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사제 3,300명 "헌재, 내란에 가담하는 꼴"
'윤석열 파면 촉구' 시국선언문 발표 "위헌·위법 행위 단죄가 그리 어려운 일이냐” 유흥식 추기경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 해달라"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천주교 교구장과 사제, 수도자들이 헌법재판소에 대해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대통령의 수족들이 역사에 무거운 죄를 짓고 있다”면서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 대통령의 조속한 파면을 촉구했다.
유흥식 추기경도 “우리 안에, 저 깊숙이 살아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달라”고 밝혔다.
천주교 교구장 6인을 포함한 사제와 수도자 3283명은 30일 사순절 제4주일을 맞아 <헌법재판소의 주인은 국민>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천주교 사제들은 “울창했던 숲과 집이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어 사라진 것처럼 일제와 싸우고 독재에 맞서 쟁취했던 도의와 가치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여전히 살아서 움직이는 대통령의 수족들이 우리 역사에 무서운 죄를 짓고 있는 현실”이라고 탄식했다.
천주교 사제들은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뭉개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태를 ‘공직의 타락’이라고 규정하고 “(한 대행이)‘헌재의 결정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며 국민을 훈계한다”고 지적했다.
천주교 사제들은 “죄를 지었지만 죄인으로 볼 수 없다, 이게 무슨 논리냐”면서 “총리의 이중적 처신은 헌재가 초래했다. 서울중앙지법이 내란수괴를 풀어주고, 검찰총장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맞장구치는 자신감이 대체 어디서 생겨났겠냐”고 따져 물었다.
천주교 사제들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미루는 헌재를 향해 “억장이 무너지고 천불이 난다”면서 “신속하고 단호한 심판을 기다렸던 시민들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다. 사회적 불안과 혼란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화재를 진압해야할 소방관이 도리어 방화에 가담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주교 사제들은 “군경을 동원해서 국회와 선관위를 봉쇄 장악하고 정치인과 법관들을 체포하려 했던 위헌·위법행위를 단죄하는 것이, 명백한 사실도 부인하고 모든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돌리는 자의 헌법 수호 의지를 가늠하는 것이, 그를 어떻게 해야 국익에 부합하는지 식별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면서 “한참 늦었으나 이제라도 당장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야 한다. 헌재의 주인인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천주교 사제들은 “주권자인 국민은 법의 일점일획조차 무겁고 무섭게 여기는데 법을 관장하고 법리를 해석하는 기술 관료들이 마치 법의 지배자인 듯 짓뭉개고 있다”면서 “정의 없는 국가란 '강도떼'나 다름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만도 못한 '사자들'이 우리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 머리 위에 포탄이 떨어졌고, 땅이 꺼졌고, 새싹이 움트던 나무들은 시커멓게 타버렸다”고 말했다.
천주교 사제들은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 멀지 않았다”면서 “많은 분들이 밤낮 낮은 데서 궂은일 도맡아 주고 있어 올해 민주 농사는 원만하고 풍요로울 것이다. 미력한 사제, 수도자들이지만 불의의 문을 부수고 거짓의 빗장을 깨뜨리는 일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지난 21일 유흥식 추기경은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한 갈급한 마음을 가지고 헌법재판소에 호소한다. 되어야 할 일은 빠르게 되도록 하는 일이 정의의 실현이며 양심의 회복”이라며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달라”고 밝혔다.
한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31일 오후 6시 '윤석열 파면 촉구' 시국미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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