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물의 땅에서 사유의 땅으로

미래 생태문화의 실험장… 이 땅에 담아야 할 것은 개발이 아니라 의미

2025-05-07     백승기 건축사/도시공학박사

[미디어스=백승기 칼럼] 새만금 개발은 단순한 토목사업이 아니다. 수억 년 지속된 지구 생태환경을 파괴한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마지막 간척지다. 이제 환경파괴의 역사를 뒤로 하고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문명과 k-culture의 관문으로 전환해야 한다. 물길은 막혔고 육지는 넓어졌지만, 그 공간에 담을 정신은 여전히 비어 있다. 이제 새만금을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미래 생태문화의 실험장이요, 완성체’로 인식해야 한다.

채우려거든 자신을 먼저 비워라

새만금은 바다를 메워 만든 땅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시대를 덮는 하나의 백지(白紙)다. 백지는 곧 자유, 책임 그리고 비움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폐허로 남지만, 올바른 정신을 담는다면 무한한 잠재력이 열린다. 그래서 새만금 개발의 핵심은 기술과 자본을 넘어 철학적 사유를 기반으로 기획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 땅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그리고 누구를 위해 열 것인가?

과거 개발은 속도와 규모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오늘날 세계는 지속가능성, 회복력, 인문 생태적 감수성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제 새만금은 ‘누가 더 빠른가 높은가’의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비우고 깊이 채우는가의 싸움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산업단지, 공항, 물류항만 유치에만 그치지 않고, 생명자원, 재생에너지, 생태도시, 인문교육 콘텐츠가 융합된 문명 전환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새만금 수변도시 [새만금개발청=연합뉴스]

전북을 넘어 세계로 

공간 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새만금 개발은 군산, 김제·부안을 포함한 특별개발계획구역으로서 규제프리 특화도시로 설정되어야 한다. 이는 곧 기회의 지대를 의미한다. 이 지역은 자유로운 규제 프리 존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투자와 기획·제조·생산, 유통, 판매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도시 구조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자족 가능한 도시 생태계가 가능해진다.

또한, 규제를 유연하게 파괴하고 해제하여 실험적 개발을 장려함으로써 대한민국 전체의 산업 생태계도 선진화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창조적 건설은 창조적 파괴가 전제되어야 한다. 도전은 혁신적이어야 하며 혁신은 혁명적 사고로의 전환이 필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우리는 ‘전북의 새만금’이라는 인식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 땅을 특정 지역으로 한정하는 순간 잠재력은 축소된다. 새만금 개발을 국가 전략 과제로 설정하고, 대한민국이 세계를 향해 선언하는 백만금, 억만금 프로젝트로 인식할 때, 새만금은 동북아 평화와 시장을 주도하는 미래 도시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제2의 두바이’를 만들 수 있는 실험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철학적 사유 요구

도시의 탄생과 성장, 쇠퇴는 단순한 경제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도시는 생명체와 같으며, 자연과 인간, 역사와 정신의 균형 속에서 지속 가능한 길을 찾아야 한다. 새만금의 도시 비전 또한 기능과 구조보다 ‘철학적 사유’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원효의 일심 사상과 화엄철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으며, 조화와 공존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창조 원리라는 이 동양적 사유는 오늘날 기후 위기와 생태 전환의 시대에서 더욱 빛난다. 새만금은 노아의 방주를 만드는 심정으로 준비하자. 길 잃은 어린양들의 이정표로서 새만금 등대가 되어주자.

새만금이 진정한 미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간, 자연, 기술, 철학이 함께 숨 쉬는 통합적 도시 설계가 필요하다. 철학이 있는 도시만이 지속 가능하고, 영혼이 담긴 공간만이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다.

새만금은 더 이상 생태 파괴적 간척지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사유가 투영된 ‘정신의 백지이며, 이 땅에 담아야 할 것은 개발이 아니라 ‘의미’다. 새만금은 선택의 시간이 아니라 사유의 시간이며, 그 사유의 깊이가 곧 새만금의 깊이가 될 것이다.

이러한 대전환의 사고와 실행을 누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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