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가 말하는 이재명 공약 '공영방송 재원 구조개편' 방안은

언론정보학회 '공영방송 수신료위 설치 방안' 세미나 이근옥 교수, 최저임금위 모델 ‘공영방송수신료위' 제안 윤장열 교수, 독일 KEF 제시 "수신료 개념 전환 매우 시급"

2025-06-02     안현우 기자

[미디어스=안현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영방송 재원 구조 개편을 미디어 공약으로 제시한 가운데 학계에서 관련 방안으로 ‘최저임금위원회’를 모델로 하는 수신료위원회를 제안했다. 

이근옥 충남대 교수는 5월 31일 한국언론정보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제도의 법적 과제와 '수신료위' 설치 방안>을 주제로 “앞으로 TV수신료는 정치권이나 정부기관이 개입할 수 없는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공영방송수신료위’에서 결정되어야 하며 ‘최저임금위’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정보학회는 이날 국립부경대에서 <한국 사회 공공성과 다양성 회복을 위한 공영방송 재원 구조 및 법제 개선 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5월 31일 국립부경대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한국 사회 공공성과 다양성 회복을 위한 공영방송 재원 구조 및 법제 개선 방향' 세미나. 이근옥 충남대 교수가 수신료위 설치에 대해 주제 발표하고 있다.(사진 EBS 제공)  

공영방송 재원구조 개편, 수신료 배분 체계 개선과 관련해 현재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공약한 게 유일한 상황이다. 한국의 공영방송은 전체 재원 중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해외 공영방송과 비교해 낮다. 2022년 결산 기준 KBS는 전체 재원의 45.3%가 수신료 재원이며 EBS의 경우, 수신료는 2023년 전체 재원의 6.9%에 불과하다. 영국 BBC, 독일 ARD, 일본 NHK 등 해외 공영방송의 수신료는 전체 재원의 65~95%다. 월 2500원 수신료는 KBS와 EBS에 배분되는데 EBS에 할당되는 비율은 2.8%에 그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경우, 미디어 공약으로 ‘1공영, 다민영’을 주장하고 있어 수신료 배분 체계 개선과 거리가 멀다. 또 윤석열 정부는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으로 공영방송 재원 안정성을 훼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국회 법개정을 통해 수신료 통합징수가 복원됐다. 

이근옥 교수는 “수신료 징수는 국가가 공영방송의 중립성, 독립성 및 보편적 시청권 보장이라는 공익을 실현하고자, 일정한 방향으로 유인 및 권장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 이를 특별히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2023년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수신료위 설치의 근거로 들었다. 이 교수는 “특히 EBS는 전체 수신료 중 3%가 안 되는 금액을 배분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24년 EBS 재원 중 수신료의 비율은 5.8%에 불과한 기형적 형태의 공영방송 재원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영방송수신료위’ 역시 관련 전문가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다양하고 균형 있는 위원 구성은 물론, 의결 절차에 있어 정치권이나 정부기관의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 모델을 참고해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영방송 재원의 규율을 현행 방송법 제4장에 명시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 수신료의 개념·산정·징수·배분 등을 체계화하고 공영방송 재원의 독립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노동부 산하의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결정·고시 등 의결 과정의 독립성과 균형적 위원 구성을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5월 31일 국립부경대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한국 사회 공공성과 다양성 회복을 위한 공영방송 재원 구조 및 법제 개선 방향' 세미나. 윤장열 국립 부경대 교수가 독일의 방송분담금 사례를 주제하고 있다.(사진 EBS 제공)  

해외 사례로 독일의 ‘공영방송재정수요산정위(KEF)’가 거론됐다. 윤장열 부경대 교수는 <독일의 방송분담금 사례를 중심으로> 주제 발표에서 “독일은 재정적 자율성과 정치적 독립성 보장을 위해 KEF라는 독립 기구를 통해 ‘방송분담금’ 우리로 치면 ‘TV수신료’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KEF를 통해 공영방송 재정 수요를 객관적으로 심의 산정하여 분담금 수준을 결정하고 정치권이나 정부 간섭 없이 투명한 운영을 통해 제도의 신뢰성 강화해 온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기존 ‘수신료’를 ‘분담금’으로 재정립했다. 

윤 교수는 “‘TV수신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개념 전환이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납부 대상을 ‘TV수상기 보유자’로 해석해온 ‘TV수신료’를 모든 국민이 납부하는 ‘방송분담금(Rundfunkbeitrag)’의 개념으로 전환, 공영방송을 ‘공영서비스미디어(Public Service Media, PSM)’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2013년 국민이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수행을 위해 ‘방송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방송분담금 개혁’을 통해 ‘TV수신료’에 대한 인식을 전환했다. 독일은 ‘방송분담금 개혁’을 통해 공영방송의 역할 재정의는 물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 공공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사회적으로 합의했다. 즉 단순 콘텐츠 제작 역할에만 머물던 공영방송사가 ‘방송분담금’이라는 개념을 통해 글로벌 상업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양성과 공적 가치를 지키고 시청자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영서비스미디어(PSM)’의 ‘공공재’로 재정의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석철 한양대 교수는 “공영방송의 재원은 위기다 못해 말라가고 있다”며 “공영방송의 붕괴는 국내 콘텐츠 제작 주체들의 존립 불가능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공영방송이 결국 필수적인 제작 주체로 남아야 국내 콘텐츠 제작 환경 역시 유지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TV수신료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경호 경남대 교수는 “2021년 교육공영방송 공적책무 심층 분석 연구를 수행한 결과, 당시 수도권을 포함한 7개 권역 시청자들이 EBS의 공적 책무 수행을 높이 평가하며 EBS에 지불할 수 있는 TV수신료의 금액은 약 1,260원 정도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EBS의 공교육 보완 및 공익성과 다양성이 보장된 콘텐츠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가 TV수신료 산정 기준에 반영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수신료위원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홍성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단순히 교육 콘텐츠뿐 아니라,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도 그간 EBS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평가하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현실화된 TV수신료를 수용할 수 있도록 EBS가 양질의 콘텐츠를 계속 내놓을 수 있다는 믿음을 장기적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삼수 EBS 박사는 “TV수신료와 같은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재원이 뒷받침되어야만 콘텐츠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발휘될 수 있다”며 “독일의 사례와 같이, 빠른 시일 내에 TV수신료가 모든 시민이 공영방송을 위해 부담하는 ‘방송분담금’으로 바뀌고, ‘수신료위’를 통해 수신료 산정 및 배분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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