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윤석열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는 국힘
[김민하 칼럼]
[미디어스 김민하 칼럼]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간 공언해 온 바를 실행한 것이다. 지금의 국민의힘으로서는 18일 TV토론 일정이 시작되기 전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의힘 사람들은 이를 통해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까지 추진한 이후 이재명 후보와의 1대 1 구도를 만들어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은 이러한 어렵고도 장구한 계획의 첫걸음이 되는 것인 셈이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은 묘하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확한 입장은 “김문수 후보가 요청하면 탈당을 할테니, 김문수 후보가 결단해달라”는 것이라고 한다. 당이 결정하거나 요구하라는 게 아니라, 요구 주체가 ‘김문수 후보’여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김문수 후보의 입장은? 김문수 후보는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을 요구한 15일, “윤 전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며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이 (전직 대통령에게) 탈당하라, 말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러면 결론이 나지 않는 책임 떠넘기기 구조가 되어 버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은 뭘까? 언론에 보도된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들의 얘기 중에는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는 것’이라는 다소 미화된 듯한 얘기도 있지만, 결국 탈당을 안 하겠다는 주장에 가깝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후보 측이 인정한 바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김문수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직후에 통화를 했다. YTN은 이 통화에서 김문수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탈당하지 말 것을 권했다고 보도했다. 김문수 후보 측은 이를 부인했으나 통화를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당시 통화에서 이미 탈당 여부는 쟁점화 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언론에 보도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들 반응을 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상당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탄핵 국면에서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 40%를 넘나드는 지지율이 확인이 됐다는 것이 근거이다. 이런 상황에 탈당을 하면 실제로 김문수 후보의 선거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김문수 후보 입장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 윤석열 전 대통령이 40%에 육박하는 지지율의 주인공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김문수 후보의 핵심 지지층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지지층이 겹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문수 후보는 근본적으로 중도층 확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후보이다. 그러한 상황에 섣불리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을 촉구했다가 그나마 가지고 있는 핵심 지지층에서도 누수가 발생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김문수 후보에게 명운을 걸 수밖에 없게 된 친윤 당 주류 입장에서도 김문수 후보의 추가 지지율 하락과 저조한 득표는 당 내외에서의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형성한다. 당 밖에서의 도전이라고 한다면 역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는 이준석 후보를 여유있게 누르고 있다. 하지만 추가 지지율 하락은 이준석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할 가능성이 늘어난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잖아도 누수가 발생하는 상황에 이런 흐름이 강화된다면, 대선 이후 보수 재편의 주도권을 이준석 후보와 개혁신당에게 빼앗기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당 내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도전하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선거 운동을 사실상 보이콧 하는 상태에서 당원 가입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노골적으로 대선 ‘폭망’ 이후의 차기 당권 경쟁을 준비하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무리한 후보 교체 시도가 있었던 상황에 김문수 후보가 크게 실패하면 대선 책임론은 친윤 주류에 집중될 것이다. 차기 당권 경쟁은 한동훈 전 대표에 유리하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이를 방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거 책임을 함께 나눠 지는 수밖에 없다. 한동훈 전 대표를 어떻게든 선대위에 끌어 들여야 한다. 하지만 한동훈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으면 선거를 도울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대선 대응을 하는데 경선에서 겨룬 상대가 이렇게까지 불성실하게 나오는 것은 조직 논리라는 측면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째라’식 행보 때문에 한동훈 전 대표의 행위에도 명분이 실린다. 한동훈 전 대표의 철이 없음 혹은 야비함을 논하기 전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도해도 너무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먼저 나오게 돼있다는 거다.
결국 친윤 주류 입장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남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달 것이냐의 문제인데, 고양이로부터 지목당한 쥐인 김문수 후보는 방울 달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윤석열 전 대통령 측 인사를 선거 조직 여기저기에 배치해 “반 이재명 빅텐트를 세운다더니, 친윤 빅텐트냐”(중앙일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판국이다. 이러나 뭐가 될 리가 없다.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 국민의힘이라는 평가로, 이번 대선은 끝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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