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권이든 MBC 포섭 시도에 단호하게 싸울 겁니다”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전성관 언론노조 MBC본부장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16대 언론노조 MBC본부장에 전성관 PD가 선출되었다. 선거에서 97.97%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전성관 본부장은 취임사에서 “공영방송 MBC를 침탈하려는 외부 세력들이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지만, 좌고우면하지 않고 뚜벅뚜벅 옳은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 새 집행부는 지난 3월 20일 첫 발을 내디뎠다.
1999년 시사교양 PD로 MBC에 입사한 전성관 본부장은 시사교양국, 편성국, 외주 제작국을 거치며 <PD수첩> <MBC 스페셜> 등의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12대 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처장, 35대 한국PD연합회장 등을 역임했다. MBC본부장 취임 후 2개월 간의 이야기와 앞으로 계획 등이 궁금해 지난 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전성관 본부장을 만났다. 다음은 전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언론노조 MBC본부장 취임 2개월이 되어가는데 업무 파악은 마치셨나요?
“2개월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긴데 그새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 계속 외부 활동을 하다 보니 업무 파악이 조금 늦어진 듯합니다. 4월에는 지역 지부도 다녀야 했고요. 업무 파악은 대략적으로는 됐는데 제가 해야 될 업무들은 아직도 알아가는 중입니다.”
본부장 출마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제가 시사교양 PD인데요. 이전 15기 집행부 본부장이었고 지금 언론노조 위원장으로 가신 이호찬 본부장님이 1차 제의를 하셨어요. 처음에는 많이 고사를 했으나 계속 설득하셔서 제가 넘어간 부분도 있어요. 사실 너무 부담스러운 자리이긴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생각돼서 수락했습니다.”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어땠나요?
“부담감이 컸지요. 저희 조합원이 전국을 다 하면 1,900명 가까이 되거든요. 아무래도 조합원들에겐 본부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보니까 그 기대를 어느 정도라도 충족시켜 드려야 하잖아요. 저에게 그만한 능력이 있을지 그런 부담감이 처음에 있었고 사실 지금도 같은 마음입니다.”
그런 부담감을 어떻게 이기고 출마를 결심하셨어요?
“윤석열 정권 3년 동안 언론장악 시나리오가 계속 진행돼 왔고, 또 MBC가 첫 타깃이 됐던 것도 맞습니다. 근데 다행히도 사법부 판결로 MBC는 그나마 다른 방송사에 비해 정체성을 잘 지켜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외부 싸움의 시대가 이제 종말로 가고 있죠.
윤석열이 파면됐고 그에 따라 대선 국면에 접어들었어요. 곧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정국이 잘 풀린다는 전제하에서 내부의 일을 챙겨야 할 때가 오겠죠. 앞서 저희 조합원이 1,900명 정도라고 말씀드렸는데 저는 그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78.77% 투표율에 97.97% 찬성률로 선출되셨는데 97.97% 찬성률의 의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전 기수인 15기 집행부에 대한 지지의 연장이라고 봅니다. 사실 저나 새로 꾸려지는 집행부에 대해 잘 모르는 조합원들도 계실 거잖아요. 15기 집행부가 공영방송 MBC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저희 조합원분들이 성과로 인정해 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더해 16기 집행부로 들어온 분들에 대한 기대와 응원도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좋은 분들로 집행부가 꾸려졌거든요.”
조합원들과 소통이 중요할 텐데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제일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서울만 해도 조합원 1,100명이 넘고 전국을 따지면 1,900명 가까이가 되거든요. 제가 지역을 다니면서 ‘가급적이면 지역에 한 번씩은 와서 조합원들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접촉면을 늘리겠다’라고 말씀드렸어요. 회의 하다 보면 지부장님 위주로 만나게 되고 조합원들을 볼 수는 없죠. 가급적이면 지역에 가서 한 분이라도 더, 특히 젊은 조합원들을 대면으로 만나서 본부에 하고 싶은 얘기를 직접 듣는 게 좋지 않겠나 싶습니다.
제가 서울 지부장이기도 한데 서울도 1,100명을 다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죠. 근데 저희는 대의원 체계가 있어요. 대의원이 집행부까지 해서 60명이 되거든요. 지금은 대선 국면이라 일이 많지만 이것만 정리되면 6월부터는 바로 대의원들부터 만날 계획입니다.”
3월 20일 본부장 취임식을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진행했는데, 공개홀 같은 곳이 아니라 로비를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이·취임식이 많은 경우 큰 홀에서 진행됐습니다. 거기가 음향도 좋고 영상을 틀기도 좋고 조합원들도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참여할 수 있죠. 근데 제가 위원장 출마 수락하고 선거기간 여러 조합원을 만나면서 든 생각이 조합원의 일상과 함께하고 싶다는 거예요. 꼭 퍼포먼스가 아니라도 일상에 들어가고 싶다는 의미를 전할 메시지는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취임식을 홀에서 진행하면 조합원이 거기까지 찾아와야 합니다. 그리고 닫힌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게 되잖아요. 하지만 로비는 구성원들이 편하게 오가는 공간이에요. 그리고 시간도 점심으로 잡았는데, 식사하고 편하게 보고 가시라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조합원은 그 자리에 계시고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먼저 다가가겠다는 의미로 제가 설득했고요. 다행히 집행부가 그런 취지에 공감해주셔서 장소를 로비로 결정했습니다.”
선출 후 “공영방송 MBC를 흔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연대의 힘으로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말하셨던데.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좀 더 민주화된 정권에서도 그래왔던 것 같아요. 정치권에는 늘 언론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유혹이나 욕망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언론노조가 중심이 돼서 논의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도 그런 부분의 연장선인데요. 방송이 정치 병행주의라든지 정치 후견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끔 하는 방송법 개정을 그래서 서두르고 있는 거고요.
어떤 정권이 오더라도 만에 하나, MBC를 자기에 유리하게끔 포섭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저희가 기존에 싸워왔듯 단호하게 싸워 나가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혼자 싸워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사무처장으로 있던 12기 때도 파업을 했는데 그때도 저희 혼자의 싸움은 아니었습니다. KBS가 같이 싸웠고 근처의 YTN이 와서 도와줬고, 당시에는 또 TBS가 굳건했으니까 TBS도 연대의 응원을 보내줬습니다. 그런 과거 투쟁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연대의 힘은 그런 의미에서 말씀드린 겁니다.”
방송법 언급하셨는데, 문재인 정권 시기 언론노조 MBC본부의 방송법 개정에 대한 노력은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세요?
“제가 문재인 정권에서 1년 정도 조합 생활을 했어요. 그래서 당시에 방송법 개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정확히는 모릅니다. 그런데 아마 언론계에서 많이 동의하실 것 같긴 한데, 문재인 정권 시절에 언론자유 지키기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미흡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란 평가가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정권이 교체된다면 초기에 빨리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겠죠. 그래서 서두르는 부분도 있습니다.”
MBC 보도에 대한 신뢰도 수치는 높게 나오지만 정파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외부의 비판에 대해 구성원들은 숙고해야 하고 또 성찰해야 한다고 봅니다. MBC가 정파적이라고 평가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보도와 시사 제작물이 되겠죠. 그런데 정파적이라는 것이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적 세력을 지지한다는 의미라면 동의하기가 힘들어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에 대한 평가는 끝났다고 생각해요. 비상계엄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로 정리가 됐고, 언론 장악에 대한 법원 판결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사안에서 기계적 중립은 오히려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옳고 그름의 판단이 확실하다면 그 내용을 시청자분들에게 정확하게 보여주는 게 언론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때에 따라, 어떤 보도물에 따라 시청자들이 ‘저건 너무 한쪽으로 기운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정확한 비판은 받아들이고 매번 성찰하면서 조심스럽게 가야 하지만, 큰 국면에서 본다면 저는 MBC 보도물은 정파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권과 날을 세우면서 올바른 비판을 해왔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물론 언론의 본분이 권력 감시니까 정권 비판은 당연한 거로 생각해요. 문제는 이중잣대로 보일 때가 있다는 점이거든요.
“거기에 100% 동의하고요. 편하게 말씀드리면 민주당 정권 때 MBC가 과연 날카롭게 비판했느냐는 부분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을 안 해봤기 때문에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저는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MBC는 계엄 정국 그리고 윤석열 정권 3년 동안 계속 싸워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민들이 MBC를 절대적으로 지지해주셨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앞으로의 국면일 겁니다. 내란세력이 또 정권을 잡으면 저희는 다시 투쟁에 돌입하게 되겠지만, 만약 정권이 교체된다면 그 이후에 우리가 어떤 스탠스로 보도나 시사물을 제작할 것이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예를 들어, 4월 22일 국민의힘이 1차 경선 결과를 발표했죠. 그날 MBC <뉴스데스크> 톱뉴스는 전날 있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사건 재판이었어요. 저는 전날 재판을 톱뉴스로 뽑을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던데.
“지금 인터뷰는 제가 본부장으로서 임하고 있고, 이 문제는 본부장으로서는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보도의 편집권이 있잖아요. 어떤 아이템을 톱뉴스로 선정할지, 기사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보도국의 고유한 편집권 영역입니다. 말씀하신 보도가 외부에서 볼 때 편향돼 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누가 될지는 국민적 관심사이니까요. 뉴스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인데, 개인적으로 말씀드린다면 기자님 말씀하신 부분에 동의는 합니다.”
올 초에 기상캐스터였던 고 오요안나 씨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공론화됐어요. 그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잖아요. 진상조사위원회는 회사도 아니고 조합도 아니고, 변호사 등 복수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된 조직체로 구성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진상조사위원회의 규명은 내부적으로 끝났는데 제반 상황들을 고려해서 아직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고, 거기에 이 사건은 지금 특별 근로감독이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어요.”
고 오요안나 사건이 불거졌을 때 사측이 ‘MBC 흔들기’라고 대응했는데.
“그건 회사 쪽이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이 고통 속에서 돌아가신 비극적인 사건이잖아요. 회사의 입장이 그분을 추도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아무리 좋은 내용이 앞에 있어도 그런 대응은 말도 안 되는 거죠. 왜냐하면 회사는 당사자잖아요. 오요안나 씨가 프리랜서였지만 MBC에 노동력을 제공했고 MBC는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진상조사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회사에 노동을 제공하는 와중에 비극을 당하셨는데 그에 대해 외부 세력 운운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회사의 대응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임기 동안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둘 생각이에요?
“가능하면 많은 조합원을 만나 그들의 일상에서 조합이 필요한 문제가 뭔지를 캐치해서 하나하나씩 풀어가고자 합니다. 물론 임금 올려달라는 게 크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시다시피 미디어 환경 변화로 사실 지상파의 성장이 막혀 있어서 예전처럼 계속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다는 비전이 없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뭘까를 찾아야겠지요. 미디어 업계가 재편하고 있는데 가만히 여기 앉아서 지켜만 볼 수는 없잖아요. 물론 회사가 담당해야 할 영역이 있습니다. 근데 회사가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은 조합이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역할이라고 봐요.”
임기 2년, MBC본부 어떻게 이끌어 나갈 생각인가요?
“아직 2개월도 안 됐는데 6개월 정도 지난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런데 앞으로 22개월 정도 남았다고 보면 할 일이 태산입니다. 작은 문제, 아래에서부터 한 발 한 발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일단 조합원 한 명 한 명의 소중함, 요구가 뭔지 알아야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가능하면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려고 합니다. 대신해서 듣는 건 한계가 있거든요. 혼란한 정국에 바쁜 것들이 정리되면 조합원들에게 시간을 쏟는 게 급선무예요. 그것만도 하다 보면 2년이 금방 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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