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조희대, '사법개혁'을 국가적 의제로 밀어올려"
서울고법, 닷새 만에 이재명 공판 대선 이후로 연기 경향신문 논설위원 "법원·검찰 엘리트의 실체 깨달아야" 한겨레 "사법 신뢰 땅에 떨어뜨린 조희대, 스스로 물러나야" 한국·동아일보, 민주당 사법부 공세 지속에 "절제해야"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밀어붙인 '이재명 초고속 재판'이 사법개혁을 국가적 의제로 끌어 올렸다는 언론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이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연기하면서 대법원의 대선 개입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언론은 대선 전 이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할 우려가 해소된 만큼 민주당이 사법부를 향한 공세를 절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법관 탄핵 카드는 접은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고발, 대법관 12명 대상 청문회, 특별검사 도입 등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5월 15일에서 6월 18일로 연기했다. 이 후보의 기일변경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 후보의 대장동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도 재판 일정을 대선 이후로 연기했다.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심 선고가 나온 지 36일, 조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한 지 9일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6만 쪽이 넘는 사건을 두 차례 심리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지난 2일 서울고법은 대선 기간 내에 공판기일을 지정하고 우편 송달 절차를 생략한 채 집행관 송달을 결정했다. 대법관들의 상고심 재판기록 열람 과정을 공개하라는 서명운동은 이틀 만에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조희대 대법원'을 비판하는 글들이 연달아 게재됐다. 지난 4일 김도균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이 후보 사건의)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행됐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비판 자체가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했고,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는 "6만쪽 정도는 한나절이면 통독해 즉시 결론 내릴 수 있고 피고인의 마음속 구속구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관심법까지 그야말로 신통방통하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신 훌륭한 분들"이라고 꼬집었다.
7일에는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직 부장판사의 글이 올라왔다. 김주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사법부는 대법원장의 사조직이 아니다. 대법원장의 정치적 신념에 사법부 전체가 볼모로 동원되어서는 안 된다"며 "대법원장은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즉각적인 소집을 요구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임시회 개최를 논의 중이다.
8일 경향신문은 사설 <서울고법 ‘이재명 재판’ 대선 후로 변경, 사필귀정이다>에서 "사법의 정도를 벗어난 '조희대 대법원'이 사법개혁을 국가적 의제로 밀어올렸다"고 잘라 말했다. 경향신문은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법원 내부망에는 조 대법원장과 대법원을 비판하는 현직 판사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며 "법원·검찰을 아우르는 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의 대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법원 외부 여론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주권재민을 확인하는 유권자의 시간이다. 대통령을 뽑는 대선은 더 말할 것도 없다"며 "더구나 이번 대선은 12·3 내란을 몸으로 막고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파면시킨 시민들이 새 지도자를 선출하는 역사적인 선거이다. 시민들이 주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사법부는 자제력을 발휘해야 옳다"고 했다.
경향신문 오창민 논설위원은 칼럼 <조희대 미스터리, 스릴러가 된 대선>에서 "조희대의 막장극은 끝났지만 윤석열 각본·감독의 스릴러는 계속되고 있다"며 "미스터리가 이미 일어난 사건이라면 스릴러는 지금부터 일어날 사건이다.(중략)법이 정의라는 그럴듯한 착각에서 벗어나, 법과 권한을 오남용하는 법원·검찰 엘리트의 실체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오 논설위원은 선거에서 거짓말이 난무하면 안 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으로 허위사실 공표를 처벌한다면서도 "사안에 경중을 두고, 낙선자보다는 당선자를 엄하게 다뤄야 한다"고 했다. 오 논설위원은 "어떤 거짓말은 검사가 의도적으로 눈을 감지만, 반대로 사소한 거짓말도 집중적으로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검찰권 행사를 견제하는 곳이 법원"이라고 강조했다.
오 논설위원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거짓말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내 장모(최은순)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준 적이 없다" "저희 집사람(김건희)은 오히려 손해만 보고 그냥 나왔다" 등에 대해 검찰이 기소는커녕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사설 <‘이재명 재판’ 대선 뒤로, 선거개입 대법원장 책임져야>에서 "법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사법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조 대법원장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부화뇌동했던 대법관들도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사태로 대법원은 물론 사법부 전체가 입은 타격은 실로 심대하다. 헌정의 근간인 민주적 권력 창출 과정에 대법원이 개입하고 심지어 유력 후보에 대한 주권자의 선택권마저 빼앗으려 했다는 데서 ‘사법 쿠데타’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뼈를 깎는 반성과 징치가 없고서는 앞으로 대법원이 최고법원으로서 권위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법원 전체도 국민의 불신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사법부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겨레 권태호 논설위원실장은 '뉴스브리핑'에서 "불과 5일 만에 '이 후보의 연기 신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해 '공정성' 운운하며 연기를 결정했다"며 "5일 전에 그렇게 이례적으로 서두를 때는 보이지 않던 '공정성'이 왜 지금은 보이게 됐는지 궁금하다. 또 5일 만에 이렇게 판단이 달라지는 재판부가 다른 판단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짚었다.
중도·보수 성향 언론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을 비판하는 동시에 민주당의 절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일보는 사설 <李 파기환송심 대선 후로... 사법부도 민주당도 절제해야>에서 "전례 없는 초고속 재판을 밀어붙이며 이런 상황을 초래한 대법원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면서도 민주당의 사법부 공세에 대해서는 이 참에 확실히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서겠다는 것으로밖엔 비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입법·행정·사법부를 모두 장악하는 견제 받지 않는 초거대 권력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게 괜한 우려는 아니다"라며 "더 이상의 사법부 공세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법원, 이재명 재판 대선 후로 연기… 민주당도 절제해야>에서 대법원과 서울고법의 행위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사법부가 유력 후보의 재판을 강행하려 한 것을 놓고 그간 법적 정치적 논란이 이어졌다"며 "후보의 선거운동 기회 박탈, 대선 기간 사법 자제 원칙 훼손 문제가 제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동아일보는 "대선을 앞두고 사법부까지 정쟁의 한복판에 끌어들이는 것은 곤란하다"며 "민주당도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민주당의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 개정 추진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7일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대통령 당선 시 진행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같은 날 국회 행안위에서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요건에서 '행위'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8일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직이 범죄자 도피처 될 수 있다'는 합리적 우려>에서 "이 법들이 실행되면 살인, 뇌물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대통령에 당선만 되면 재판이 중지된다. 이날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자의 도피처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합리적 우려"라며 "대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유력 후보와 입법 권력은 사법부를 위협하고, 사법부는 예비 권력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안심이 안 되는지 이 후보에게 장애가 될 수 있는 문제들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법들도 군사작전처럼 처리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사설 <법치주의 조롱하는 민주당의 위인설법>에서 "개정안이 발효되면 이 후보는 법령 개정으로 인한 면소(免訴)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 재임 중 재판을 중단시키는 것도 모자라 아예 재판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유죄가 사실상 확정된 재판에서 집권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법을 바꿔 재판을 봉쇄하는 건 새로운 유형의 민주주의 파괴이자 법치주의 우롱이다.(중략)민주당은 행정·입법에 이어 사법까지 장악한 절대권력을 꿈꾸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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