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조희대 사퇴' 요구 "정치적 일탈 책임져라"
중앙지법 부장판사 "사법부, 대법원장 사조직 아냐" "개인적 일탈로 사법부 중립성에 국민적 불신 초래" 부산지법 부장판사 "윤석열 계엄령보다 악랄한가" '이재명 파기환송심' 재판부, 첫 공판 대선 이후로 변경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게재했다. A 판사는 조 대법원장의 '정치적 일탈'이 사법부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하고 전체 법원 구성원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첫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변경했다. 이 후보 변호인의 공판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7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중앙지법 현직 부장판사의 글"이라며 법원 내부망에 게재된 글을 공유했다. A 판사는 조 대법원장을 "반이재명 정치투쟁의 선봉장"이라고 규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심 선고가 나온 지 36일, 조 대법원장이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한 지 9일 만에 나온 판결이다.
A 판사는 "내심의 의사는 외관을 통해 추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 판사는 대법원 소부에 배당된 사건을 조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일, 선고기일을 지정하면서 방송 생중계를 광고한 일, 대법원 선고 다음 날 서울고법에 기록을 송부한 일, 서울고법이 기록을 송부받은 당일 대선 운동기간 내 1회 변론기일을 지정한 뒤 우편 송달 절차를 생략한 채 곧바로 집행관 송달을 촉탁한 일을 조 대법원장의 '내심'을 알 수 있는 근거로 삼았다.
A 판사는 조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A 판사는 "사법부는 대법원장의 사조직이 아니다. 대법원장의 정치적 신념에 사법부 전체가 볼모로 동원되어서는 안 된다"며 "개별 사건의 절차와 결론에 대하여 대법원장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개입한 전례가 있나.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하여 대법원장은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A 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소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 판사는 "대법원장의 개인적, 정치적 일탈이 사법부 전체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하고 구성원 전체의 지위를 위협하게 된 현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내부에서 잘못을 바로잡는 길밖에 없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즉시 임시회의를 소집하여 현 사태에 대해 진단하고,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권고를 포함하여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A 판사는 조 대법원장과 다수 대법관에 대해 "독선과 과대망상에 빠졌다"고 날을 세웠다. A 판사는 "대법원이 후보자에 대해 유죄판결을 한다고 해서 다수의 유권자들이 지지를 철회할 거라고 믿는 것은 오판이다. 오만이다"라며 "특히 이번 선거법위반 사건은 피고인 측과 정치적 반대 측의 주장, 검찰의 발표와 법원의 판결을 통해 기초적 사실관계가 드러났고 유권자들이 유·무죄 여부에 대한 각자의 견해는 물론, 그에 기초하여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 형성한 상태이다. 독선과 과대망상에 빠져 안이한 상황인식으로 승산 없는 싸움에 나선 대법원장과 이에 동조한 대법관들의 처신이 정말 실망스럽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SNS 글에 따르면 부산지법의 B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정녕 그 피고인의 몇 년 전 발언이 평화로운 대한민국에 계엄령을 선포하여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전직 대통령의 행위보다 악랄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B 판사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였던 윤석열은 한 터럭의 거짓도 없이 오로지 사실과 진실만을 말한 것인가.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하여 자신의 입맛대로 특정인을 기소하면 법원은 거기에 따라야 하나"라며 "판사로서 법정에서 부끄럽지 않은 재판을 하기 위해 저의 모든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쓴다. 제가, 당신들이, 이러고도 판사인가"라고 했다.
B 판사는 "조 대법원장이 어떤 짓을 하건,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하건, 한 두 명의 판사만 비판할 뿐 대부분의 판사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전국법관대표회의조차 침묵하니, 대법원장은 얼마나 든든하겠나"라며 "법관대표회의는 판사들의 친목모임인가. (중략)절대 다수의 판사들이 이렇게 침묵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도 기괴하다"고 했다.
7일 오후 서울고법은 형사7부의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5월 15일에서 6월 18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했다"며 "재판부는 법원 내·외부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해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날 오전 이 후보 변호인은 재판부에 기일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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