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성폭력 재현 발언, 선거방송토론위·언론도 책임”

민언련 “선거방송토론위 혐오 표현 방치…TV토론 개선해야”

2025-05-29     노하연 기자

[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여성 성폭력 재현' 발언을 제지하지 않은 선거방송토론위원회와 무비판적인 언론 보도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이준석 후보는 질문을 빙자해 성폭력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표현을 내뱉었다. 그저 상대방을 공격하고,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심각한 성폭력 상황을 도구화한 것”이라며 “이 후보에게 이 땅의 성폭력 피해자들, 청소년을 포함한 다수의 시청자들이 느낄 충격과 분노, 모욕은 안중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2030정치공동체청년하다, 윤석열퇴진전국대학생시국회의, 진보대학생넷 관련 학생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개혁신당 당사앞에서 전날 TV 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적 표현을 언급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국민들이 느낀 것은 결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었다.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대선 후보가 전국에 생방송되는 토론의 장에서 성희롱 발언을 거리낌 없이 내뱉을 수 있다는 데 대한 충격과 공포”라며 “성폭력 상황마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도구화하고, 그 발언이 지닌 심각한 문제점을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스스로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는 혐오 표현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현업단체는 2020년 1월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을 통해 정치인을 포함한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의 혐오 표현을 더욱 엄격하고 비판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언론노조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은 성차별적 표현의 직접 인용이나 젠더 기반 폭력 범죄의 폭력 양상을 불필요하게 상세히 묘사하는 데 대해 신중을 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후보의 성희롱 발언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시민의 고통이 증폭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TV토론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민언련은 같은날 발표한 논평에서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 발언을 즉각 제지하지 않고 공론장에 방치한 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책임이 크다”며 “선거토론은 유권자의 정책판단을 돕기 위한 자리이지, 여성혐오와 성폭력 발언을 유포하는 곳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민언련은 “공정성과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선거방송토론회가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충격과 혐오를 안긴 이번 사태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TV토론회 제도와 운영 전반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개선이 필요함을 강력하게 시사한다”며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혐오와 폭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5월 28일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민언련은 무비판적인 언론보도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민언련에 따르면 토론회가 개최된 5월 27일부터 28일 오전 10시까지 네이버에서 ‘이준석’ 키워드가 들어간 20개 언론사의 보도를 분석한 결과, 이 후보의 발언을 ‘성폭력'으로 규정, 비판한 매체는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MBC, JTBC 6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언론은 이 후보의 해명과 더불어민주당, 민주노동당의 비판을 썪어 정치공방 형식으로 보도했으며 시민사회의 비판을 배제했다.

민언련은 “이는 언론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고 성폭력 발언의 2차가해를 조장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언론은 내란옹호세력뿐만 아니라 폭력을 선동하고 혐오차별을 조장하는 자에게도 마이크를 내어주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29일 이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워낙 심한 음담패설에 해당하는 표현들이라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나. 정말 성범죄자로 지탄받아야 할 이는 누구냐”고 따져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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