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보수단체 눈치보기 끝에 퀴어퍼레이드 불참 결정

2017년부터 퀴어퍼레이드 부스 운영 "입장 다른 양측 행사 중 한쪽 행사 참여는 부적절" 보수기독교단체, '퀴어축제 반대' 행사 참석 요청

2025-04-28     노하연 기자

[미디어스=노하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017년부터 매년 참여한 서울퀴어문화축제 불참을 결정했다. 

28일 인권위는 “서울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와 반대집회를 여는 기독교 단체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 양측으로부터 행사 부스 운영 등 지원 요청을 받았다”며 “그러나, 인권위는 입장이 다른 양측의 행사 중 어느 한쪽의 행사만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아 양측 모두의 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4년 6월 1일 오후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종각역을 출발해 삼일대로를 지나 을지로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권위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양측의 행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혐오표현과 폭력 등 인권침해 상황 발생 여부에 대해 현장 모니터링 진행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안창호 위원장이 퀴어퍼레이드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겨레는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대회장 오정호 목사)가 지난 24일 인권위 앞으로 “(퀴어퍼레이드가 열리는) 6월 14일 오후 1시 인권위 안창호 위원장과 직원들이 서울시의회 앞 행사에 참여해줄 것과 인권위 전용 부스 1~2개 동을 설치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단독] 보도했다. 2015년 설립된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는 보수 기독교단체로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인권위는 2017년 이성호 전 위원장 재임시절부터 매년 서울 퀴어문화축제에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및 차별 예방부스’를 설치하고 차별 예방 홍보 활동을 펼쳤다. 송두환 전 위원장은 2023년, 2024년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인권단체 부스를 방문하고 성소수자 부모 모임 관계자와 환담을 나눴다.  

안창호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불참 의사를 밝혔다. 안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에서 “인권위 퀴어퍼레이드 참석에 반대할 것이냐”고 묻는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에게 “퀴어축제에 참석한다면 반대 집회에도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안 위원장은 “동성애는 특정 이념을 가진 사람들의 수단이다” “동성애는 자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 “(동성애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 여러 자료에 대한 얘기 등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질타를 받았다. 

서미화 의원은 28일 언론에 “모든 사람의 평등과 인권을 다뤄야 할 인권위가 반대 집회 눈치를 보며 퀴어축제에 불참하겠다는 것은 코미디”라며 “인권위는 불참 통보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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