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장 '불량' 인사평가…"쓴소리 보복성"
기협 "박장범 체제 비판 입막음이면 치졸한 탄압" "전권 행사한 분들에 더 큰 책임 물어야 하지 않나" 인력관리실 "기자협회장 활동과 무관…인사평가 흡집 중단하라"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자사 보도에 비판적 의견을 전달했던 KBS 기자협회장이 ‘불량’ 인사평가를 받아 “보복성 인사 평가”라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KBS 기자협회는 “해당 평가를 내린 부서장은 반드시 해명하라”면서 “인사권을 무기로 삼아 무리한 조치를 취할수록, 그 책임은 더욱 무거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협회장은 “편집권과 인사권 등 전권을 행사하셨던 분들에게는 당연히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26일 저녁 KBS 기자협회 성명 등에 따르면, 지난주 사측은 전임 기자협회장 인사평가에서 ‘불량’ 평가를 내렸다. 그동안 그는 공정방송TF를 구성하고 편집회의에서 뉴스모니터 보고서를 제시하며 자사 보도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임 기자협회장은 이달 초 임기를 마쳤다.
KBS 기자협회는 “수신료로 제작된 뉴스가 시청자에게 ‘미흡’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더니, 사측은 보복성 인사 평가를 내린 것”이라며 “불편했을 수 있고 불쾌했을 수 있다. 하지만 평생 남을 비판하며 살아온 자들이, 자신에 대한 비판에는 토론 대신 인사권을 휘두른다면, 그 속이 얼마나 좁고 옹졸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것이 ‘박민 사장 체제’의 마지막 몽니라면, 그 뒤를 이은 ‘박장범 사장 체제’의 비판에 대한 입막음 시도라면 이는 치졸한 탄압”이라고 강조했다.
KBS 기자협회는 방송편성규약 무력화 시도라고 지적했다. KBS기자협회장은 방송편성규약상 실무자 대표로, 보도본부 구성원의 의견을 책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보도위원회는 편성규약 10조에 따라 구성된 책임자 측과 실무자 측이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 협의하고 의견을 조정하는 자리이며 방송의 공정성 및 공익성 훼손 논란이나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 등이 있을 때 이뤄진다고 한다.
편성규약 15조는 실무자 측이 편성규약 위반이나 제작 자율성 침해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거나 재발 방지를 촉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약 7조는 취재 실무자 대표는 주요 보도, 편성, 제작 관련 회의를 참관하고 실무자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KBS편성규약은 방송법을 근거로 두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이러한 역할을 맡은 기자협회장에게 인사권으로 보복한다는 것은, 앞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말고, 참석하더라도 침묵하라는 의미”라면서 “이는 명백히 방송편성규약상 실무자 대표의 책임과 권한을 무력화하는 시도”라고 했다.
인사 평가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그간 KBS 기자협회장은 전임으로 근무했었지만, ‘박민 사장 체제’가 들어서고 전임에 대한 근거가 없다며 업무를 지시했다고 한다. 전임 KBS협회장은 매주 월요일 아침 <뉴스광장> 신간 소개 리포트를 제작했다.
KBS 기자협회는 “부서장의 업무 지시에 충실히 따랐음에도 그 결과가 ‘불량’”이라며 “불량'은 인사규정상 정기승호가 6개월 동안 정지될 수 있고, 연속 '미흡'이면 승진 보류, '불량'이 누적되면 직권면직도 가능한 사실상의 '중징계'다. 전임 기자협회장이 잘못한 것이라곤, 부서장의 업무 지시에 충실히 따르고, 방송편성규약상 의무를 다한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KBS 기자협회는 사측을 향해 “인사권 행사에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상식 밖의 행위로 분노를 키우지 말아야 한다”면서 ‘불량’ 평가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또 KBS 기자협회는 “해당 평가를 내린 부서장은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면서 “‘박민 사장 체제’에서 윗선의 압력이 있었던 사실이 있다면, 이를 솔직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KBS 기자협회는 “고과로 협박하든, 징계로 협박하든,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압박이 강해질수록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인사권을 무기로 삼아 무리한 조치를 취할수록, 그 책임은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임 기자협회장은 최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결과에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적었다. 전임 기자협회장은 “총선 보도 꼴찌부터 시작해서, 외부 평가에서 바닥을 모르고 추락한 KBS 뉴스의 신뢰도와 경쟁력 지표, 8.15 광복절 보도 참사, 화룡점정을 찍었던 비상계엄 사태 보도, 그리고 명태균과 이어지는 탄핵 관련 보도, 이로 인한 30년 만의 시청률 역전 사태 등 처참한 흐름 속에서 기자협회장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구현했는지, 프로그램의 공익성과 공정성, 취재 및 제작의 자율성을 수호했는지 스스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임 기자협회장은 “형평성 문제만은 제기할까 한다”면서 “지난 1년 동안 뻔히 예견된 보도 참사를 막기 위해 기자협회장으로서 많은 제안을 했음에도, '편집권 침해'다. '외부 단체의 개입이다'라는 이유를 들어 조금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측 책임자들은 어떤 인사 평가를 받았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옆에서 쓴소리하는 것밖에 없었던 저에게 저런 인사 평가를 내렸다면, 편집권과 인사권 등 전권을 행사하셨던 분들에게는 당연히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는가”라면서 “이번 인사 평가 결과를 가슴에 아프게 새기겠다. 하지만 책임의 크기만큼 공평한 인사가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같은 날 KBS 인력관리실은 입장을 내어 “현재 인사평가 제도는 본인의 자기신고를 기초로 업무 성과와 역량에 대해 평가하고 있으며 평가기간 내 이의신청 등의 제도도 있다”면서 “이런 원칙과 절차에 따라 전 직원에 대해 실시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즉, 기자협회장으로서의 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소속 부서의 다른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2024년 연간 업무성과와 역량에 대해 평가한 것”이라면서 “기자협회장으로서의 활동에 대한 보복성 조치 또는 탄압과는 전혀 무관하다. 근거없는 억측과 곡해로 원칙과 절차에 따른 공사의 정당한 인사평가 제도에 흠집을 내는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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