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민주주의' 개표방송에 ‘MBC다움’ 담았습니다”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허지은 선거방송기획단장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해 치러지는 21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판가름나는 선거 당일 유권자들의 시선은 개표방송으로 모아지기 마련이다. 방송사들은 생성형 AI, 증강현실(AR) 첨단기술을 선보이는 등 자사 역량을 총동원하여 개표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21대 대선 개표방송의 승자는 누가 될까. 최근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는 MBC는 개표방송(☞ 예고편 보기)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5월 22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허지은 MBC 선거방송기획단장을 만났다. 다음은 허 단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21대 대선 MBC 선거방송기획단장 맡으셨는데 개표방송 준비 잘 되어 가나요?
“답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준비는 잘 돼 가고 있습니다. 사실 헌법재판소 선고가 이렇게 늦어질 줄 몰랐잖아요. 3월 초 파면 선고가 나고 5월 초에 대선이 있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2월에 모이자마자 마음이 무척 바빴습니다. 그래서 초반부터 주말에도 나와서 선거방송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지금은 비교적 여유 있게 선거 날을 기다릴 수 있게 됐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만큼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선거방송기획단(이하 선기단) 해본 경험이 있나요?
“제가 지금 입사 26년 차인데, 23년 전에 선기단 막내로 잠깐 근무한 게 전부여서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선기단 기자 중엔 이해인 팀장만 유일하게 13년 전 선기단 경험이 있고요.”
그럼 선기단장 임명됐을 때 어떠셨어요?
“솔직히 경험이 없다는 점과 준비할 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에 대한 불안함은 있었지만, 저희 후배들의 역량이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이런 후배들과 함께하면 못 할 게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선기단 내에서 기자들은 경험이 없다 하더라도 그래픽 팀이나 기술, 미술, 영상팀 등엔 실력 있는 유경험자들이 다수 계시기 때문에 경험 부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MBC 보도 시사프로그램 시청률이 높아서 선기단장 맡았을 때 부담도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방송쟁이들은 시청률이 성적표잖아요. 주변에서 기자님 같은 말씀을 엄청 많이 하세요. 잘 안 나오면 어쩌지란 부담은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선기단이 정말 혼을 담아 열심히 준비해 왔기 때문에, 저희는 선거방송 내용과 품질에 대해 자신이 있습니다. 이번 <선택 2025>가 시청자들께 최고의 선택이 될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방송 슬로건이 ‘다시, 민주주의’던데 이렇게 정한 이유는 12·3 비상계엄과 대선이 연결돼 있어서일까요?
“당연히 계엄과 탄핵이 아니었으면 나올 수 없는 슬로건입니다. 저희 팀이 구성된 후 첫 회의를 하면서 이번 선거방송에 무엇을 담을 건지를 논의했는데, 그때 이견 없이 모두가 ‘회복’이라든가 ‘치유’ ‘복원’ 이런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비상계엄은 물론 그 이전 과정들 속에서 국민들이 너무나 많은 상처들을 입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런 메시지를 어떤 한 마디 말로 응축할 거냐를 고민했고 그 결과로 ‘다시, 민주주의’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로 했습니다.
기자님도 아시다시피 그동안 선거방송 슬로건은 ‘희망’ ‘변화’ ‘내일’ 같은 단어들이 주를 이뤘잖아요. 그에 비하면 ‘다시, 민주주의’가 선거방송 슬로건으로는 굉장히 이례적이고 파격적이고 좀 안 맞는 것이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44년 만의 계엄과 탄핵 정국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상처를 생각했을 때 이만한 슬로건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한 가지 저희가 신경을 썼던 것은 올해가 광복 80주년이란 점이에요. 그래서 저희 <선택 2025>가 민주주의뿐 아니라 우리 역사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그런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거방송을 준비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대선을 치르게 됐는데 예정된 선거 때와 다를 거 같거든요.
“당연히 차이가 있을 거고 사실 저희도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왜 없었겠어요. 근데 한 가지,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타사도 그렇다는 게 조금 위안이 됐고요. 또 뭔가 임박한 상황에선 그만큼 타이트하게 1.5배, 2배로 농축된 준비를 하게 되잖아요. 처음에는 불안감이 컸던 게 맞는데 열심히 준비하다 보니 그 불안이 희석되고 줄어들더라고요.”
가장 고민했던 게 차별화일 것 같아요. 똑같은 조건에서 방송하지만 시청자 선택을 받아야잖아요.
“맞아요. 제가 회사 26년 다녔지만, 시청자들께서 MBC를 이렇게까지 아끼고 믿고 지지해 주신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차별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이 MBC를 이렇게 좋아하고 믿어주는 이유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MBC다운’ 그 점을 선거방송에 어떻게 녹일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기자님이 생각하는 ‘MBC다운’은 뭘까요?
“먼저 권력의 눈치 보지 않고 할 말 하는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게 가장 큰 것 같고요. 그다음에 민주주의라든가 역사의식이라든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들에 대해서 계속 관심 갖고 방향을 제시하며 중요하게 다뤄왔다는 점이죠. 또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이유엔 MBC만의 어떤 젊고 세련된 느낌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 모든 것들이 결합된 게 ‘MBC다움’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어떻게 선거방송에도 녹여서 시청자들께 만족감을 드릴 수 있을지를 굉장히 많이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녹일지 방안을 찾으셨나요?
“그 질문은 너무 어려운데, 선거방송의 코너별로 그게 다 들어가는 거예요. 무슨 얘기냐면, 토론의 논객을 정하는 것부터 그래픽과 영상물을 어떻게 구성할 거냐에 그 고민이 녹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이번 선거방송에서 강조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광복 80주년, 그게 다 선거방송 CG 포맷으로도 들어갑니다.
그리고 출구조사 발표 직전 카운트다운 영상이 선거방송의 묘미잖아요. 그 카운트다운 영상에도 역시 그런 메시지가 담길 거고요. 그 외에도 재미로 보는 다른 기획코너들이 있는데, 그것 역시 보신 분들이 ‘MBC는 다르네’라고 평가하실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토론M’이란 코너가 있어요. <뉴스하이킥>의 권순표 기자가 진행 맡고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유시민 작가가 패널로 참여하죠. 섭외 이야기가 있을까요?
“선기단이 꾸려지자마자 제가 후배들한테 섭외가 제일 급선무라고 말했습니다. 유시민 작가와 정규재 주필은 저희가 처음부터 ‘토론 드림팀’이라고 생각했던 두 분이에요. 왜냐하면 두 분은 굉장한 식견과 논리의 소유자이신 데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서 굉장한 신망을 수십 년간 쌓아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무조건 이 두 분을 잡아야 한다고 했던 거고요.
그리고 두 분이 지금껏 한 번도 한자리에 마주 앉아 토론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두 분을 앉히면 처음 보는 그림이 나오게 되는 거거든요. 때문에 저희는 처음부터 이 두 분을 생각했는데 두 분 다 처음엔 단칼에 거절하셨어요. 두 번 세 번 여쭤봐도 안 하신다고 하셔서, 저와 후배들이 두 분 마음을 움직이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권순표 기자를 토론 코너 진행자로 선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 <뉴스하이킥>이 청취율 역대 최고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인기가 워낙 많다는 점도 있지만, 권순표 선배 방송 들어보면 TV 진행자들의 FM적인 진행을 넘어 굉장히 파격적이면서 재미있게 진행해요. 그러면서 굉장히 깊이 있는 질문을 많이 던지거든요. 선거방송이라는 게 8시간씩 이어지는 지루할 수 있는 방송인데, 권 선배의 그런 진행 스타일이 굉장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겠고 보는 재미를 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토론 패널이 유시민‧정규재 두 분만이 아니라,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들도 한 분씩 더 나오세요.”
국회의원은 누구인가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입니다.”
토론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선거방송 보시면 스튜디오 보통 두 곳에서 돌아가요. 그러니까 개표방송하는 메인 세트가 있고 토론 세트가 따로 있거든요. 개표방송과 토론을 수시로 왔다갔다 할 텐데요. 선거방송이라는 게 총선이나 지방선거는 봐야 할 개표 데이터가 많잖아요. 하지만 대선은 보여드릴 정보 자체가 아주 적거든요. 그러면 그 개표 시간대를 무엇으로 채울 거냐가 문제가 됩니다.
때문에 대선 방송에선 토론이 제일 중요합니다. 처음에 투표 단계보다도 뒤로 개표 단계로, 그리고 당선 무렵으로 갈수록 토론의 비중이 늘어날 거고 거기서 이번 선거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의 전망과 정국 분석이 나오겠죠.”
MBC 같은 경우 [여론M]이라고 해서 여론조사 분석하는 게 있잖아요. 그건 개표방송에 안 나오나요?
“당연히 나옵니다. 제가 듣기로는 각 정당에 있는 사람들조차 MBC [여론M]이 웬만한 여론조사 분석보다 낫다고 칭찬한다고 해요. [여론M]은 저희로선 큰 자산입니다. 또 MBC에는 데이터 전문기자가 있거든요. 장슬기 기자가 이번에도 일찌감치 선기단에 와 있는데, 그동안 [여론M]에서 축적하고 분석해 온 데이터를 가지고 이번 선거방송에도 출연해 출구조사 결과와 함께 그동안의 추세, 전망 등을 쉽고 일목요연하게 분석해 드릴 예정입니다.”
조현용·이재은·김수지 앵커가 <선택 2025> 진행하는데, 조현용 앵커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작년 총선까지 진행했기 때문에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지금 조현용 앵커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그래서 고민은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고민 없이 조현용 씨에게 맡기기로 했고요. 좀 더 말씀드리면, 조현용 씨가 이번에 선거방송 진행하면 네 번째예요. 작년 총선까지 세 번 진행할 때만 해도 조현용 씨가 <뉴스데스크> 앵커는 아니었어요. <소비 더 머니> 진행자로서 워낙 능숙하고 편안하게 진행을 잘해서 팬층이 확고해 투입된 거였고, 사실 선거방송 때마다 기대를 뛰어넘는 진행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고민이 없었죠.
다만 이번에 약간의 관전 포인트가 될 부분이 있는데요. 조현용 기자가 지금 <뉴스데스크> 앵커를 하면서 굉장히 심각하고 화 나는 뉴스를 많이 전하다 보니 항상 표정이 굳어있는데, 이번 선거방송에서는 훨씬 편안하고 밝은 모습의 조현용 앵커를 보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재은, 김수지 앵커는 어떻게 정했나요?
“두 사람의 진행 실력도 정평이 나 있어요. 특히 이재은 씨 같은 경우는 선거방송이라고 하면 MBC에서 첫손 꼽히는 실력 있는 진행자이고, 김수지 앵커도 <뉴스데스크> 진행하면서 노련한 질문이라든가 신뢰감 있는 앵커 멘트와 논평으로 큰 사랑을 많이 받고 있거든요.”
이번 선거방송에서 주안점 둔 부분은?
“이번 선거가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인해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왜 이 대선을 치르는가’ 이번 선거의 배경과 의미, 그리고 민주주의의 가치와 우리 역사의 소중함 등을 담아내고자 한 게 첫 번째 주안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내용이고 좋은 의미라도 재미없고 지루해서 사람들이 안 보면 그만이잖아요. 너무 진지하기만 해서도 안 되고요. 그래서 저희가 전달하고자 하는 좋은 메시지와 의미를 시청자들께서 끝까지 채널 돌리지 않고 보실 수 있도록, 보는 재미와 즐거움도 함께 많이 담았습니다.”
요즘 영상에는 CG가 중요한데?
“<선택 2025> 관전 포인트 중에 하나가 그래픽이에요. 보시면서 ‘이거 무슨 광고 아냐?’ 할 정도로 영상미가 뛰어난 CG들을 매우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 대선 방송은 사실 전해드릴 정보가 많지 않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볼거리가 다양하고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CG를 정말 다양하게, 진짜 저희 제작진이 ‘이건 우리가 만들었지만 끝내준다’고 할 만큼 영상미가 뛰어나면서도 재치 있는 CG 포맷들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뭘까요?
“일단 화려한 라인업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유시민·정규재 두 분이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깊이 있는 정국 분석과 전망까지 해 주실 예정입니다. 그리고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와 역사 강사 최태성 선생님 같은 분들도 의미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코너를 만들어 주실 거고요.
그다음에 이번에 처음 하는 시도들이 있습니다. 기존 선거방송 세트가 있었는데 그걸 압도적인 스케일로 크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시청자들께서 보실 때 가슴이 확 트일 만한 시원한 세트와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요새 AI들을 많이 쓰잖아요. AI에 대해 지금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 AI를 깜짝 놀랄 방식으로 활용한 포맷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자영업자라든가 버스 승객들,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밀착해서 담아내는 그런 포맷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거방송 어떤 채널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시청자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MBC 뉴스가 그동안 시청자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아왔잖아요. MBC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걸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의 그 기대와 믿음에 어긋나지 않게, 그걸 뛰어넘을 만큼 열심히 준비를 했기 때문에 선거방송을 MBC로 채널 고정하시면 절대 후회하실 일이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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