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미래 직업' 예측이 의미 없는 이유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2025-04-16     김홍열 덕성여대 겸임교수/정보사회학 박사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지난 13일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인공지능에 의한 화이트칼라의 직무 대체 및 변화' 보고서에 흥미로운 내용이 게재됐다. 보고서에는 한국직업정보에 등록된 520개 직업을 대상으로 2024년 현재 시점과 3년 후인 2027년 AI에 의한 직무 대체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2024년 현재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은 패턴사, 재료(금속)공학기술자, 물류 사무원(물류 관리사), 마취병리과의사, 금속·재료공학 시험원의 순서로 나타났다. 반면 AI로 대체하기 쉽지 않은 직업으로는 프로게이머, 직업 운동선수, 지휘자, 선박조립원, 낙농종사원 순서로 나타났다. 2027년 AI에 의한 직무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은 물류 사무원(물류 관리사), 도료 및 농약품화학공학기술자 및 연구원, 재료(금속)공학기술자 순으로 나타났다. 2024년과 비교하여 순위 변동은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체가 쉽지 않은 직업 순위는 직업 운동선수, 프로게이머, 지휘자, 음료 제조기계 조작원 순으로 2024년과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다.

AI에 의한 직무대체율 (자료: 한국고용정보원)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데이터의 취합·분석·응용을 위한 개발된 AI의 속성상 데이터 처리가 업무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직업이 AI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제 예측이 아니라 하나의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에측하는 대로 미래가 전개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AI가 미래 예측에 중요한 상수이지만 AI는 이제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하드웨어 안에 탑재되어 현재보다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할 것이 분명하다. AI로봇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실제 운용되고 있고, 그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 당연히 대체 가능한 직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정육원·도축원의 직무 대체율이 24.0%로 저위험군에 속한다고 분석했지만, 2016년 같은 연구원에서 펴낸 보고서에서는 AI·로봇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등으로 직무가 대체될 확률이 높은 직업으로 정육원·도축원이 포함되어 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인 지난 1월 7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 호텔 엔비디아 전시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트리 G1이 관람객과 악수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미래 예측이 불완전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로봇을 생략한 미래 예측은 불완전한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만간 AI 로봇은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는 수준까지 이를 전망이다. AI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 경제성이 더 있다고 판단되면 급속도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여기에는 제조업 및 물류 관련 직업뿐 아니라 서비스 산업, 가정 및 생활 지원, 교육 및 엔터테인먼트 등 사실상 대부분의 직업이 포함된다. 인간의 감정 소통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여겨지던 직업들도 시장의 수요가 있다면 AI로봇으로 대체 가능하고, 실제 우리는 그런 사례들을 목격하고 있고 그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미래 직업 예측이 어려운 더 본질적 이유는 직업 자체의 성격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직업이라고 부르는 노동의 사회적 형태는 비교적 최근에 발명된 근대의 산물이다. 산업혁명 이전에 존재했던 일과 전문적 업무는 근대적 의미의 직업과 다르다. 근대적 의미의 직업은 공장제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시작되었다. 공장 기사, 회계사, 철도노동자, 전화교환원 등 임금을 받고 특정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탄생했다. 이들은 특정 공간 안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오랜 기간 처리했고, 사회는 이들의 업무를 직업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직업을 갖고 자기에게 주어진 일 또는 선택한 일을 평생 수행했다. 

AI 일자리 대체 (PG=연합뉴스)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직업 종류는 많아지고 다양해졌지만, 직업의 영속성은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한 번 직업을 선택하면 특별한 경우가 없는 한 오랜 기간 같은 직업을 유지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직업이 있어야만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 직업은 바로 일자리라는 생각도 함께 일반화되었다. 따라서 직업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곧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야기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가 미래의 직업 변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가 어떤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은 곧 그만큼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기존의 이런 직업관이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다. AI가 많은 직업을 대체했고 계속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직업 중심의 사고방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직업은 더 이상 한 개인의 평생을 담보하는 도구가 아니다. 하나의 직업일 필요도 없다. 특정 공간 안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맡겨진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일 필요도 없다. 여러 개의 일을 동시에 수행할 수도 있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을 찾을 수도 있다. AI는 많은 직업을 대체하겠지만, 인간은 그만큼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직업 중심의 근대적 노동관이 이제 서서히 일·사람 중심의 탈근대적 노동관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여전히 호모 사피엔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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