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즐기는 K-푸드가 되려면
[기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식품규제 설계부터 시작하자
[미디어스=김영선 칼럼] 최근 몇 년간 K-푸드는 세계식품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수출실적은 130억 3,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으며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수출대상 국가도 207개국으로 전년 대비 8개국이 증가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라면, 쌀 가공식품, 김치 등이 한류 물결과 함께 인기를 끈 결과다. 이 외에 비건 불고기 등 비건식품, 냉동 김밥 같은 K-밀키트 및 가정간편식(HMR), 장 건강·면역력에 대한 관심증가에 따른 전통 발효식품 등의 성장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한때 유행이 아니라 K-푸드가 세계식품시장을 주도하면서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국가차원의 전략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한국인의 입맛과 포장기준에 맞춰 생산되고 있는 많은 K-푸드의 현지화 전략이 시급하다. 맛과 사용의 편의성이 따르지 않는다면 아무리 트렌디하고 건강해도 재구매율이 낮을 수 밖에 없다. 특히나 미국, 유럽, 동남아 등 국가별 식문화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에 부합하는 맞춤형 현지화 전략이 중요하다. 시장별 맞춤형 레시피를 토대로 현지 언어와 문화에 맞춘 포장과 조리법을 개발해야 한다.
현지화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반드시 손봐야 할 것이 있다. 국내시장 중심으로 설계된 각종 제도와 규제를 글로벌화해야 한다. 국내 식품산업 규제는 위해 식품으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과 소비자의 선택권 및 기업 경제활동의 자유 보장 사이 어느 지점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로서는 이 두 가지 목표 중 어느 한 개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종종 발생하는 식품사고와 소비자의 안전요구 증대는 식품시장과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공공의 안전요구와 시장에 대한 불신이 겹쳐 급기야 시장을 가부장적으로 통제할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는 점이다. 규제개선 요구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출이 늘다 보니 기존 국내시장 중심의 식품산업 규제에도 변화가 있지만, 그 속도는 K-푸드의 세계적 진출 확대와 위상 변화에 부응할 만큼은 아닌 것 같다. 식품산업의 글로벌 성장을 저해하는 몇 가지 규제요인을 살펴보면, 우선 현행 국내 위생 및 안전기준이 국가별 상이한 수입위생 및 안전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식품첨가물이나 잔류농약 기준이 나라마다 상이하고 GMO·알레르기 성분 표시의무도 차이가 있다. 다음으로 수출대상국보다 더 엄격한 국내 기준 및 이중의 인증제도를 충족시켜야 하는 데서 오는 비용증가도 문제다. 할랄인증 등 문화적·종교적 기준의 충족, 원산지 기준 규제 등도 있다.
이 외에 포장 및 표시규정의 제한,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통관 절차, 수출을 지원하는 행정 부처 간 역할이 중복되거나 협업이 부족 한데서 오는 비효율 등도 문제다. 이러한 장애요인들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k-푸드가 세계인의 먹거리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필자는 우선 추진과제로 다음을 제안한다.
첫째, 국내 식품 기준·규격을 Codex, ISO 기준 등 국제식품규격과의 정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보수적이거나 해외 기준과 불일치해 수출용 제품개발을 제약하고 있는 식품 기준·규격을 글로벌 기준과 조화를 도모함으로써 국내외 규제 간 차이를 최소화하도록 정비하자. 예컨대, 해외에서 사용 가능한 천연 향료나 기능성 원료에 대한 사용제한을 해소하여 수출용 제품개발을 활성화하도록 하자는 얘기다.
둘째, 수출전용 제품에 적용되는 별도의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보자. 현재는 ‘국내 판매 기준’을 충족해야만 수출이 가능한 구조로 수출만을 위한 제품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다. 국내 기준이 아닌 수출국 기준만 충족해도 제품화가 가능토록 과감하게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셋째, 국가별 식품수출 관련 규제의 복잡성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주요 수출국별 식품규제 통합 대응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가마다 식품안전 기준, 성분 허용 범위, 알레르기 표시, 식품첨가물 사용 규정 등이 다르므로 필요한 정보를 기업에 신속히 제공토록 국가별 규제정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수출 맞춤형 인허가 컨설팅을 강화하는 등 체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식품수출 관련 통합적 컨트롤타워로서 부처와의 연계를 강화한 ‘K-푸드 수출전략본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봄직하다.
마지막으로, 소규모 기업들의 수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포장, 인증 등 각종 제도를 수출 친화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표준화된 포장방법 및 AI 기반 자동 다국어 라벨링 시스템을 마련한다든지, 수출 전자서류의 자동화 및 디지털 인증의 통합 등 절차의 비효율을 개선한다든지 하는 노력을 가속화하여야 한다.
한류의 세계적 흐름을 타고, K-푸드가 글로벌 음식 문화의 주인공으로 발돋움할 수 있느냐의 커다란 도전과 기회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K-푸드 규제, 이제 시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가부장적 규제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스마트한 규제를 시작으로 세계인의 K-푸드로 도약을 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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