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한 프랑스와 분리한 한국…수신료 징수의 명암
[기고] 이원 인천가톨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미디어스=이원 교수 칼럼] 2024년 7월부터 공영방송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분리 징수가 시행되었다. KBS 자료에 따르면, 그 이후 납부율은 약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납처분 비용이 미납 요금보다 더 많이 소요되어, 사실상 체납처분 제도는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징수 비용 또한 증가하여 결과적으로 순수입액이 6,466억 원에서 약 1,000억 원 정도 감소하였다.
이는 KBS와 EBS에 매우 큰 재정적 손실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공익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12월 공영방송 수신료의 결합 징수 법안을 국회가 의결하였으나, 정부가 거부권(재의 요구권)을 행사함으로써 이 문제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프랑스는 2005년부터 2022년까지 공영방송 수신료를 주민세와 결합하여 징수했다. 이 결합 징수를 의결하기 전, 하원에서 발표한 2003년 보고서는 결합 징수를 통해 상당한 이득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는 그전까지 행정적·비용적 측면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징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결합 징수를 시행하면서 기존의 문제들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2007년 프랑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약 83%였던 징수율이 결합 징수를 시행한 직후인 2005년에 91%로 향상되었다. 또한 행정 비용도 약 6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1994년부터 최근까지 수신료 징수에서 국제적으로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한국은 2023년 분리 징수를 도입하면서 오히려 과거 프랑스의 전철을 밟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가 최근 분리 징수를 결정한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점은 사전에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영방송 수신료는 2022년 프랑스 수신료와 비교하면 약 6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연 30,000원으로, 1981년부터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수신료 재원에 더해 분리 징수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2022년 프랑스 정부는 공영방송 수신료 제도를 폐지하였다. 그 재원의 공백은 부가가치세 세입의 일정 부분으로 편성하기로 하였다. 2009년 대폭적인 광고 축소부터 최근 수신료 제도의 폐지까지, 프랑스의 공영방송 재원 개혁은 모두 공영방송의 재정적 독립과 안정화를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방송 산업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보다 강화해 왔다.
실제로 프랑스 공영방송 채널은 총 7개로, 종합편성, 정보, 지역, 문화예술, 정치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2023년 유·무료 방송 전체 기준으로 France 2와 France 3의 시청 점유율은 각각 15.3%와 9.0%에 달한다. 나머지 공영방송 채널들(France 4, France 5, Arte, Franceinfo, La Chaîne Parlementaire)을 제외하고도 시청 점유율이 24.3%에 달하는 것이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UHD 방송을 주도한 것도 프랑스 공영 채널인 France 2와 France 3이다.
오늘날 공영방송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재난 방송, 난시청 해소, 장애인 배려, 문화 다양성, 국제 방송 등은 여전히 중요한 공영방송의 책무이다. 뿐만 아니라, 모바일·UHD 방송이 빠르게 발전하고 글로벌 OTT가 방송 산업을 주도하는 지금,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재원 조달마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 시대에 걸맞은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역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한 첫 단추는 공영방송 수신료의 결합 징수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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