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비난 받았다"는 KBS…'성폭력 재현' 비판 포기했나

"쏟아지는 비난에 이준석 사과" "이준석 '허위사실 적시 안 해'" '기계적 중립' 형식 취해 이준석이 부당한 지적 받는 양 보도 TV조선 "선 넘었다는 평가" JTBC "시민 항의에 사과 하기는 했지만" MBC, 이준석 '커뮤니티 정치' '뜬금없는 심상정 소환' 정조준 KBS, 김문수엔 "막판 대역전 발판 만들 계획" 기계적 중립 내팽개쳐

2025-05-29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TV토론 '성폭력 재현' 여성혐오 발언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센 가운데 KBS 보도는 '기계적 중립' 태도를 나타냈다. KBS는 각계의 쏟아지는 비판과 이준석 후보의 '심심한 사과' 발언을 묶어 정리하는 수준으로 보도를 마무리했다. 여성혐오 논란을 빚는 대선 후보에 대한 자체적인 검증과 분석, 평가는 찾아볼 수 없다.   

보수 성향의 TV조선은 "선 넘었다"는 리포트와 함께 이준석 후보 발언의 사회적 파장이 크다며 개혁신당 내부의 탈당 움직임을 조명하기도 했다. MBC는 이준석 후보의 정치가 반페미니즘 성향의 특정 커뮤니티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적 분석과 함께 이준석 후보의 물타기성 해명을 팩트체크했다.

5월 28일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28일 KBS '뉴스9'은 1번부터 4번 리포트까지 대선 후보들의 현장유세 발언을 전했다. 한 시민은 여의도공원 유세 중인 이준석 후보에게  "여성유권자에게 사과할 생각 없나. 너무 선을 넘는 발언이었다"고 항의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지금 (기자)질의 응답 중"이라는 답변으로 항의를 물리쳤다. 이 같은 상황은 KBS 보도에 없었다.   

KBS는 7번 리포트 <이준석, ‘여성 혐오’ 인용 발언 논란…각계 비판에 사과>에서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 재현 발언 파문을 다뤘다. KBS는 민주당, 진보당, 여성단체, 국민의힘의 지적을 전한 뒤 "쏟아지는 비난에 이 후보는 사과했다"고 전했다. KBS는 민주당의 이준석 후보 비판도 '맹비난'이라고 표현했다. '비난'은 남의 결점을 책잡아 나쁘게 말한다는 의미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는 '비판'과는 다르다. 이준석 후보의 사과 여부를 두고도 비판이 제기된다. 이준석 후보는 'TV토론 발언 표현이 향후 방송에서 계속 쓰여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어떻게 순화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며 자신의 발언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어 KBS는 '순화한 표현이었다' '후보자 가족 검증은 필요하다' '민주진영의 위선을 드러냈다' 등 이준석 후보 입장을 전했다. KBS는 "특히 어떤 허위사실도 적시하지 않았다면서 SNS에 이재명 후보 아들의 벌금형 기사를 공유했고 고소, 고발엔 무고로 맞대응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이재명 후보 아들이 썼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 원문과 다르다. 원문은 남성의 신체부위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이준석 후보는 여성의 신체부위에 대한 언급을 했다. 또한 이준석 후보는 TV토론 당시 해당 문제적 표현을 누가 했다는 것인지 특정하지 않아 허위사실 공표 소지를 차단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를 의식, 특정하지 않고 성폭력 발언을 재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5월 28일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KBS가 모든 후보에 대해 '기계적 중립'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이날 KBS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유세현장을 담은 3번 리포트 <김문수 “이재명 괴물 독재 막아야…계엄·탄핵 없을 것”> 말미에 "내일(29일)은 이재명 후보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에서 사전투표를 하며, 막판 대역전의 발판을 만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KBS는 다른 후보들의 일정에 대해서는 ▲투표를 통한 내란 진압을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는 내일(29일) 서울 신촌 대학가에서 사전투표에 나선다 ▲이준석 후보는 내일(29일) 자신의 지역구 경기 화성에서 사전투표를 하며, 이른바 '동탄 모델'식 승리를 다시 한 번 강조할 예정 ▲권영국 후보는 대전을 찾아 4대강보 철거를 위해 결성된 시민단체와 정책협약식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TV조선 '뉴스9'은 <[뉴스 더] 선거 막판 불거진 '젓가락 발언' 표심 영향은> 기자 대담 코너에서 자체적인 분석과 비판을 내놓았다. TV조선 기자는 "파장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민주당이나 여성단체, 시민단체의 반발도 그렇지만, 내부 반발 역시 컸다"며 "해당 발언에 실망했다, 탈당하겠다는 글이 지금까지 200개 넘게 올라와 있는 상태이다. 국민의힘 후보 교체 시도로 개혁신당 당원 가입자가 느는 반사이익을 얻었는데, 이 후보의 발언으로 다시 역풍을 맞게 된 것"이라고 했다. 

TV조선 기자는 "해당 발언은 원래 사전에 준비했던 발언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이 후보 측은 이재명 후보에게 폭탄을 던진 것이라고 표현했다"며 "앞선 두 차례 토론에서 호텔경제론, 커피원가 발언 등 이재명 후보 공약의 허점을 찌르며 토론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지지율도 호조를 보였는데 이 같은 자신감이 오히려 독이 돼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고 했다.

5월 28일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JTBC '뉴스룸'은 <"상대 악마화에 전력"…이준석 '여성 신체 발언' 거센 후폭풍>,  <이준석, "선 넘었다" 시민 항의에 '심심한 사과' 했지만…> 등 2꼭지를 보도했다. JTBC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이준석 후보는 '순화해서 말할 방법이 없다'거나 '진보진영의 위선'이라고 맞섰다"며 "유세 중 지나가는 시민까지 항의하자 결국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정당한 질문'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TV토론 중에‥도 넘은 이준석, 성폭력성 발언에 파문 확산>, <"딸과 함께 보다 TV 껐다" 이준석 망언에 '정계 퇴출' 요구 봇물>,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존한 '이준석 정치'?>, <[대선팩트체크] 심상정이 토론회에서 '돼지 발정제' 발언했다?>, <이준석 향한 일침 "반성하셔야 된다"‥권영국도 "정치 남 공격 아냐"> 등 이준석 후보 비판에 5꼭지를 할애했다. 

MBC는 이준석 후보가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는 "이준석 후보가 어제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성폭력성 발언을 하기 전, 이달 초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관련 내용이 잇따라 올라왔다"며 "주로 한 극우 유튜브 사이트에서 언급된 내용을 가져온 거였다"고 했다. MBC는 "최근 이준석 후보가 SNS에서 이재명 후보의 경기도 시흥 거북섬 관련을 비판했다 정정했을 때에도 이 게시판이 주목을 받았다"며 "공교롭게도 이준석 후보가 잘못된 내용을 올렸을 때와, 글을 정정했을 때 모두 해당 게시판에 먼저 관련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고 짚었다. 

MBC는 "보수 성향의 2, 30대 남성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해당 게시판은 반페미니즘 성향의 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후보가 이 게시판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이 후보 유세 현장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준석 후보 측은 MBC에 "(해당 게시판을)자주 본다는 것은 주관적 판단"이라며 "커뮤니티에 휘둘린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5월 28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MBC는 이준석 후보가 2017년 대선 TV토론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언급하며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팩트체크했다. 이준석 후보는 28일 라디오 방송과 기자 질의응답에서 '심상정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향해 돼지 발정제 문제를 세게 들고 나왔고 굉장히 충격 받았다'는 발언을 반복했다. 2017년 대선 때 홍준표 후보 자서전에 적힌 '돼지 발정제' 논란으로 TV토론 표현 수위의 기준이 설정됐는데, 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느냐는 주장이다.

MBC는 "하지만 심 후보는 당시 '성폭력 범죄'라고만 지칭했을 뿐 상세한 내용은 언급한 바가 없다"며 "홍 후보에게 입장을 따져 묻지도 않았고 토론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질문하지 않는 방식으로 항의의 뜻을 표했다"고 사실관계를 바로 잡았다. 

MBC는 "오히려 이날 토론회에서 구체적인 단어를 거론하며 홍 후보를 비판한 건 당시 이 후보와 같은 바른정당 소속이었던 보수 진영의 유승민 후보였다. 하지만 유 후보 역시 수위를 낮춰서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며 "이날 두 후보는 나란히 다른 후보의 성 관련 문제를 지적했지만, 모두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고 표현도 순화된 것이었다"고 했다. MBC는 "이 후보가 충격이었다며 하루 종일 언급한 '발정제'라는 용어는 정작 당시 토론회에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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