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이태원 참사·싱크홀 사고, 중대재해법 사각지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14.7% “법 적용 대상에 ‘도로’ 포함 안 돼” “처벌보다 예방 중심으로 개편해야”

2025-04-10     노하연 기자

[미디어스=노하연 기자] 10·29 이태원 참사와 지난달 24일 발생한 서울 강동구 땅꺼짐(싱크홀) 사고 등 대형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고 있지만, 현행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협소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현행법은 처벌에 집중되어 있어 예방 중심으로 법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9일 ‘중대시민재해 대상 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법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중대시민재해 대상 현황 분석발표 (사진=경실련 제공)

경실련은 올해 1월 13일부터 3월 17일까지 중앙부처와 전국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249곳의 중대시민재해 시설현황을 전수조사했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등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으로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조사 결과, 시설물안전법상 주요 시설물로 분류된 17만 8897개 가운데 중대시민재해 대상으로 관리되는 시설은 2만 5449개로 14.2%에 불과했다. 즉 전체 시설의 85.8%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재해 발생 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경실련 윤은주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159명이 사망한 10·29 이태원 참사와 최근 강동구 싱크홀 사고 모두 도로에서 시민이 사망했지만, 중대시민재해 대상에 ‘도로’가 해당하지 않아 중대시민재해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시민 안전이 중대재해처벌법만으로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로 중대시민재해 관리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한편 책임에 대한 부분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2년 10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경찰 관계자 등이 '이태원 참사'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곤 도시개혁센터 정책위원장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서울 강동구 싱크홀 사고’ ‘창원 NC파크 구조물 낙하 사고’를 거론하며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아닌 대상 시설이나 대상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같은 사건의 예방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이들 시설을) 중대시민재해 대상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새 정부는 단순 처벌여부가 아니라 국민생명과 직결된 중처법을 방치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이 예방보다 처벌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은주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지자체 등 여러 기관에서는 실질적 안전 확보보다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과도한 문서생산, 보여주기식 안전행사, 외부컨설팅에 과도한 의존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내용과 구조가 전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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