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 "고용허가제, 우리에겐 계엄과 같아"

27일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대선 요구안 선포

2025-04-28     노하연 기자

[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이주노동자들이 5월 1일 노동절을 앞두고 열악한 고용환경 개선과 강제노동·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로 인해 강제노동에 내몰려도 사업장을 이탈할 수 없다. 이탈하는 즉시 ‘미등록’ 상태로 간주돼 불법 체류자가 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이주노동자평등연대, 경기이주평등연대는 27일 서울 보신각에서 ‘이주노동자 메이데이’를 개최하고 “국제노동기구의 강제노동금지협약을 준수하고 모든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이주노조 등 조합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열린 '2025 세계 노동절,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철폐, 위험의 이주화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이주노동자들은 5월 1일도 일하느라 쉬지 못해 오늘(27일) 일요일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한다”며 “전 세계 많은 노동자들이 무권리 상태에 있고 정부와 자본가들의 탄압에 고통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모든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여러 산업현장이 운영될 수 없을 정도이지만 그 대가는 차별과 무권리 방치”라며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폭언을 듣고 폭행을 당해도 떠나지 못한다. 말 안 들으면 본국에 보내버린다 협박한다”고 전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한국은 ILO 강제노동 금지협약을 비준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에게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법제도에 아무 변화가 없다”며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자유로운 노동을 보장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요구에 따라서 차별적인 제도인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서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샬 이주노조 네팔조합원은 “사장이 욕하고 소리 지르고 괴롭히기 시작해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장은 두 달간 일을 시키지 않고 월급도 주지 않았다”며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사장한테 모든 권한이 있는 고용허가제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장 괴롭힘 때문에 자살시도까지 하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는 나쁜 사장이 없게 나쁜 제도를 바꿔주기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에릭 인페르노 필리핀공동체 카사마코 사무국장은 “이주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데 더 나은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는 노동허가제(WPS)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이는 미등록 체류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노동허가제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하는 ‘노동자 권리 중심’ 제도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이주노조 등 조합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열린 '2025 세계 노동절,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철폐, 위험의 이주화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산이주노동자센터 마야 활동가와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시경 스님이 민주노총 명의의 이주노동자 대선 요구안을 선포했다. 이들은 “이번 대선은 한국 사회의 대개혁을 실현하는 전환점이자, 이주노동자도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기본권을 보장받는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어야 한다”며 “죽음과 부상을 부르는 강제 단속과 추방이 일상이 된 사회는 이주노동자에게 계엄 상태가 지속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대선 요구안은 ▲ILO 강제노동금지협약 준수 및 사업장 변경 자유 보장 ▲미등록 이주민 강제 단속·추방 중단 및 체류권 보장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보장 ▲임시 가건물 기숙사 전면 금지 등 10가지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주노동자들은 ‘강제노동 철폐’, ‘위험의 이주화 중단’ 손팻말을 들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We are not machine)”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자(Free job change)”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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