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럼 없다"던 선거방송 심의, 법원은 전제부터 지적했다

법원, 선방위 무더기 MBC 제재 첫 제동 "취소하라" 심의 대상이 '선거방송' 아니었다는 판결 "설령 '선거방송'으로 보더라도 재량권 일탈·남용" 판시

2025-04-11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번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전문적 지식과 학문적 양심을 반영했다"-백선기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장(성균관대 교수) 

법원이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MBC에 내린 중징계를 취소했다. 심의 대상 방송이 '선거방송'이 아니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 위법성을 다투기 이전에 선거방송 심의의 기본 전제부터 틀렸다는 얘기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백선기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모습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1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3부(재판장 진현섭 부장판사)는 MBC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선방심의위 징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의 MBC 무더기 징계 중 첫 번째 '취소' 판결이다. 선방심의위 제재는 행정기구인 방통위가 확정하기 때문에 소송 발생 시 당사자는 방통위가 된다. 법원이 취소한 징계는 지난해 2월 선방심의위가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내린 '관계자 징계'다. '관계자 징계'는 선방심의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 징계다.

재판부는 선방심의위가 선거방송이 아닌 방송을 심의해 중징계를 내렸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의 위법성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위법 여부 등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방송'이란 ▲정당의 대표자나 후보자 또는 그의 대리인을 참여하게 하여 대담을 하거나 토론을 행하고 이를 방송·보도하는 경우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기타사항에 관하여 보도·논평을 하는 경우 ▲기타 선거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프로그램의 방송 등을 말한다.

선방심의위는 ▲진행자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했으며 ▲진행자와 출연자가 정부와 남북관계를 비판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친일 집안 출신이라고 논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한 것은 부산지방경찰청의 피습 사건에 관한 수사진행 경과 및 피의자에 대한 신상정보 비공개 결정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주관적 평가를 개진하는 것이었다"며 "방송 당시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사안에 관해 개인적인 의견을 개진하였다고 하여 선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항을 동기 또는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남북관계 비판 내용과 관련해 "과거 문익환 목사가 바라던 남북 간 평화와 통일, 이를 위한 문 목사의 행적 등에 관하여 언급하던 중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문 목사라면 어떤 시각을 가졌을 것인가에 대한 대담을 하면서 진행자와 출연자가 비판적인 의견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친일 집안 출신이라고 논평한 방송 내용에 대해서는 한국일보 기사 <"선친의 일본 사랑이 윤 대통령 일본관에 영향"...백악관 색다른 평가>(2023년 8월 17일)를 근거로 주관적 인식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설령 이 사건 방송에서 이루어진 발언 전부 또는 일부가 선방심의위 심의 대상이 되는 '선거방송'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그 위반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2023년 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방송된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MBC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부는 '선거방송'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생방송 토론·대담 상황에서 출연자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조율·제지·검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방송은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정치·사회 등 시사 전반에 대한 쟁점을 다루는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며 "제작진은 방송 전에 출연자에게 주제 또는 예상 질문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출연자들은 해당 쟁점에 대하여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출연자의 발언에 일부 과장되거나 그 진위가 불분명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이 사건 방송의 특성상 진행자가 적극적으로 출연자의 발언을 반박하거나 그 진위를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며 "이 같은 방송의 특수성은 이 사건 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점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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