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군: 항명과 복종' 제작진도 몰랐는데 보수단체 "미뤄져"
"'시사기획 창' 외부 유출 진상조사하라" 언총 "8일 방송 예정이었지만 미뤄져"…실제 연기돼 "외부 간섭이 있었는지 명명백백 밝혀 책임 물어라"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구성원들이 <시사기획 창> ‘군: 항명과 복종’ 편 외부 유출 의혹에 대해 사측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진상조사와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는 24일 성명을 내어 ‘군: 항명과 복종’ 편이 당초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인 8일 방송될 예정이었다면서 “방송 연기 사실의 외부 유출 등 숱한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방송을 내야 한다는 제작진의 의지와 노력 덕분에 방송이 나갔다”고 전했다.
<시사기획 창>은 지난 22일 방송된 ‘군: 항명과 복종’ 편에서 ‘12.3 내란 사태’ 당시 비무장 시민들과 대치한 계엄군이 겪은 트라우마를 조명했다. 지난 4개월 간 특전사 소속 병사 154명이 전역하거나 휴직을 신청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최대 규모다.
또 '12.3 내란 사태'를 주도한 군 장성 다수가 육군사관학교(육사) 출신이라는 점을 짚으며 '복종하는 기계'를 양산하는 육사 조직 문화를 다뤘다. 제작진이 육사 생활관 내부를 취재한 결과,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억지로 음식을 먹이고 토하게 만드는 상명하복의 악습이 여전했다.
4월 1일 보수 성향 언론단체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이 <시사기획 창> ‘군: 항명과 복종’ 편을 문제삼아 ‘외부 유출’ 논란이 불거졌다. 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는 4월 8일 방송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미뤄진 ‘시사기획 창- 계엄군: 항명과 복종’ 편성은 작년 12월부터 이어진 일련의 계엄 관련 방송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언총은 “그동안 KBS는 ‘계엄’ ‘부정선거’ ‘군 개입’을 연이어 다루며 특정 진영의 시각을 끊임없이 부각시켜 왔다”면서 “이러한 방송 편성은 그 시점과 내용 면에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철저히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본부 쟁의대책위에 따르면 언총의 성명서가 나올 당시, 프로그램 마무리 제작 단계였으며 방송 연기에 대해서도 결정되지 않았다. 프로그램 제목이나 내용이 외부에 공개될 일도 없었다. 또 언총의 성명 발표 이후 이재환 보도본부장과 김철우 시사제작국장의 결정으로 22일로 연기됐다는 설명이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예고편도 나가지 않은 프로그램 정보 유출은 명백히 방송의 자유와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려는 의도를 가진 행위”라면서 “나아가 정보 유출로 외부단체가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았으니, 해사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하지만 해당 방송이 나간 지금까지 사측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방송 연기 여부 등이 유출된 점에 미루어 <시사기획 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관계된 것으로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유출 행위를 묵인하고 부당한 외부의 간섭행위를 방조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편에서도 무책임하고 부당한 개입을 자행했던 게 보도시사본부 수뇌부”라면서 “보도시사본부 수뇌부가 할 일은 이처럼 제작 자율성을 무시하며 프로그램에 개입할 게 아니라 해사 행위자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엄벌해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막아내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지난 1월 14일 방송된 <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편은 외압 논란 속에 겨우 전파를 탔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이재환 본부장이 ▲‘파우치’ 내용 편집 지시 ▲팀장·부장·국장관의 논의를 거쳐 완성된 원고에 대한 여러 차례 수정 지시 ▲야당의 ‘줄탄핵’ 내용 추가 요구 ▲내레이션 ‘체포 거부하는 대통령’ 삭제 요구 ▲‘대통령과 우두머리’ 제목에 ‘혐의’ 추가 지시 등을 했다면서 “명백한 편성 규약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이재환 본부장과 김철우 국장은 본인들이 해당 단체에 정보를 흘린 게 아니라면 해당 정보 유출자를 책임지고 명명백백히 밝혀내 징계하라”면서 “관련 사안에 대한 공방위 개최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내부 감사를 요청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KBS 직원은 내부 게시판에 “실제 제작진은 (4월)3일 보도시사제작 수뇌부로부터 갑작스러운 편성 변경을 통보를 받았다”면서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있었으니 당초 예정된 8일 방송이 시쳇말로 '딱' 떨어지는 타이밍이었지만, 상식 밖의 연기 결정이 강행된 것이다. 모든 것이 우연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정보 유출과 외부의 간섭 행위가 의심됨에도 이재환 본부장과 김철우 국장이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면서 “'항명과 복종' 편은 방송 전부터 상처를 입었다. 전파를 타기까지 난산의 과정은 굳이 적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경영진을 향해 “프로그램 제목과 내용, 편성 정보를 외부에 흘린 자가 있는지, 프로그램 신뢰성과 독립성을 해치려는 외부의 불순한 간섭이 있었는지 명명백백 밝혀 책임을 물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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