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정책집단 ‘세움’ 출범…"가짜뉴스 이대로 지켜볼 수 없다"
22일 첫 세미나 '가짜뉴스와 민주주의' 개최 징벌적 손해배상제 조건부 도입 등 제안 “형법·기본권 법체계 정비 없이 규제 어려워” 반론도
[미디어스=노하연 기자] 현업 언론인과 언론개혁 활동가들이 참여한 언론개혁정책집단 ‘세움’이 공식 출범했다. ‘세움’은 22일 서울 뉴스타파 사옥 리영희홀에서 출범식을 개최하고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 회복을 위한 정책 제안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세움은 출범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내란의 강을 건너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면 언론을 바로 세우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며 “반복된 언론개혁 실패를 새로운 민주정부에서는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상재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실과 이론을 접목해 조금 더 현실에 가까운 정책과 해결책을 고민하겠다”면서 “현업의 언론인들이 여러 가지 이해관계에 부딪혀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 또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필요한 정책들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세움은 출범을 기념해 <가짜뉴스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첫 세미나를 개최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춘효 세움 연구위원이 유포되는 가짜뉴스의 특징을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가짜뉴스 현황과 쟁점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인’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며 “서구 가짜뉴스 연구에서 난민 대상 보도 담론을 분석한 연구가 많았던 것을 미루어 볼 때 국내 거주하는 가장 많은 외국인이 중국이라는 점, 극우 매체들이 조선족을 폄하하거나 국내 선거에 개입했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2024년 1월 1일부터 2025년 5월 1일까지 ▲신문(스카이데일리,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지상파(KBS, MBC, SBS) ▲극우 유튜브(고성국TV, 성창경TV, 신의 한수) 등의 ‘중국인’이 포함된 보도를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스카이데일리가 주도한 ‘중국인 부정선거 개입’ 담론을 한동안 공유하다가, 지난 2월 3일을 기점으로 부정선거 프레임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혐중 프레임’을 비판하는 보도를 이어왔다.
김 연구위원은 “분석 결과, 스카이데일리가 주도한 쟁점들은 레거시 매체들과 연계되지 않았다”며 “스카이데일리의 담론은 주로 극우 유튜브 채널 진행자들의 의견과 결합해 선동성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스카이데일리와 유튜브 매체는 저널리즘 관점에서 언론 보도로 분류할 수 없었다”고 지적하고 “주요 정보원은 극우 ‘칼럼니스트’의 주장과 추정, 가정이며 확인되지 않은 해외 SNS의 짧은 영상, 극우 집회 참가자의 발언 등이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확산하는 배경으로 ▲서사 과잉 ▲정치적 부족주의 ▲인지 고갈을 꼽았다. 박 비평가는 “음모론자들은 지나치게 과잉된 합리성을 바탕으로, 모든 현상을 구멍 없이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끼워 맞추려 한다.(중략)이는 사람들을 단순히 어리석게 만드는 게 아니라, 무감각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며 “결국 (가짜뉴스로 인해) 사회는 비판적 사고력을 상실하고, 가짜뉴스에 대한 면역력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강택 세움 준비위원장(전 TBS 대표)은 가짜뉴스 대응책으로 ▲탐사보도와 미디어 비평 강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한 혐오 표현 규제 ▲피해배상 실질화 ▲혐오 콘텐츠의 수익화 차단 ▲징벌적 손해배상제 조건부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강택 준비위원장은 “이대로는 제2의 스카이데일리는 절대 막을 수가 없다. 현행 법 규제는 완전 무기력하다”며 보다 강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카이데일리는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기사에 사진을 실었다. 바로 2016년 불법 조업 중 체포된 중국 선원들 사진”이라면서 “신문윤리위원회에서 자사 게재 경고를 6번 내렸다. 그럼 뭐하느냐. 아무 효과가 없다”고 했다.
미디어법 규제로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김유향 북한대학원 겸임교수는 “우리나라는 차별금지법이 없고 형법상 무엇이 불법인가에 대해서 명료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여기서 가짜뉴스, 허위 정보, 혐오 표현 전반을 그냥 규제하자는 건 사실상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는 어렵고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유럽은 혐오표현이나 허위정보를 강력히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잘 마련돼 있다. 이는 차별금지법, 기본권 보장에 관한 형법과 헌법 조항이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가짜뉴스 규제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려면 형법상 허위정보와 차별 개념부터 명료하게 규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기본권 중심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자율규제도 병행해야 한다”며 “유튜브의 수익 차단, 콘텐츠 삭제 등 내부 시스템이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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