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를 부정하는 남자들
[culture critic] 세상을 대하는 ‘거울’로서의 미스터리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인터넷을 관찰하다 보면 흥미로운 경향이 눈에 띈다. 적지 않은 남성이 UFO와 심령현상 같은 미스터리를 부정한다. 얼마간 강박적이고 정해진 패턴으로 부인하려는 것 같아 보여 흥미롭다는 것이다. 나도 귀신과 외계인을 믿는 건 아니다. 믿지 않는 수준을 넘어서 그런 게 존재한다고 여기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단정하는 공격적인 태도가 드러난다.
작년 연말 미국 뉴저지 일대에서 다수의 미확인 비행물체가 한 달 넘게 상공을 떠다녀 큰 혼란을 부른 적이 있다. 비행물체들은 일반적인 드론과 달리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고 드론을 무력화하는 기술도 효과가 없었다. 그럼에도 남성들이 모이는 게시판에서는 드론이라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하거나, 드론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외계의 비행물체일 가능성은 논외 하는 ‘현실적’ 태도로 미국이 숨겨둔 기술력을 과시하는 것이라는 ‘음모론’적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UFO와 관련된 공식적 브리핑과 조종사들의 신빙성 있는 관측 영상이 공개되는 일이 자주 있지만 반응은 비슷한 패턴이다. “그렇게 엄청난 기술로 만든 비행선이 왜 인간에게 관측되겠냐”라고 나름의 만들어 낸 논리로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거나 “딱 봐도 새”라고 밈을 뱉으며 진지한 분위기를 깨트리려고 한다.
이건 공격적 태도가 아니라 실은 방어적 태도일 것이다. 자신들의 인식 체계 바깥에 있는 존재를 부정하면서 그 체계를 보호하려는 고집이다. 쉽게 말해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이며 나머지는 가짜다”이다. 외계 생명체든 초자연적 현상이든, 존재 가능성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아는 현실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거기서 오는 인식론적이고 존재론적인 균열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이런 반응은 남성들에게 내면화된 이성 중심주의, 과학적 사고를 따라야 한다는 신념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남성성은 전통적으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는 이념을 주입받으며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왔다. 무속이나 사주팔자 같은 ‘비과학적’인 것들은 여자들이나 믿는 하찮은 것으로 취급되고는 한다. 남성들은 이해 불가능한 것을 대면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과 충돌한다고 느낄 수 있다.
물론 미스터리에 호기심을 느끼는 남성도 많을 것이고, 그렇기에 나무위키처럼 가십거리를 수집해 놓은 사이트가 융성했을 거다. 우주와 심해처럼 과학적 주제에 포섭되는 수수께끼는 공통의 화제로 회자되는 경우도 많지만, 결국에는 합의된 상식을 벗어나는 추론은 배제되는 결론에 이르고 만다. 이런 경향은 남성적 자아의 일관성과 여성성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려는 집단적 행동 전략으로 읽을 수 있다.
말했듯이, 외계 비행체가 인류를 방문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미스터리는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우리가 어떤 얼굴로 미지와 마주하고 있는지 되묻는 거울일 수도 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아니다의 이분법은 아닐 것이다.
사실과 논거에 비추어 확정할 수 있는 것은 확정하고, 확정할 수 없는 것은 개연성을 추론하고, 알 수 없는 것은 알 수 없는 채로 남겨두는 태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이 완전하지 않다는 분명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적 태도의 전제가 아닐까. 내 앎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불가지한 대상에 판단을 유보하지 못하는 것은 지적인 겸손함과 개방성의 결핍이다. 미지 앞에서의 너그러운 자세는 세계를 대하는 유연함과 자아가 품은 자신감을 반영한다.
이상의 경향은 어쩌면 개개인을 넘어 특정한 공동체가 낯선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현상, 부족주의와도 닿아있을 것 같다. ‘우리’가 믿는 현실만을 승인한 채 외부의 다른 현실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폐쇄된 담장을 쌓는 현실이 갈수록 강고해진다. 그렇게 각자의 세계는 나누어진 채 비좁아지며 다른 존재와 소통할 수 없는 단절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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