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노동의 위기

[기고]

2025-05-05     이기섭 노무법인 코리아인 대표

[미디어스=이기섭 칼럼] 인간의 노동은 역사적으로 인류의 발전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만큼 ‘노동’ 가치의 객관적인 평가와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의 문제는 2025년인 현재까지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차별시정제도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대원칙을 헌법상 <평등권>, 근로기준법상 <차별적 처우의 금지>,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기간제법상 <차별적 처우의 금지>를 노동법 측면에서 재검토 되어야 합니다.

노동에 있어서 ‘차별’의 문제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①노동의 가치가 동일한 노동인지 ②차별적 처우에 합리적 사유가 존재 하는지는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은 채용자격․노동시간․노동형태․업무수행능력 등을 고려하는 종합적이면서도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의 구제절차는 인권위원회, 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법원 등 각각 별개의 기관에서 개별 신고를 통한 사후적 구제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별개의 기관서의 사후적 구제는 노동자 측면에서 시간적으로 오래 걸리게 되어 신속한 구제를 할 수 없고, 비용적으로도 부담될수 있으며, 정신적으로도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어 처음부터 구제신청을 포기하거나 중간에 취하할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또한, 신청하지 못했거나 제척기간이 도과되어 구제해 줄 수 없는 억울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업주 측면에서도 노동자와 동일한 시간적․비용적·정신적 소모가 이뤄질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구제기관의 판단결과로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을 추가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업의 지속성이나 당장의 존폐를 위협받을 수도 있습니다.

구제기관에는 다양하고 많은 사건들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을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만 활용하지 말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AI시대에 걸맞게 관계기관들의 연계하에 그동안 축적된 모든 데이터를 통합하여 사업의 개시나 입찰, 고용의 절차에서 사전 승인 또는 신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사업주가 시스템에 체크사항들을 입력하고 해당 내용을 노동자들이 확인하게 함으로써 신고 또는 승인 판단을 받게 하여 노동자의 사전적 구제, 사업주의 불안 해소, 양측의 시간․비용․정신적 소모방지, 기존에 입력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속한 조사 및 구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금 체불 노동자 (이미지=연합뉴스)

임금체불과 형사처벌

노동자의 임금은 노동의 정당한 보상이므로 사업주는 당연히 통화로 직접,정기적으로 전액 다 지급하여야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체불임금 해소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2022년 이후 급격한 경기악화로 체불임금의 총액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임금체불에 관한 사법처리 현황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형사처벌이 있더라도 임금체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고용노동부도 체불임금 해소를 신고된 사건의 처리보다는 사업장을 직접 현장 감독하면서 적발하여 일시에 해소하는 방안으로 전환해 왔습니다. 사업장들은 코로나와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힘든 시기에 적발 위주의 감독에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적발위주의 감독도 경제위기의 임금체불을 감소시키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고용노동부는 적발위주의 근로감독에서 2025년은 현장 예방형 지도감독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근로감독시간도 줄이고, 사업장에 노동법을 전파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10대강국 선진국을 외치면서도 노동법 준수는 이에 발맞춰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세계적인 무역 대국들의 압박이 심해지고, 초격차 경쟁력도 사라져가고, 인건비 상승으로 노동집약적 경쟁력도 상실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체불임금의 해소 답안은 무엇일지, 임금이 체불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정부도 사업주들이 현재의 세계적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경영을 하도록 지원하고, 노동자도 임금체불없이 정당한 임금을 제때받을 수 있도록 인력의 한계를 자동화와 AI시스템으로 보완하는 전환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연합뉴스 자료 이미지

자동화와 AI 시대의 노동의 방향 

최근 노동의 변화는 자동화시스템과 AI로 대체되어 사라지는 직종과 업무를 걱정하고 한탄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면에 인간의 노동은 개인마다 능력의 차이가 있고, 경험과 숙련도의 전달이 완벽하지 못하며, 개인별 다양한 변수로 인해 일관성과 통일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체험, 주문, 제작, 서비스, 결재, 배송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노동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고 사무실과 점포까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인간의 노동은 높은 임금 수준과 더불어 점점 개인주의화 되어 경이하고 고뇌하지 않는 업무, 성과는 없는 시간 때우기 업무 등 ‘가짜’ 노동도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사업주는 노동의 ①일관성과 통일성을 위하여 ②장기적인 비용절약의 관점에서 ③고객과 주주등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의하여 점점 ‘인간의 노동’을 외면하고 자동화와 AI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인간이 자동화와 AI에 대응하여 경쟁력있는 노동의 양과 질을 어떻게 제공할지, 앞으로 자동화와 AI로 대체되는 노동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진짜’ 노동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 창의력은 더 이상 인간만의 노동력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음악, 미술, 소설 등 창작의 분야에서도 인간의 노동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인간의 노동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노동’을 제공하면서 그 속에서 미래 인간의 노동의 새로운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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