌푸려졌던 발언"이라며 TV토론 성폭력 재현 발언을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후보에 대한 2030 남성의 정치적 충성도가 그리 높지 않고 이들의 선택은 각자 이해관계에 따른다”며 “혐오나 분노에 기반을 둔 정치로는 청년 남성의 표를 계속 소구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정치가 각자도생, 과도한 경쟁 등 청년세대가 겪는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이준석식 혐오 정치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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