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7년 만의 파업 "독립적인 지배구조 쟁취하겠다"
노조 28일 하루 파업 “유진 자본에 맞서 YTN 지키겠다"
[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일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은 2018년 최남수 사장 시절 이후 약 7년 만의 파업이자 대주주를 상대로 한 최초의 파업이다. YTN 구성원들은 “유진 자본에 맞서 YTN을 지키겠다”며 “YTN만의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쟁취하기 위해 당당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1층 로비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이호찬 언론노조위원장, 박상현 KBS본부장, 전성관 MBC본부장, 김준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장 등 언론노조 산하 지본부 관계자들과 YTN지부 조합원 220여 명이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이호찬 언론노조위원장은 격려사에서 “90%가 넘는 투표율에 무려 86%의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시킨 것, 여기에는 우리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 있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의 ‘언’자도 관심이 없던 사적 자본 유진기업에 매각시켜버린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노, YTN 매각을 강행한 불법적인 2인 방통위 체계에 대한 분노, YTN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김백의 귀환에 대한 분노 등이 모여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유진강점기에서 더 이상 숨죽이고 살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실천을, 투쟁을 다 함께 벌이겠다고 결의한 그 마음이 정말 소중하다”며 “YTN을 반드시 되찾아 내자. 새로 되찾은 YTN은 과거의 YTN이 아니라 우리가 못다 했던 저널리즘에 대한 실천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새로운 YTN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시작된 YTN지부와 사측의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됐다. 사측은 교섭 과정에서 임금 동결과 단협 사항인 보도국장 임면동의제 삭제를 요구했다. 5월 1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YTN 노사 임단협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YTN지부는 지난 20~2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며 조합원 481명 중 86.2%가 쟁위행위에 찬성했다.
전준형 YTN지부장은 “유진 자본은 윤석열 정권의 강제 지분매각과 졸속 심사를 통해 YTN 최대주주 자격을 확보한 뒤 일관되게 이윤 추구와 노조 와해 공작에 집중해 왔다”면서 ▲대규모 조직개편 ▲임면동의제 등 단협 무력화 ▲사원별·부서별 차등 평가 도입 시도 등을 거론했다.
2024년 2월 공기업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YTN 지분 30.9%를 유진그룹에 전량 매각했다. 방송사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심사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 2인 체제 논란 속에서 공기업 지분 매각을 승인하고 유진그룹을 YTN 최대주주로 승인했다.
전 지부장은 “유진이 빼앗아 간 건 우리의 일터, 노동의 권리, 공정방송만이 아니었다. 조합원 사이 끈끈했던 관계, 신뢰, 소통하며 느낀 보람과 즐거움마저도 빼앗아갔다”며 “이 투쟁을 통해 유진그룹 그리고 천박한 자본의 부역자 김백을 몰아내고 거기에 더해 우리 사이에 쌓였던 불신과 반목도 모두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본과 싸우는 첫 대결이다. 하지만 YTN은 싸워야 할 때 단 한 번도 싸움을 피한 적 없다. 싸움에서 진 적도 없다”며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일터 YTN을 되찾기 위해 유진강점기를 끝내고 YTN의 자주 독립을 이뤄내기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아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성노 YTN지부 사무국장은 ▲2024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2.3% 임금 인상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시간외 수당 법정화 ▲보도국장 임면동의제 등 단체협약 준수 ▲대규모 배치전환 시 조합과 사전협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사무국장은 “저는 이게 몽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희가 많이 모였기 때문에 옳다고 믿는 게 아니라 이 길이 옳다고 믿는 사람이 이만큼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철희 조합원은 “회사가 사영화 된 후 제가 속해 있던 부서는 공중 해체가 됐다. 존경하던 선배는 부서를 떠났고 일부는 대기 발령 상태가 된 채 갈 곳 없이 떠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조합원은 “김건희라는 이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기사가 난도질당하고, 그 문제에 항의했던 선배가 인사 발령당하는 모습도 옆에서 지켜봤다"면서 "다른 회사에서 연일 채 상병 특종이나, 명태균 특종이 나오는 동안 저희는 그 흔한 TF팀 하나 구성하지 않고 일상 취재만, 주어진 일만 메꾸는 날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일이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되물어봤다. 그 답은 김백 사장이 왔던 시점에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YTN지부는 파업 결의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강제 지분 매각과 졸속 심사로 유진 자본의 손아귀에 넘어간 YTN은 지난 1년 처참하게 망가졌다. YTN 대량해직 사태의 원흉 김백은 내란 세력을 뒷배 삼아 낙하산 사장으로 낙점됐고, 자신을 꽂아준 권력자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YTN에 편파방송이라는 낙인을 새겼다”며 “권력에 빌붙어 YTN을 공격하고 망가뜨린 부역자들은 충성의 대가로 대거 요직을 차지했고, 외압을 막기 위한 공정방송 제도는 철저하게 무시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YTN은 특정 정치집단의 선전도구나 이윤만 쫓는 천박한 자본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파업을 통해 YTN에서 유진 자본을 쫓아내고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싸울 것”이라며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YTN만의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쟁취하기 위해 당당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YTN지부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유진그룹 본사 앞에서 유진그룹 퇴출을 촉구하는 결의대회와 선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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