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과 다른 일상, 그리고 언론의 성찰
[언론인권칼럼]
[미디어스=언론인권칼럼] 2024년 12월 3일 이후 ‘내란성 불면증’이라는 말이 만들어져 소셜미디어 상에서 널리 사용된 적이 있다. 하루하루 잠마저 제대로 이룰 수 없을 정도의 불안감이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았다는 것!
탄핵 판결 최종 변론일에는 1986년에 발매되어 널리 알려졌던 포크송의 노랫말이 인용되기도 했는데, “노랫말처럼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국회대리인단 변호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는 지인도 있었다. 비록 2025년 4월 4일에 탄핵소추 인용 판결이 나고 대통령 파면 선고가 이루어져서 뭔가 일단락된 것 같기는 하지만, 최근 조기 대선을 앞두고 한국 사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풍경은 여전히 일상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까지 갈 길이 멀구나 싶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랐던 적이 과연 이번이 처음인가 싶다. 불과 5년 전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지 않았던가. 그 당시 어느 선생님과 그 ‘일상’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들은 흥미로운 문제 제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소위 팬데믹을 경험하며 ‘다시 회복하고자 했던 그 일상’이라는 것이 정말 ‘다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과거의) 그 일상’이면 결국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우리는 또 다시 이와 비슷한 문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냐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그 일상이라는 것은 사회문화(+정치경제/제도) 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그 구조적 문제가 이런 불편함과 위기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음에도 ‘다시(?) 그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소망할 수는 없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가 ‘다시 만날’ 일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결국 2016~2017년에 이어 이번에도 탄핵 판결이 있기까지 거의 주말마다 광장과 거리로 나가게 되었다. 광장에서 ‘탄핵을 외쳤던’ 시민들이 그 짧은 시간의 발언 속에서 전하고자 했던 바는 자신들이 ‘살고 싶은’ 일상에 대한 소망들이었다.
최근 시민사회와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현재 상황을 초래하게 된 구조/제도/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와 대안적 논의를 기획하고 있는 것도 ‘다시 살아갈’ 일상은 ‘이전과는 다른’ 일상이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 및 정서와 그 흐름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런 사회적 논의들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언론’ 또한 주요한 플랫폼으로서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 함께 하기에 앞서 ‘내란’이 분명함에도 ‘기계적 중립’이라는 그늘에 숨어서, ‘진실 보도’라는 소임을 적극적으로 다하지 않았던 언론 스스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 반명진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원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에서 발행하는 '언론인권통신' 제 1054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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