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파기환송, '대통령-대법원 충돌' 우려까지 "끝이 없다"

대선 D-33, 대법 이재명 무죄 뒤집어 '대통령 불소추' 헌법 84조 판단 안 해 임재성 "유죄 확정시 '내전' 가까운 갈등…끝이 없어" 동아일보 "사법 정치화 논란" 중앙일보 "대선 불씨 남겨" 조선일보, '이재명 무죄' 2심 비난 집중 "말장난·궤변"

2025-05-02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어 33일을 앞둔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번 판결이 정권교체 시 대통령과 대법원의 전면 충돌을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심 선고가 나온 지 36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한 지 9일 만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 입술을 다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판결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초고속 재판'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의식한 대법원은 보도자료에서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선거범의 재판은 신속히 할 필요가 있다"며 "공직선거에 관한 신속 재판 사례는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선 직후 재검표 논란이 불거졌을 때 3~4일 만에 선고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법부가 원칙대로 재판을 진행하지 않다가 대법원 상고심에 이르러 급속 페달을 밟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선거법 사건은 이른바 '6·3·3 원칙'이 적용된다. 사법부는 선거법 사건 1심은 기소 후 6개월 이내, 2·3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에만 2년 2개월이 걸렸다.

6월 3일 대선 전에 이 후보에게 확정 판결이 내려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사실심인 파기환송심은 변론과 소송기록 검토 등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대선 전에 유죄 판결을 내리더라도 이 후보가 재상고를 하면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 후보는 파기환송심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상고장을 제출해야 하고, 대법원이 소송 기록을 접수하면 이 후보는 그로부터 20일 안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관한 대법원 상고심 선고 후 브리핑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기정권에서 대통령과 사법부가 전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파기환송을 결정한 대법원은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에 대한 해석을 하지 않았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소추'의 의미를 두고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간 충돌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임재성 변호사는 SNS에 올린 글에서 "헌법 제84조에 대한 해석문제는 '소추'에 이미 기소되어 진행중인 형사재판도 포함되는지 여부인데 사법부 해석은 없고 학계의 연구나 논의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대법원이 위 헌법조항에 대한 사법부 최초 해석을 이번 공직선거법 사건을 두고 하게 될 것이다.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당선 이후 헌법 제84조에 대한 해석을 표명하고 심리를 멈춘다면 다른 하급심 사건들도 따라 멈출 것이고, 만약 대법원이 '소추'는 새로운 기소만을 의미한다고 보아 재판을 계속한다면 대통령 vs 대법원의 대충돌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임 변호사는 "민주당은 대선 직후 곧바로, 또는 대법원의 분위기를 보다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중지' 내용을 담은 입법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입법이 이루어졌을 때 대법원은 해당 법률이 사법부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효력정지가처분 포함)을 제기할 것이다.(중략)또 다시 헌법재판소에 나라의 운명이,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대법원이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을 계속해 유죄를 확정지을 경우 대통령직을 유지해야하는지를 두고 '내전'에 가까운 갈등이 벌어질 것이라고 봤다. 임 변호사는 사견을 전제로 "헌법 제84조 취지에 비춰보면 일반 공무원과 대통령은 신분보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초유의 사건이고 선례가 없는 상황이기에 만약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재판이 계속되어 유죄판결이 나온다면 대통령직 유지를 두고 또 다시 '내전'에 가까운 갈등이 이어질 것이다. 끝이 없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은 100만 원 이상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 5년 간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미 취임·임용된 자에 대해서는 '그 직에서 퇴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심을 듣는 '골목골목 경청 투어'를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경기도 북부 접경지역인 연천군 전곡읍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경향신문은 사설 <대법 ‘이재명 유죄’ 파기환송,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다>에서 "대법원은 이 후보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대선 출마 자격 박탈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이 후보처럼 재판 중인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를 적용해 재판을 정지할 것인지 여부도 결론 내지 않았다"며 "재판은 조희대 대법원장 주도로 매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하더니, 정작 향후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판단은 파기환송이라는 통상적인 절차로 하급법원에 떠넘겼다. 최고법원이 사법 혼란과 불신을 키운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제 서울고법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유죄를 전제로 양형 심리를 해 형량을 새로 결정해야 한다.(중략)결국 고법 판사 3인에 의해 대선 지지율 1위인 이 후보의 정치적 생명과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이 결정될 판"이라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가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의 피선거권과 5000만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제한하는 게 민주국가에서 온당한 일인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지금은 주권자의 시간, 사법부의 국민 선택 제한 안 된다>에서 "선거법 재판을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대법원의 명분과 달리 되레 혼란만 가중시킨 셈이 됐다. 가뜩이나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기묘한 논리로 풀어주는가 하면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 사태에 침묵을 지키면서 사법부의 헌정·민주주의 수호 의지도 불신받고 있다"며 "대법원의 무리수로 이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 신뢰가 없다면 사법부는 존재 근거를 잃는다"고 했다. 

한겨레는 "선거법으로 후보자의 말을 규제하는 이유는 대법원이 밝힌 대로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우려’ 때문이다.(중략)사법부는 주권자를 대신해 그 말이 처벌할 정도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셈"이라며 "그런데 1심과 2심 결론이 극명하게 갈린 데 이어 대법원에서도 다수·소수의견이 정반대로 갈렸다. 이런 사안이라면 주권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이재명 유죄 취지 파기환송... 사법리스크에 격랑 빠진 대선>에서 "이번 선고는 사건 접수 34일,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나왔다. 대법원은 '선거법 취지에 따라 신속·집중 심리를 했다'고 밝혔지만, 전례를 찾기 힘든 속도라는 점에서 사법부가 대선판에 직접 뛰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대통령 불소추 특권(헌법 84조)을 재판에도 적용할지 여부에 대해 아무런 해석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갈등과 혼란 소지도 남겼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 반(反) 이재명’ 대립만 보여온 대선판에 정책·비전 경쟁이 아예 실종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李 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33일 앞둔 대선 난기류>에서 "대법원이 최종 정리하긴 했지만 1심과 2심, 2심과 3심의 판단이 완전히 엇갈리면서 ‘사법의 정치화’ 논란도 예상된다"며 "대선 전 파기환송심까지는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을 놓고도 논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조기 대선이 대형 난기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는 사설 <이재명 후보 사법 리스크, 결국 사상 초유의 혼란으로>에서 "우선 이 후보와 민주당에 혼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는데도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이재명 후보를 밀어붙였다"면서도 "법원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뒤늦게 대법원이 가속 페달을 밟았으나 결과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주고 말았다. 법원이 이 후보의 출마 자격 유무를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채 결국 국민에게 결론을 떠넘긴 모양새가 됐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며 "만일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또 다른 논란이 불가피하다.(중략)대법원이 사건을 파기 환송하며 헌법 제84조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대선 정국에 불씨를 남긴 셈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대법원을 옹호하며 2심 재판부를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법적 출마 자격 없는 후보가 대통령 되면 어찌 할 건가>에서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하며 "말장난 같은 2심 판결은 궤변에 가까웠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2심은 이 후보 발언을 그 말을 듣는 사람의 전체적 인식을 살피지 않고 말 자체를 조각 내고 분해해 판결을 내렸다. 이런 식이면 어떤 거짓말도 정당화될 수 있다"며 "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죄가 있을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각 발언에 대한 법적 판단을 하나하나 내린 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발언의 의미를 해석할 때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 인상'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다른 사설 <李 파기환송심 대법처럼 신속 선고해 법적 정의 세워야>에서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이번에 대법원이 유죄라고 구체적으로 판단한 만큼 더 할 것도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한 지 9일 만에 판결을 내렸다. 파기환송심도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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